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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의 와이너리를 꿈꾸다....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163
독일 최대의 와이너리를 꿈꾸다....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163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3.01.27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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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폭셈(Van Volxem) 와이너리 

 

2023년 계묘년 한 해가 밝았지만, 지구의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와인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7월 독일 모젤 지역에 와인 투어를 갔을 때 폭염과 가뭄을 직접 경험하면서 앞으로 와인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했다. 트리어에 있는 파크 플라자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모젤 지역의 자르(Saar) 마을에 유명한 반 폭셈(Van Volxem) 와이너리를 찾았다. 

반 폭셈(Van Volxem) 와이너리는 몇 년 전만 해도 독일의 전통 하우스를 개조한 와이너리였는데 초현대식 와이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반 폭셈은 모젤 지역에서 가장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와이너리로 평가받고 있다. 윌팅겐(Wiltingen)에 자리한 와이너리는 독일의 최고 와인 명가인 에곤 뮐러(Egon Muller)와 이웃하고 있다.


반 폭셈 와이너리에 정확하게 10시에 도착하니 CEO인 로만 니보드니찬스키(Roman Niewodniczanski)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키에 유럽 귀족 스타일의 미남형에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 파티오에서 일광욕을 즐기면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면 힐링이 되고, 그랑 크뤼 포도밭을 바라보는 와이너리의 멋진 전망대에서 자르(Saar)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낭만도 즐길 수 있다면서 젝트 한잔씩을 권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 일행을 직접 포도밭과 양조 발효실, 숙성실, 레스토랑에서의 음식과 와인 페어링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친절에 고맙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반 폭셈 와인은 2017년 독일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독일에서 더욱더 유명해졌다. 반 폭셈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 반 폭셈 와이너리는 로마 시대에 자르의 역사적인 윌팅겐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도 로마 시대의 마을이 존재하고 있다. 반 폭셈의 포도밭은 3세기에 로마인이 자르 지역에 최고의 가파른 언덕 편마암 땅을 개간했다. 11세기 기독교 수도사들이 재발견했고, 17세기에는 룩셈부르크 예수회에서 포도밭을 인수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벨기에 뷔르셀에서 이주한 구스타브 반 폭셈 가문이 소유했고, 선견지명이 있었던 구스타브 반 폭셈은 그랑 크뤼급 포도밭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다음 해에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로 개발에 착수했다. 1900년대 초에 모젤 와인 중에 특히 자르 와인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반 폭셈 와인의 인기도 올라갔고, 화이트 와인 중에 최고의 명품이 됐다. 그리고 유럽의 유명한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소개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2000년 반 폭셈 가문에서 4대째 이어받은 로만 니보드니찬스키가 와이너리를 물려받았다. 2004년 전통적인 사유지의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동산 관리자 도미닉 볼크(Dominik Völk)는 현대적인 와이너리 개발을 제안하면서 반 폭셈의 전통은 물론 과거, 현재, 미래를 이곳에 정착시켰다. 로만 니보드니찬스키는 19세기 고지도와 고문서를 연구해 오늘날 잊혔던 그랑 크뤼 포도밭을 부활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비전을 세웠는데 ‘1900년경 명문가들이 즐겼던 자르 와인의 세계적 명성을 전통적인 장인 공예로 되돌려 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그 시대의 내추럴 와인을 재현하는 작업도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야생 효모에 의해 발효되고, 벤토나이트·효소 등과 같은 다양한 화학적인 처리제를 사용하지 않고, 필터링 없이 양조하는 정통 수제 와인에 초점을 두었다. 포도밭은 다양한 조치를 통해 수확량을 평균 40hl/ha 정도로 제한하고, 2001년 이후로 신규 또는 후속 포도나무 재배는 포도나무에 접붙이지 않고 엄선하게 선정한 포도나무로만 포도밭에 심었다. 
그 결과 의도적으로 매우 가벼운 알코올 함량을 가지게 됐다. 또 풍부한 리즐링 과일을 곁들인 최상의 기분 좋은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한 와인이 탄생했다. 반 폭셈 와이너리는 VDP회원으로 규모가 작은 자르 지역의 와인을 알리기 위해 모젤 지역의 와인보다 훨씬 더 고상한 리슬링 부케를 보여주도록 노력했고, 모젤 지역에서 부드럽고 개성 있는 와인 성격을 만들었다. 


반 폭셈 와이너리는 1927년 기록된 자르 와인의 환상적인 품질과 고귀한 잠재력을 찾아내기 위해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 19세기 말 자르 지역의 와인은 트리어(Trier)지역 경매에서 최고가를 달성했다. 평균적으로 모젤 와인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그 당시 자르 지역의 와인은 모젤 지역의 10% 정도였지만, 트리어 지역에서 경매된 ‘최고의 모젤 와인’의 대부분은 자르 지역의 와인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필자는 다양한 반 폭셈 와인을 시음했다. 드라이한 것부터 스위트한 와인까지 시음을 한 결과, 반 폭셈 자르 리슬링 알테 레벤 2020(Van Volxem Saar Riesling Alte Reben 2020)이 기억에 남았다. 색상을 보면 중간 밀도의 살구색에 살짝 묻어나는 어린 황금색 컬러, 와인 잔을 돌려 아로마를 맡아보니 전판암의 미네랄, 기분 좋은 석유, 라벤더 허브. 서서히 드러나는 배, 달콤한 졸인 사과, 황도, 레몬 등의 과일 향이 매력적이었다. 마셔보니 미디엄 풀바디한 흰 꽃 계열의 풍미, 여운을 지배하는 강한 산미, 쌉쌀한 여운이 감동적이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조개구이, 관자 요리, 굴(석화), 생선회, 새우 요리 등, 또한 강한 양념이 없는 해물 요리들과 잘 어울린다. 닭고기 BBQ, 중국 탕수육, 한식의 생선찜 요리와도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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