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18 (금)
레미히 지역의 양조장 카브 생 마르탱(Caves St. Martin) 
레미히 지역의 양조장 카브 생 마르탱(Caves St. Martin)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2.10.28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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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의 추억을 그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서서히 물러나는 시점인 무더운 7월, 3년 만에 유럽의 땅을 밟았다. 비행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라 러시아 상공으로 갈 수가 없어 비행시간이 시간 1시간 30분 정도 길었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마냥 행복했다. 리치에서 11월호를 통해 소개한다. 

독일 모젤지역을 방문하고 나서 일행 중에 한 분께서 룩셈부르크 모젤 와인 투어를 가지고 제안했다. 모젤강은 프랑스에서 시작돼 룩셈부르크를 거쳐 코블렌츠까지 545㎞를 흐른다. 모젤 트리어에서 모젤강을 따라 약 1시간 정도를 가니 룩셈부르크가 나오고, 다시 모젤강을 따라 40분 정도 가니 목가적인 레미히(Remich) 마을이 나왔다. 모젤강 언덕에 포도밭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룩셈부르크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크레망 데 룩셈부르크(Creman de Luxembourg)’라고 부른다. 룩셈부르크는 유럽 내에서 작은 국가며 스파클링 와인으로 높은 명성과 인지도를 갖고 있다. 자국의 소비량으로 부족해 수출할 물량이 없다.

특히 ‘모젤의 진주’라고 불리는 레미히 마을은 와인 생산에 천혜의 떼루아를 갖고 있다. 토양은 사암과 편암으로 구성돼 있고 모젤강 언덕에 포도밭이 있어 일조량이 풍부하다.
기후는 겨울이 온화하고 강우량이 적으며 재배 기간이 길어서 포도가 충분히 익을 수 있는 만생종이 적합하다. 이러한 자연환경의 덕분에 고당도의 포도를 수확해 고품질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또 룩셈부르크는 석회암지대로 지하 카브(Cave)에 와인을 저장하고 숙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4000개 이상의 동굴이 있다.

이곳 레미히 마을도 석회암지대라 동굴에 만들어서 와인을 저장 숙성하고 있다.


카브 생 마르탱(Caves St. Martin) 와이너리에 도착하니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할 때 자주 만났던 Mr. Arno Bauer가 무척 반갑게 반겨주었다. 그는 독일 출생이지만, 룩셈부르크의 카브 생 마르탱에서 와인 양조 관리를 총괄하고 있었다. 미남형에 소탈한 성격을 갖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 일행을 즐겁게 해주었다. 곧바로 1㎞ 길이의 동굴 카브로 안내하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룩셈부르크에는 현재 약 1.300헥타르의 포도밭이 있다. 대부분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고 했다. 이곳 레미히 마을에 45개의 와이너리가 있지만, 카브 생 마르탱(Caves St. Martin)이 최고의 와인이라고 자랑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19년 세계 제1차 대전 이후 와인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한 7명(Messrs Eugene Koch, Jean Faber, Eugene Knepper, J.p. Hartmann, Pierre Wurth, Jean Beissel, Mathias Ley)이 레미히 마을 하류에 있는 야산을 개발하고자 자본을 투자했다.

석회암 산의 절벽 15m 높이를 이용해 1㎞ 동굴로 만들었고, 카브로 사용했다. 프랑스 샹파뉴의 베네딕도회 수도사 동 페리뇽(Dom Perignon)이 만들었던 전통적인 샴페인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카브 생 마르탱은 룩셈부르크에서 유일하게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자부심이 대단했다. 


카브 생 마르탱의 직원들은 열정과 진정성을 갖고 이 새로운 미래 시대를 대비하면서 내일에 도전하고 있다. 또 선구자들의 정신이 담긴 아름다운 와이너리를 지속할 수 있게 보존하고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1㎞의 지하 카브는 끝이 보이지 않은 동굴 구석구석 스파클링 와인들이 어둠을 벗 삼아 숙성되고 있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천천히 걸어가면 고품질의 생 마르탱(St. Martin)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이 속삭이는 소리 잠자는 소리, 숨 쉬는 소리, 노래하는 소리, 방문객을 맞이하는 소리 등이 들리는 듯했다.

40분 정도를 지하 카브에서 보내고 와인 시음장으로 향했다. 와인 셀러에서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을 가져왔다. 오세로아(Auxerrois), 리슬링(Riesling), 엘블링(Elbling), 피노 블랑(Pinot Blanc), 피노 누아(PinotNoir) 10 등 개 와인을 시음했다.


그중에 최근에 떠오르는 포도 품종인 오세로아에 관심이 많았다. 룩셈부르크 이외의 지역에서는 거의 재배되지 않은 토착 품종이고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포도 품종이다.

필자는 오세로아 그랑 프리미어 크뤼 드 노스 로쉐(Auxerrois Grand Premier Cru De Nos Rochers) 와인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가성비가 너무 좋았다.


오세로아가 재배되는 포도밭은 석회질 토양에 가파른 경사면으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포도를 선별해 잘 익은 포도송이만을 부분별로 엄선해서 손 수확한다.

양조는 16도에서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하고 31헥토리터의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숙성시킨다. 시음해보니 오세로아만이 가지는 개성이 뚜렷했다. 아로마는 멜론, 레몬, 감귤류, 체리, 어린 배, 흰색 꽃 향을 지닌 매혹적인 와인이었다.

마셔보니 신선한 과일 풍미가 올라오고 약간 스파이시한 느낌이 만족스러웠다. 부드럽고 산도가 있으며 균형감이 매우 좋았다. 음식과 조화는 아시아 요리, 가벼운 소스의 생선, 생선회, 해물 요리, 해물 샐러드 또는 아스파라거스 등을 추천하고 싶었다.


와인 시음이 끝나고 카브 생 마르탱에서 운영하는 해물 전문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젤강이 작은 국도 사이로 흐르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은 신선한 해산물 요리뿐만 아니라 맛있는 수제 햄버거, 샌드위치,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만든 신선한 샐러드 메뉴가 전문이다.

이 레스토랑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트립 어드바이저(Trip Advisor)가 수여하는 ‘Certificate of Excellence’를 수상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2020년 전 세계 레스토랑 중에 상위 10% 안에 들어야 받을 수 있는 Traveller’s Choice Award도 수상했다.


필자는 모젤강에서 서식하는 숭어구이, 감자튀김,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하고 피노 누아(Pinot Noir)로 만든 로제와인으로 즐거운 점심을 했다. 룩셈부르크 요리의 특징은 프랑스 요리의 질과 독일 요리의 양이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평생 처음 온 룩셈부르크의 추억을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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