2024-04-16 10:27 (화)
독일 에곤 뮐러(Egon Müller) 와인
독일 에곤 뮐러(Egon Müller) 와인
  • 고재윤교수
  • 승인 2022.08.3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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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는 농부의 그림자 가장 사랑한다

 

7월의 무더운 여름 코로나19로 인해 갈 수 없었던 해외여행의 자유를 만끽하고 그동안 숨겨뒀던 와인투어의 욕구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2년 만에 독일 모젤 와인 산지를 찾았지만, 변환 것은 없었다. 그러나 유럽도 기후 온난화로 인해 포도 재배의 변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의 유명했던 포도밭도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로 명성이 잊힐 수도 있고, 향후 30년 후면 지속 가능한 품질 좋은 와인생산에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양조가들의 고뇌도 봤다. 

최근 몇 년 사이 독일이 자랑하는 아이스와인과 TBA


(Trocken-beerenauslese; 귀부 와인)의 생산이 사라졌다. 과거 10월 말에서 11월 초순에 포도를 수확했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9월 말에 수확하면서 더는 아이스바인과 TBA 생산을 할 수가 없다.


15년 전부터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하는 와이너리로 정한 에곤 뮐러(Egon Müller) 와이너리의 방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번 독일 와이너리 투어에 에곤 뮐러(Egon Müller)를 방문할 기회를 잡았다. 독일의 와인 신화로 프랑스의 ‘로마네 꽁티’ 와인만큼 명성이 높은 에곤 뮐러(Egon Müller)와인을 방문하는 것은 천운이라고 할 수 있다. 트리어에 있는 파크 플라자(Park Plaza)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9시에 30분에 출발했다. 약 20분 정도 거리로 가는 길 언덕에 포도밭이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와이너리에 도착하니 작업복 차림의 와인 양조 책임자 하이너 볼리히(Heiner Bollig)가 반갑게 반겨준다. 그는 포도밭·와인셀러·시음 순으로 설명하겠다며 40도의 무더위 속에서도 포도밭으로 안내했다. 그는 독일 라인가우에 있는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수재로 2013년 졸업과 동시에 에곤 뮐러(Egon Müller)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포도밭과 양조를 함께 관리하면서 최고의 와인은 포도밭에서 나오며 천지인 중에 포도밭도 농부의 열정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포도 농사가 흉년이 들면 와인을 생산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 철학이 있다. 예를 들면 1991년과 1994년 사이, 1998년 그리고 2002년에는 TBA 생산을 하지 않았다.


그는 포도밭의 떼루아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에곤 뮐러가 소유하고 있는 샤르츠베르크(Scharzhofberg) 포도밭은 윌팅거(Wiltinger) 마을과 인접하고 와이너리 뒤편 야산에 걸쳐 있다. 정남향을 바라보는 포도밭은 경사도가 30~60도이고, 해발 180~280m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 토양은 회색 점판암이 잘게 부서진 검푸른 돌흙이다. 1895년에 심은 포도나무는 수령 120년의 고목이 됐고, 가로세로 1m 단위로 심어 1헥타르당 약 1만 그루의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다만,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군 비행기가 포도밭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일부분이 훼손돼 다시 심었는데 포도나무 수령이 77년이 됐다. 이 가물고 무더위 속에서도 수령 120년의 포도나무에는 이끼들이 자리는 모습을 보면서 포도나무가 땅속 깊이 내려가 수분을 섭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모젤강이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에 귀부병이 걸린 이유를 물었더니 포도밭 옆 산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침 이슬을 몰고 와서 포도송이에 사뿐히 앉는다고 했다. 이곳은 모젤지역 중에서 밤낮의 일교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산속의 나무에 이슬이 잘 맺힌다고 하면서 떼루아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포도밭은 철저하게 유기농법을 사용해 어떤 살충제도 사용하지 않고, 잡초 제거 역시 쟁기질하며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손 수확을 하므로 최고 양질의 포도를 생산한다고 했다. 또 포도는 농부의 그림자를 가장 사랑한다고 했다. 


에곤 뮐러(Egon Müller)의 역사는 17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젤지역에 터를 잡은 에곤 뮐러의 가문은 수 세기 동안 최고의 포도원을 소유했다. 현재는 모젤 자르지역 최상위 포도밭에 속하는 샤르츠베르크(Scharzhofberg) 포도밭의 28헥타르 중에서 8.3헥타르를 소유하고 있다. 서기 700년 로마 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한 기록은 1340년의 고서에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했다고 돼 있다. 이후 트리어에 있는 성 마틴(St. Marien ad Martyres) 수도원이 소유하고 관리했지만, 프랑스 대혁명 당시 몰수됐고 경매를 통해 수도사였던 요한 야콥 코흐(Johann-Jakob Koch)가 매입했다. 


그는 일부를 수도원에 환원시켜주고, 네 번째 딸 엘리자베스에게 상속했는데, 그녀는 펠릭스 뮐러(Felix Müller)와 결혼했다. 1897년 부부는 둘째 아들 에곤 뮐러(Egon Müller) 1세에 상속시켜 가문의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했다. 1900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서 최고의 상을 받으면서 명성을 높였다. 이후에도 국제 와인 품평회, 국제 박람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1991년 현재 에곤 뮐러 4세는 독일의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후에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독일에서 유일하게 PFV(Primum Familiae Vini: 이탈리아 안티노리, 프랑스 샤토 무통 로칠드, 폴 로저 등 12개) 회원사로 활동한다. 


그는 지하 셀러로 안내했다. 지하 셀러에는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120년 동안 사용한 오크통, 곰팡이가 가득 핀 빈티지별로 모아둔 와인병에서 명성 있는 에곤 뮐러 가문의 시대상을 연상하게 했다. 지하 셀러에 아주 작은 청개구리가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지만,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청정하고 깨끗한 곳에서 서식하는 청개구리가 지하셀러에 있다는 자체로 신기로웠다.


필자는 2층 VIP 시음실에서 7개의 2021년 빈티지 와인, 2010년 카비넷, 1989년 TBA를 시음했다. 그중에 샤르츠베르크 아우스레제 GK-V-2021(Scharzhofberg Auslese GK-V-2021)이 인상 깊었다. 연한 황금색에 꿀, 레몬, 헤이즐넛, 보리수 향이 나며, 마셔보니 황홀한 당도와 산도 사이의 마법 같은 균형이 매력적이고 상큼한 감귤의 풍미가 있다. 음식과 조화는 꼬치구이, 해산물, 양념치킨, 하몽, 살라미, 탕수육 등을 추천한다. 약 1시간 정도의 투어를 생각했지만, 2시간 30분 동안 개인 와인 교습을 받았다. 정문을 나서는데 에곤 뮐러(Egon Müller) 4세가 평상복차림으로 나와서 먼 한국에서 방문해서 고맙다고 했다. 사진 한 컷을 부탁했더니 옷차림이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하면서 웃는 모습을 뒤로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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