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18 (금)
에메랄드빛  푸나무 전설이 잠들다
에메랄드빛  푸나무 전설이 잠들다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3.03.03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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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빈울트라(VINULTRA) 와인

 

2023년 1월은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달로 밀렸던 숙제를 하듯이 설 연휴를 이용해 뉴질랜드 와인 투어를 훌쩍 떠났다. 2023년 한해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소비뇽 블랑 와인의 최대 생산지인(Marlborough)의 빈울트라 와인너리를 방문했다.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경희대학교 와인 전문가과정에서 빈울트라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던 멜리사(Melissa)가 반갑게 맞아줬다. 그녀를 만나는 순간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연을 와인에 그대로 담고자 한다’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함께 창업한 제이슨(Jason), 그리고 와인 양조가 에벨린 프레이저(Eveline Fraser)를 소개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 포도 재배 전문가인 제이슨이 자신이 일군 포도밭의 테루아를 소개하면서 포도 품종별로 재배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품질이 좋지 않은 포도로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포도밭의 열정과 혼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뉴질랜드 남섬 출신인 제이슨은 공동 창업자인 에벨린과 함께 자신이 추구하는 와인을 만들고자 말보로의 클라우드 베이(Cloudy Bay) 와이너리를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두 명의 키위(Kiwi: 뉴질랜드 사람을 일컫는 말)는 포도밭 탐험가가 돼 장장 5년 동안 배낭을 메고 최고의 테루아를 가진 포도밭을 찾고자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2002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뉴질랜드 말보로 와이호파이 밸리(Waihopai Valley)에서 황폐하고 사랑받지 못했던 양떼 목장이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는 최고의 포도밭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자신들의 전 재산을 투자해 매입했다. 3명의 키위는 5년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41헥타르 포도밭으로 탈바꿈시켰다. 개간한 포도밭은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급으로 5개 블록, 5개 토양 유형, 5개 포도 변종, 9개 포도 클론을 5년 동안 심고 온갖 열정과 정성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해 B2B 기업인 빈울트라 기업을 창업하면서 리틀 뷰티(Little Beauty), 인사이트(Insight), 푸나무(pounamu)로 브랜드를 세분화했다. 


와인 양조가 에벨린 프레이저는 호주의 유명한 와이너리에서 근무했고, 프랑스에서도 다양한 양조 경험을 쌓은 후에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클라우드 베이에서 수석 와인 양조가로 명성을 쌓았다. 그녀는 자신의 와인을 만들고자 과감하게 클라우드 베이를 떠나 빈울트라 기업에 합류했다. 그녀는 2009년 와이호파이 밸리의 포도로 첫 빈티지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면서 뉴질랜드 와인 업계에 혜성처럼 유명해졌다. 울트라 기업의 푸나무 와인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을 양조하는 생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창업자이면서 포도 재배 전문가인 제이슨, 멜리사, 게오프 3명이 41㏊의 포도밭을 100% 지속 가능한 유기농법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포도밭 뒤에 있는 웅장한 남알프스 산맥은 남섬의 중추적인 역할로 맹렬한 해양성 바람으로부터 포도밭을 보호해 주고, 지하 대수층에는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 광천수를 제공하는 반면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돌이 많고 배수가 잘되는 충적 퇴적물을 만들어 자연 친화적인 포도밭에 혜택을 많이 준다. 


또 밤낮의 심한 일교차로 강렬한 풍미, 신선한 산도를 유지해준다. 아울러 에벨린 프레이저는 뉴질랜드에서 최고의 와인 양조가 이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디테일에 강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리틀 뷰티 와인을 만들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대명사로 우뚝 서게 했던 저력으로 푸나무 와인에도 열정과 혼을 불어넣어 빛을 보게 됐다. 


푸나무(Pounamu)는 뉴질랜드 마오리(Maori)족 언어로 에메랄드빛 돌(Green Stone)이며 뉴질랜드산 녹색 비취(玉)를 말한다. 푸나무는 뉴질랜드 남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단단하고 희귀한 에메랄드빛 비취다. 포도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비취 산지가 있어 브랜드명을 정했다고 한다. 에메랄드빛 푸나무는 평화를 상징한다. 하늘과 땅, 별과 물을 연결한다는 마오리족의 전설이 전해진다. 푸나무 포도밭은 천혜의 테루아 영향을 받고 수확한 최상의 포도만을 선별해 와인을 양조하므로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푸나무 전설이 고이 잠들고 있는듯했다.

 
특히 푸나무 와인은 아메리칸 에어라인 일등석에 제공된다. 2016 빈티지 와인은 와인 스펙테이터 92점, 2017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가 90점, 비비노(Vivino)의 와인 앱에서는 세계 베스트 와인 5% 안에 속하는 와인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고의 품질에 비해 가격이 매우 착한 것이 흠이다. 


포도밭 투어가 끝나고 포도밭 위에 설치한 흰색 텐트는 우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것으로 와이너리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다. 임시 텐트 안에서 와인 양조가 에벨린 프레이저의 마스터 클래스는 흥미진진했다. 푸나무 1종류, 리틀 뷰티 5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다.

개성이 다른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 피노누아 와인이었지만, 그중에 리틀 뷰티의 블랙 에디션 피노그리 2014(Black Edition Pinot Gris 2014) 와인이 인상 깊었다. 중간 정도의 엷은 황금색 빛깔, 코끝에서 올라오는 아로마는 햇과일, 라임, 배, 사과, 리치, 복숭아, 캐러멜, 헤이즐넛, 살구 향이 인상적이었다.

마셔보니 스파이시한 과일 풍미, 산도에 단맛이 어울려져 생동감이 있었다. 햇과일 풍미의 상쾌한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음식과 조화는 홍합, 생굴, 가리비, 생선회, 닭고기 등과 어울릴 것 같았다. 와인 시음이 끝나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으면서 헤어지는데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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