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노동시장 긴장도↓ “고령층 공급확대 영향”.....한국은행
노동시장 긴장도↓ “고령층 공급확대 영향”.....한국은행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5.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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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5일 한은 신축 통합별관 2층 다목적 컨퍼런스홀에서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리치가 자세히 소개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환영사를 통해 “노동시장은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와 인적자본 형성 등을 통해 개인의 삶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팬데믹 이후에는 국내외 노동시장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는데 글로벌 공통적인 요인도 있지만, 각국의 상이한 노동시장 여건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와 물가에 대한 영향이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선진국 중앙은행뿐 아니라 한국은행도 노동시장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각국에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러한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나아가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이번 노동시장 세미나는 금통위원과 한은 스태프 간 연구주제를 놓고 긴밀히 협력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세미나는 금통위원이 한은 스태프와 협업해 단기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이슈로 연구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에 관해 지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시장 둔화, 물가 상승 압력↓”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모두 연설을 통해 “올해 고용시장에서는 수요둔화와 공급확대가 맞물리면서 타이트함(실업자수 대비 빈일자리수 비율)이 완화됨에 따라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위원은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별화는 노동시장 상황 차이와 이에 따른 물가압력 차별화에도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고용이 고령화, 여성 고용, 산업구조 등 비(非) 경기적 요인으로 주도 되고 있어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의 고용 파급효과(금리→성장·물가→고용)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양적 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는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양적 지표는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확대됐지만, 노동시장 긴장도는 낮은 수준이다. 이는 고령층의 공급 확대와 여성층 노동 공급 증가 등이 영향이다. 서 위원은 “팬데믹 이후 만혼·저출산 심화, 가사노동의 시장화 진전 등으로 여성 고용이 청년층·고령층 모두에서 확대했다”고 했다.


노동 시간 감소와 관련해서는 “미국·유로와 달리 1인당 근로 시간이 팬데믹 이후 감소함에 따라 취업자 수 증가에도 총근로시간은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근로 시간 감소는 고령·여성층 중심으로 ‘불완전 고용’이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의 양적 증가에도 질적 개선이 제약되면서 노동시장의 거시경제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해 성장과 취업자 간 상관관계가 낮고,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노동생산성이 하락했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팬데믹 중 저부가가치 부문 고용위축으로 일시 반등했다가 이후 재차 하락했다”고 했다.


“韓·美 노동공급 회복 차이 구조적 요인 기인”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 차장은 ‘주요국의 노동수급 상황과 임금 상승 압력’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오 차장은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은 빈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줄어드는 등 노동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별 노동수급의 이질적인 특성이 관찰된다”며 “국가별 노동수급 상황의 차이는 임금과 물가 상승 압력에도 차별화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오 차장은 “팬데믹 이후 한국과 미국 간 노동 공급 회복의 차이는 경기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면서 “한국은 미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빨랐음에도 고령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경활률 상승 추세가 지속함에 따라 노동 공급 부족에 직면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미국은 팬데믹 이전부터 지속돼 온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노동 공급이 감소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며 “경활률 변동을 인구구성 변화(고령화)에 따른 요인과 구성 효과를 제외한 요인으로 분해해 보면 한국은 인구구성 변화(고령화)에 의한 경활률 하락 요인이 미국보다 더 큼에도 구성 효과를 제외한 경활률 상승 추세가 높아 노동 공급이 빠르게 회복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빠른 노동 공급 회복은 기업의 구인 성공률을 높이면서 임금 상승 압력을 둔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미국의 경활률 하락은 임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오 차장은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노동 공급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크지 않은 데다 고용 비중과 가격전가율이 높은 서비스업에서 노동수요 증가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노동수급 상황에 기반한 임금·물가 상승압력과 지속성이 미국 등 주요국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다만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노동 공급을 제약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경활률 하락)하면서 임금동학에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급속한 고령화의 노동시장 영향에 대응해 노동 공급의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적자본 축적, 생산성 등 질적 측면의 개선에도 중점을 두고 고용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령층 고용정책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성별·연령·교육 수준 등 개별특성에 맞추어 세밀하게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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