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美·中 패권경쟁 속  지도자 없는 미래 위기...세계경제연구원
美·中 패권경쟁 속  지도자 없는 미래 위기...세계경제연구원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5.0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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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장·에너지 전환 해법 제시

 

세계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테넨탈 호텔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지정학적 도전, 기후변화 위기, 그리고 세계경제 
미래’를 주제로 창립 30주년 기념 특별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리치에서 현장을 자세히 소개한다.

세계경제연구원(IGE)의 국제컨퍼런스에는 글로벌 경제 침체 위기 속 지속가능한 성장과 에너지 전환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프레드 버그스텐 PIIE 명예원장,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앤 크루거 전 IMF,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와 로버트 머튼 MIT 석좌교수, 노부오 타나카 전 국제에너지협회(IEA) 사무총장, 스티븐 프라이스 전 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PIIE 선임연구원, 메간 오설리반 하버드대 교수, 제프리 샷 PIIE 선임 연구원, 유키코 후카가와 와세다대 교수,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등 국내외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세계 경제의 무질서와 한국 ▲녹색성장, 기후변화, 그리고 에너지 믹스의 변화 ▲글로벌 교역의 미래 등을 논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등 현 정부 고위급 인사들도 함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현재는 ‘경제가 안보’이며 ‘안보가 곧 경제’인 시대”라며 “지속가능성장이 위협받는 작금의 위기 속에서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전환은 탄소중심 한국 경제·산업에 큰 위협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각종 자원과 물류 공급 불안이 이어지고 미·중을 중심으로 경제 블록화가 심화해 에너지 자원의 생산과 공급망 안정이 세계 경제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해외자원 의존도가 94%에 육박하는 한국의 현실에 맞게 화석연료에 대한 현실적 중요성을 고려해 재생에너지, 원전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합리적 믹스를 통해 선제적이고 종합적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명예회장은 “탄소중립 달성 또한 한국의 산업과 경제구조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전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목표와 실행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며 산업계의 선도기술 확보 노력과 정부의 과감한 정책지원을 부탁했다. 그는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와 기업, 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근본적인 에너지 효율 혁신과 절약문화 정착을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제언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1967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민간 정유사로 세계적인 생산시설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석유 에너지 수급 안정에 이바지하고,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하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다.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맡은 프레드 버그스텐 PIIE 명예원장은 “앞으로 글로벌 경제는 미·중 패권 경쟁 속 지도자 없는 미래를 맞이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지난 1·2차 세계대전 사이 있었던 재앙적인 시기와 같은 막대한 피해를 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양국이 무역전쟁에 있어 상호 간 합의를 통해 동시에 굴복을 선언하고 기능적인 디커플링 즉 안보와 정치적 영역에서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경제적 문제에 있어서는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이 미·중 경쟁의 중심에 있는 만큼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기능적 디커플링 추진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다른 주요 중소국과 함께 세계를 재앙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앤 크루거 교수는 “현시점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새롭게 확대하는 시작점이 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세계경제 침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다자간 WTO 접근 방식을 복원하고 국제 경제가 보호주의에서 개방과 자유화로 다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 속에서 지구촌은 폐쇄가 아닌 긴밀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세계 경제 또한 결국 이러한 소통으로 인해 다시금 교역 시스템의 자유화로 나아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과 같이 위기 속에서도 자국 보호를 위한 폐쇄정책을 최소화한 국가가 두각을 나타내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에너지 지정학 전문가 메간 오설리반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지정학적 위기와 탈세계화 문제는 기후변화와 함께 에너지 전환의 속도뿐 아니라 범위에까지 영향을 미쳐 1970년대 중동의 정치적 위기와는 개념이 다른 ‘새로운 에너지 안보 위기’를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50 넷 제로 달성 과정에서 전 세계 석유 사용량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감소하겠지만, 그래도 석유 사용은 계속될 것이기에 갈수록 주요 생산과 공급원이 줄면서 에너지 불안정성을 심화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이에 전 세계가 다자주의에 기반해 공동의 노력으로 에너지원을 더욱 다변화하고, 에너지 회복력을 높이고,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통합과 상호 연결을 위해 투자하고, 기술과 데이터 등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티븐 프라이즈 전 Shell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PIIE 선임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기후정책이 탈탄소 에너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고, 넷 제로 달성뿐 아니라 더욱 광범위한 에너지 안보를 위해 그 지평이 확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유럽연합과 미국, 영국, 한국, 일본, 중국 등 이러한 동향에 참여하는 주요국의 정책들이 각기 다른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어 이러한 정책 간 충돌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긴장이 해소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경쟁과 분열로 에너지 전환과 기후 안정을 위한 기술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핵심 산업 분야에서 주요국들의 정책 적용 간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세계 최초 수소법(Hydrogen Act), 기후행동기금 및 배출권 거래 시스템 등 국제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저탄소 기술과 기후정책 경험이 있다”며 “동맹국들과 함께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에서 핵심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유키코 후카가와 와세다 대학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과거 자유무역을 통해 발전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 통합을 지속해서 확대한 역량이 있으며 지역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여전히 강력하게 자유무역을 지지할 수 있는 지역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또 “지정학, 기후변화, 세계경제 등 모든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전 세계가 공동의 노력을 다할 수 있게 하는 기점이 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은 전 세계 각국의 공통 과제인 만큼 양자, 다자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동시에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여건이 각기 다른 만큼 한국 고유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 가며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 조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창출하는 능동적인 에너지 정책을 추진한다”는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무탄소전원 활용을 확대하고 확산해 갈 수 있도록 관련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연구원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이 1993년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와 주요국의 전현직 최고 정책 담당자,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적 석학, 주요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자, 세계적 언론인들을 초청해 다양한 포럼과 국제회의를 개최하며 급변하는 세계 속의 현안을 진단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정책 과제 등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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