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5:26 (화)
“가계·기업 기대 인플레에 맞춰야”....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가계·기업 기대 인플레에 맞춰야”....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2.11.26 0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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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소통, 단순·지속해야 효과 
박기영 금통위 위원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지속적일 때 
효과적”이라고 했다. 박 금통위원은 지난 11월 1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은행 
금요강좌에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리치에서 이날 강좌를 자세히 소개한다.

박 기영 금통위원은 “올해 들어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은은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는 것을 막고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해왔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은 금리 결정의 주요 근거가 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연준 의장이 언급했듯이 기대 인플레이션은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 이해가 부족한 상태”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왜 중요한지, 중앙은행이 어떻게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을 선행 연구와 주요국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중앙은행의 효과적 소통전략에 대한 논의를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은 소비·투자 및 자산 가격의 결정, 실업률과 물가간 관계, 적정 기준금리 설정 등 중요한 경제적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라며 “특히 경제적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체감 실질이자율(perceived real interest rate)은 통화정책에 있어 기대 인플레이션이 왜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박 금통위원은 “중앙은행은 명목금리 또는 기대 인플레이션 조정을 통해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금리인하가 어려운 제로금리하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실질 금리를 낮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렇다면 누구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주로 고려해야 하는가? 우리는 소비, 투자, 상품가격, 임금의 결정 주체인 가계 및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통상 가계·기업은 금융시장과 전문가보다 물가수준을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에 경험한 주관적인 물가상승률, 개인의 쇼핑 경험과 관련 미디어 노출 등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고 짚었다.


박기영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최근 CPI 상승률에 유의한 영향을 받으며 물가 관련 뉴스가 증가하는 물가 상승기에 소비자의 물가 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편 통화정책은 전문가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가계·기업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인데 경제주체의 고물가 경험에 따라 물가 목표와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므로 정책당국이 민간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

박기영 금통위원은 “경제주체들이 기존 정보에 새로운 정보를 반영(Bayesian updating)해 의사결정을 하므로 중앙은행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민간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신 연구에 따르면 물가 정보를 제공받은 기업은 정보를 받지 못한 기업과 달리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정했으며 이는 기업의 가격·신용·고용·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박 금통위원에 따르면 가계는 통화정책 의결문 또는 중앙은행의 물가 전망에 대한 정보를 직접 들었을 때 언론 기사의 형태로 알게 된 경우보다 기대 인플레이션과 소비지출에 대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또 중앙은행 정보의 효력은 약 6개월 정도로 짧게 지속됐다. 이는 중앙은행의 메시지 전달이 단순하고 지속적일 때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박 금통위원은 “선제적 지침(FG: Forward Guidance)은 정책금리가 0% 또는 실효 하한에 도달했거나 파급경로가 현저히 훼손된 상황에서 앞으로 정책 방향(중앙은행 반응함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거시적 불확실성을 낮추고 경제주체의 기대를 조정해 현재 경제 상태에 영향을 미치려는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선행연구에서 가계와 기업은 GDP 및 물가 전망, 금리 경로 등 주어진 정보에 따라 기대를 형성하고 투자·고용·소비 등을 결정했으며 그 효과는 1년이 넘어서면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 효과적 정보전달 필요

박 금통위원은 “중앙은행의 소통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금통위에 따르면 최신 연구 결과, 연준 의장의 표정과 목소리 톤이 금융시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등 비언어적 수단이 전달하는 연성정보(soft information)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AIT)는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평균 목표 대상 기간과 물가목표를 벗어난 기간·회복 수단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부족했으며 같은 제도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인해 민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도 미미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 경로에 대한 선제적 지침이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을 우려해 회의마다 정책 방향에 대한 단기적 지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으며 최종 목표(2024년물가목표 2%) 달성을 강조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착을 도모하고 있다.


박 금통위원은 “연준 경제전망(SEP)의 점도표는 적극적인 소통 방식이나 동일한 값이라도 개별 위원이 생각하는 적절한 통화정책과 금리 경로의 전제조건이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해외 연구와 사례를 종합하면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지속(information campaign)적일 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중의 무관심(inattention)과 과거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보 경직성, 오해 가능성, 기대 인플레이션의 측정오류 등 현실적 제약이 선제적 지침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만큼 우리 경제환경을 고려한 인프라 구축, 소통 관련 경험의 축적·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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