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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교수의 와인이야기 33 폰 오테그라벤 (Von Othegraven) 와인 햇빛과 토양이 만들어낸 맛 ‘황홀’
고재윤교수의 와인이야기 33 폰 오테그라벤 (Von Othegraven) 와인 햇빛과 토양이 만들어낸 맛 ‘황홀’
  • 월간리치
  • 승인 2012.04.13 11:03
  • 호수 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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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11년 모젤와인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나고 모젤 자르의 칸쩸(Kanzem) 지역에 위치한 폰 오테그라벤(Von Othegraven) 와이너리를 방문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유럽과 독일에서 온 기자들이 가장 가고 싶은 와이너리 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햇살이 따스한 오후 3시쯤 도착한 폰 오테그라벤 와이너리는 정말로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 전 세계 희귀한 나무를 심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은 독일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1664년에 건축한 중세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병풍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는 포도밭에 둘러싸여 있고 포도밭의 새를 쫓기 위해 가끔씩 들려오는 총소리는 기사들이 사냥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중세시대에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았다.


폰 오테그라벤 와이너리는 포도수확을 늦게 해 탐스럽게 익은 리슬링 포도가 계속 입고되고 파쇄 되는 과정에서 레몬 향과 꿀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와이너리 오너이면서 독일 TV의 국민적인 MC로 유명한 귄터 야우흐(Guenther Jauch)씨가 우리의 일행을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폰 오테그라벤 와이너리의 역사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805년에 폰 오테그라벤 가문의 소유가 되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 이 가문의 후손이면서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엔터테이너 중의 한 사람인 귄터 야우흐가 인수해 7대째 와이너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외부인들이 와이너리에 들어올 수 없도록 높은 담을 쌓고 개방하지 않았으나 귄터 야우흐가 와이너리를 인수한 후부터는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더욱 유명해졌다.

와인에 최적합인 포도밭

전통적인 와이너리답게 100% 리슬링만을 재배하고 1908년에 결성된 모젤 VDP(이곳에선 Grosser Ring이라고 한다)의 창립멤버이다. 연간 생산량이 6만병이며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은 16헥타르 정도이고 와인 양조가는 독일에서 유명한 안드레아스 바르트 (Andreas Barth)로 와인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와이너리 건물 뒤편으로 병풍처럼 서 있는 그랑 크뤼급인 ‘알텐베륵(Altenberg)’ 포도밭은 경사 길이가 250m로 세계에서 가장 긴 66도의 급경사 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잘게 부서진 점판암에 철분이 많은 붉은 빛을 띠고 있어 미네랄이 풍부하고 따뜻한 느낌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옥펜(Ocken) 마을에 있는 그랑 크뤼급인 ‘복슈타인(Bockstein)’포도밭은 자르의 전형적인 점판암 토양으로 과일향이 풍부하고 섬세하고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시음을 위한 별도의 홀도 중세풍의 실내 디자인과 그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폰 오테그라벤 와이너리의 와인오너가 우리들에게 해주는 첫마디는 와인철학은 ‘포도밭을 잘 알아야 좋은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걸쳐 포도밭의 개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5개 종류의 리슬링 와인을 시음했는데 인상적인 와인 중 하나는 막스 트로켄 2010(Max Troken 2010)으로 드라이한 와인 중에서는 세컨드 와인이다. 여러 밭에서 나온 포도를 블렌딩하여 양조하고 있으며 다음해 8월 말까지 숙성시킨 후 병입해 풍부한 향과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와인의 색상이 매우 밝고 진하고 황금색을 띠고 있으며 살며시 피어오르는 레몬 향, 꿀 향, 바닐라향이 일품이며 미네랄이 풍부하고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철분으로 강하고 직선적이며 예리한 맛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북스테인 글로베스 게와치 2010(Bookstein Grobes Gewachs 2010) 와인은 자연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그대로 발효하고 숙성시킨 와인으로 밝은 황금색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과일향이 올라오지 않아 실망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조금씩 피어오르는 과일향이 매혹적이며 자연 친화적인 레몬 향으로 와인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북스테인(Bookstein)의 지역은 차갑고 푸른빛을 가진 토양으로 직선적이고 산도가 강하고 철분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예리하면서 깊은 맛이 인상적이다.
이 와인을 통해 자연이 준 것보다 인간이 더 좋게 만들 수 없다는 철학을 느꼈으며 와인도 자연그대로 개성을 살릴 수 있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됐다. 아직 영한 와인으로 더 오랜 세월을 통해 숙성하면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와인이다.
풍부한 미네랄과 향

또한 알덴버그 글로베스 게와치 2010( Althenberg Grobes Gewachs 2010) 와인은 알덴버그(Althenberg)의 토양이 갖고 있는 붉은색이면서 따뜻한 정기를 받아 스파이스한 맛이 특징이다.
차분하고 후레쉬하면서 기품이 있는 레몬 향, 과일 향, 꿀 향이 있으며 깊은 산도와 풍부한 미네랄을 느끼면서도 철 성분으로 상쾌하고 예리한 맛에 도취되며 귀족적인 바디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덴버그 카비네트 2010(Althenberg Kabinet 2010) 와인은 양조할 때 죽은 효모 찌꺼기를 걸러내고 발효시키는 방법을 사용해 깨끗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와인의 맛은 라운드하면서 은근하고 가냘픈 향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며 레몬향이 그윽하고 스파이시한 향도 일품이다. 매우 청량감이 있고 산도가 적당하며 철분으로 인한 예리한 맛과 풍부한 미네랄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향과 맛이 풍부하고 시간이 갈수록 정감이 가는 와인이다.
이처럼 시음한 와인들은 리슬링의 개성을 잘 살린 와인으로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흰색 생선과 돼지고기, 오리고기 구이 등과 환상적인 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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