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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62
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62
  • 월간리치
  • 승인 2014.09.11 14:05
  • 호수 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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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도메인 알랑 미셀로 와인오크통마다 특별한 감동 농익어

‘포도밭을 사랑하는 만큼 와인에 열정을 쏟는’ 굳건한 신념으로 포도밭마다의 개성을 집약시킨 향과 맛이 고혹적인 체리 빛과 어울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명품 와인을 선보이는 곳. 생 조르주 마을로 향하는 내내 가득했던 명품 부르고뉴 와인을 만날 설레임이 감동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고 깊고 그윽하게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침을 일찍 먹고 바깥을 보니 소나기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7월의 무더운 여름날씨를 기대했던 부르고뉴의 아침은 서늘하고 추워서 긴 파카를 하나 걸치지 않으면 외출하기가 싫을 정도였다. 몇 주 전에 우박이 내려 포도농사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는 현지 농부의 말이 떠올랐다. 최근에 명품와인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도메인(domaine)을 찾아가는 설레임이 아니었으면 호텔방에서 쉬고 싶었다.자동차를 타고 가는 내내 비는 내리고 디종에서 30여분을 갔을 때 뉘 생 조르주 (Nuits-Saint-Georges) 마을이 눈에 들어 왔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도메인 알랑 미셀로를 방문하니 아주 풍만한 아줌마가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오너였다. 인사도 나누기 전에 바로 셀러로 안내하면서 도메인의 자랑이 늘어졌다. 도메인 알랭 미셸은 1860년에 설립되었으며, 19세기에는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도메인으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가족경영으로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주로 고급레스토랑과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였으나 최근에 해외(이탈리아, 벨기에, 미국, 일본 등) 수출도 하고 와인숍에서도 판매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도메인 알랭 미셸은 뉘 생 조르주 (Nuits-Saint-Georges)와 모레이 생 드니(Morey-Saint-Denis) 등에 포도밭 8헥타르를 소유하고 있으며, 7개의 크랑크뤼 포도밭에서 연간 3만 5000병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전통양조방식을 고수하며, 위생 환경에 대한 부문만 현대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포도는 가장 잘익은 시기를 선택하여 선별된 포도만을 손수확하고, 오크 발효조에서 33℃로 발효를 하며, 발효와 침용시기에는 매일 2차례 철저한 체크를 통해 가장 완벽한 포도주스를 만들고 20개월 동안 뉴오크통(30%)에서 숙성시킨 후 최적의 숙성시기에 병입하는 세심한 열정이 감동을 주었다. 와인을 만드는 철학을 질문하자 ‘포도밭을 사랑하는 만큼 와인에 사랑을 쏟는 열정’이라고 하면서 누가 와인을 만드느냐에 따라 와인의 맛과 향이 다르다고 하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와인의 향과 맛이 진하고 바디가 강한 와인’을 만드셨는데 자신은 ‘포도밭의 포도 개성을 그대로 살려 와인에 향과 맛을 불어 넣어주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자랑하고, 자신이 만든 와인이 아버지가 만든 와인보다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자랑하였다. 도메인 알랭 미셸 와인은 항상 고객이 선호하는 와인스타일을 추구해왔으며, 시대에 따라 고객들의 취향도 바뀌고 있으므로 조금씩 와인스타일에 변화를 주면서 고객에게 행복을 주는 와인으로 남고 싶다고 하였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와인저장고에 들어 와 와인을 시음하면서 2시간정도 토의를 하는 것을 보고 저분들은 누구냐고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도메인에 근무하는 포도밭 담당, 양조가, 유통을 맡은 분, 와인 도매상들이 2013년도 와인 테이스팅을 하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며 매년 와인 양조 시에 ‘피드백’ 시킨다고 하였다. 도메인 알랭 미셸 와인은 향이 우아하고 풍부하면서 섬세하고 바디감이 살아있는 부르고뉴 전통의 와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피노누아의 환상적인 개성을 그대로 맛볼수가 있었다. 저자는 10개의 오크통에서 직접 와인을 뽑아서 테이스팅하였는데 같은 피노누아였지만 포도밭에 따라 다양한 개성의 와인으로 탄생되면서 맛과 향의 차이를 느낄수가 있었다. 그 중 시음한 와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와인은 뉘 생 조르주 (Nuits-Saint-Georges) 중 언덕에 위치한 그랑크뤼 밭에서 수확한 피노누아 포도로 양조한 2013년 빈티지였다. 이 포도밭은 1936년에 처음 포도나무를 심었으며, 땅속 깊숙하게 겹겹이 돌이 박혀 있는 자갈 토양으로 포도가 익어갈 때는 많은 새들이 포도를 따먹고 배설하는 것을 보고 좋은 포도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와인을 마시면서 바로 감홍이 왔는데 매우 부드러우면서 파워풀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었다. 이 와인은 유혹적인 체리 빛깔이 가슴 속에 와 닿고, 풍부한 미네랄이 느껴지며, 정갈스럽기만 하다. 와인 향은 검은 과일향, 꽃향기, 초콜릿, 너트향, 은근히 피어오르는 치즈 향, 그리고 균형 잡힌 산도, 타닌·알코올이 그대로 숨 쉬면서 오랫동안 입안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음식과의 조화는 쇠고기 스테이크, 양고기, 양념이 있는 돼지고기 등과 어울리며, 한식으로는 양념 갈비이면 적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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