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의 국창 인생....장가혜 작가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의 국창 인생....장가혜 작가
  • 김은정 발행인
  • 승인 2023.04.14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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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혜의 조선 서스펜스 풍물 드라마
장다혜 작가모습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현재 TV 드라마로 제작 중인 ‘탄금’의 장다혜 작가가 첫 소설을 펴낸 지 2년 만에 조선 후기 광대이자 판소리 명창 ‘이날치’를 소환하는 두 번째 이야기다. 실제로 ‘춘향가’와 ‘심청가’를 잘 불렀던 ‘서편제’의 제일 명창, 이날치(1820~1892: 본명 이경숙)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소설적 긴장감으로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다. 리치에서 장다혜 작가와 특별한 인연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심도있게 소개한다.

 

‘이날치, 파란만장’은 조선시대 한양을 거점으로 한 남사당패가 배경이다. ‘소리꾼을 갈망하는 줄꾼 이날치’의 여정을 신명 나는 한바탕 놀이로 풀어낸다. 구수한 팔도 방언과 해학적인 광대놀음, 왁자지껄한 장터와 떠들썩한 나루터 전경, 들뜬 명절 분위기와 각종 전통 놀이 등 이야기 골짜기 굽이굽이에 수놓아진 유쾌한 풍경은 사당패의 흥취와 어우러져 조선 백성들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 위에 두루 녹여낸 판소리 다섯 마당과 다채로운 민요들은 조선의 흥과 멋을 곱씹게 하는 동시에, 소설에 맛깔난 추임새를 더한다.

다음은 장다혜 작가의 일문일답이다.

 

Q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됐나요?

 

A 2년 전 전작 ‘탄금’ 출간쯤 출판사 대표님께서 이날치라는 인물에 대해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습니다. 명창 이날치의 인물사전 링크와 ‘이날치 밴드’의 한국 홍보영상을 첨부해 보내주셨었고요. 그때 이날치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이날치 밴드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유튜브에서 이날치 밴드의 여러 활동 사항은 흥미롭게 보았지만, 정작 소리꾼 이날치에 관한 자료는 인물 사전에 나오는 몇 줄뿐이었기에 망설임이 많았습니다.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부담감도 컸고요.

다만, 고민하는 와중에도 계속 마음에 남았던 것은 ‘이날치가 당시로서는 매우 늦은 나이인 서른이 넘어서야 소리판에 들어갔다’는 한 줄이었습니다. 아무리 신분제가 붕괴하는 조선시대 후기라고 해도 주어진 운명을 떨쳐내고 스스로 삶을 개척한다는 것이 노비 출신으로서는 만만찮은 일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노비로 태어나 광대 생활을 거쳐 소리판에 발을 들이기까지, 이날치의 10대와 20대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을까 하는 상상이 결국 저에게 글을 쓰게 했습니다.   

 

Q 해외에 거주하면서 조선시대에 대한 소설을 써내시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집니다. 조선시대에 특히 매력을 느끼신 이유가 있다면?

A 저는 조선시대 중에서도 특히 순조와 헌종, 그리고 철종으로 이어지는 1800년대 초중반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도 정치와 삼정 문란으로 왕권이 약화하며 국정이 불안정했고, 그로 인해 민생고에 시달리는 백성의 동요가 농민 봉기 등의 민란으로 이어졌으며 천주교 박해, 이양선 출몰 등으로 혼란한 시대였기에 마치 국운이 바뀌기 전, 폭풍전야 같은 드라마틱함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 소설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 시기가 잘 다뤄지지 않아서 좀 더 들여다보려고 애쓰게 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Q 자료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자료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특히 도움이 됐던 자료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조선시대에 관한 기록이 방대한 양으로 전해지긴 합니다만, 조선 백성들에 대한 기록은 무척 빈약한 수준입니다. 특히 노비 출신 줄광대인 이날치의 개인사 기록은 전무했기에 남사당패에 관한 학술자료를 살펴보는 것으로 자료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민속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온라인 아카이브를 뒤지기도 했고, 판소리에 대해선 ‘국립국악원’과 ‘국악음반박물관’의 자료를 주로 참고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직접적인 도움이 됐던 것은 1900년대 초 녹음된 옛 명창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노이즈가 심한 옛 레코드판에 담긴 그들의 음성이 저에게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 조선을 방문한 선교사와 외국인들이 남긴 흑백 사진 또한 소설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Q 소설에는 적재적소에 판소리가 등장, 감정을 증폭하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평소 판소리를 즐겨 들은 편이신지요. 집필에 도움을 준 판소리 관련 콘텐츠가 있다면?

 

A 자료수집 첫 단계에 판소리 다섯 마당의 사설집부터 정독했을 정도로 이날치를 만나기 전까지는 판소리에 대해 문외한이었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판소리뿐만 아니라 팔도민요, 잡가, 가곡, 무가 등을 폭넓게 찾아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쉰 목소리같이 컬컬하게 나오는 수리성과 풍부한 성량을 지녔다’는 이날치의 음성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날치 밴드’ 덕분에 잘 알려진 수궁가의 ‘범 내려온다’를 여러 버전으로 찾아들었고, 그중 1976년 녹음된 정광수 명창의 ‘범 내려온다’에서 비로소 이날치의 음성을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근대 오명창으로 꼽히는 소리꾼 김창환에게 판소리를 배웠으며 이날치와 김창환은 실제 이종사촌간이기도 합니다.

 

Q 작품 안에서 가장 중요한 판소리 대목 무엇인지요? 

 

A 이야기 전반부에는 날치와 백연을 엮어주고 상록의 질투 대상이 되는 ‘춘향가’, 후반부에는 백연과 심청이 중첩될 수 있도록 ‘심청가’에 무게를 뒀습니다.

 

Q ‘이날치 밴드’의 보컬이자 소리꾼인 안이호님은 추천사에서 그 어떤 자료도 설명해주지 못한 인간 이날치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고 극찬했는데 이날치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있다면?

 

A 줄꾼 이날치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돈도 많이 벌고, 이름도 알렸으며 늘 인파에 시달릴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현 모습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감을 갖고 있고, 진정한 예술가로 도약하고 싶은 목마름이 있는 인간입니다.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지요. 특히 소리꾼을 꿈꾸기에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수려한 외모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소설 안에서 그의 목소리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이날치가 ‘쉰 목소리같이 컬컬하게 나오는 수리성과 풍부한 성량을 지녔다’고 해 그의 목소리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옛 명창들의 음반을 많이 찾아들었습니다.     

 

Q 곡비 백연과 의빈 채상록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했나요?

 

A 조선시대의 이야기이다 보니 캐릭터 설정에 있어 성격이나 외형보다 신분이나 관직을 먼저 고려하게 됩니다. 백연과 채상록 또한 ‘곡비(남의 상갓집에서 곡을 하는 여인)’와 ‘의빈(공주의 남편으로 관직에 오를 수 없음)’이라는 업과 관직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들의 신분적 한계 혹은 사회적 제약으로 갈등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복식, 주거, 얼굴 생김, 성격 그리고 전사를 쌓아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극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실 수 있던 비결은 뭔가요.

 

A 전라도 사투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접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워낙 편협하고 한정적이기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막막했던 건 흔히 알고 있는 전라도 특유의 추임새나 어미만으로는 활자의 상태로 방언의 리듬감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좀 더 ‘찰지게’ 사투리를 구현하려면 전라도에서만 사용하는 특정 단어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온라인에서 여러 자료를 뒤적이다가 전라북도청에서 발행하는 ‘전라북도 방언사전’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것이 소설을 쓰는 내내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이번 작품은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첫 작품과 달리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A 또한 전작에서는 주인공의 고난과 기쁨, 또 그 감정에 대해 경계선을 정해놓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썼다면 이번 소설은 ‘이날치’라는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조심스러움과 부담감이 있었던 만큼 좀 더 ‘그럴듯한’ 혹은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Q 전통 놀이로 이루어진 소제목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A 모든 소설의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이날치도 온갖 우여곡절과 산전수전을 겪는 인물이기에 독자들이 너무 숨 가쁘지 않도록 소제목으로 한 번씩 환기를 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소리꾼이 숨이 찰 땐 얼씨구! 하며 호흡을 벌어주고, 신이 나 펄펄 뛸 땐 딱딱 맺고 끊어주는 판소리의 추임새처럼요. 그러려면 너무 의미심장한 것보단 가벼운 전통 놀이가 적당하다고 여겨졌고요.  

 

Q 전작 ‘탄금’도 그렇고 이번 소설 또한 읽으면서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펼쳐지는 듯한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상화를 유념해두고 글을 쓰시는지요?

 

A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특히나 시대적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장면마다 주인공들이 어떤 한복을 입고 있는지, 어떤 꽃신을 신었는지, 어떻게 머리를 땋아 내렸는지까지 묘사할 순 없기에 전체적인 큰 그림이 느껴지도록 계절과 날씨, 냄새, 온도 그 안에 배경이 되는 건축물 등을 설명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Q 소설의 여운이 길었습니다. 주인공 이날치의 한과 삶, 그리고 소리로 연결되는 것들이 예인의 무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생각하고 결말을 쓰셨는지요?

 

A 모든 갈등이 싹 해소되고, 모두가 하하 호호 웃으며 끝나는 것만이 해피엔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세상에 맞설 단단한 내공을 갖게 되는 것 또한 좋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결말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전진하는 이날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요즘은 ‘유튜브 구독 목록’으로 서로의 성향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몇 개 소개해주세요.  

 

A 제 관심 축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가 한국 고미술을 비롯한 회화이고요, 두 번째가 동물입니다. ‘문화유산채널’과 간송 미술 문화재단의 ‘미덕생활’ 그리고 고미술품 복원채널인 ‘Baumgartner Restoration’을 구독 중이고요, 프랑스의 ‘동물농장’이라고 할 수 있는 ‘Les animaux de la 8’을 비롯한 많은 동물 채널을 즐겨봅니다. 

 

Q 지금 읽고 계신 책을 소개해 주세요.

 

A 이날치를 구상하면서 ‘장길산’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해 E-BOOK으로 받아놓곤 아직도 끝을 내지 못하고 있고요, ‘왕이 된 남자’, ‘킹덤’, ‘연모’, ‘슈룹’ 등 드라마 대본도 함께 읽고 있습니다.  대담 : 김은정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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