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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테른 샤토 기로 와인 황금빛 유혹 영혼 가득 핀 눈꽃
프랑스 소테른 샤토 기로 와인 황금빛 유혹 영혼 가득 핀 눈꽃
  • 월간리치
  • 승인 2016.02.11 19:04
  • 호수 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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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눈이라도 올 때면 스위트 와인이 즐기기 제격이다. 그리고 몇 해 전 맛보았던 프랑스 소테른 ‘샤토 기로’ 와인은 잊혀지지 않는다. 풀바디 중량감에 조화로운 향그러움이 밀려오고 중간 정도의 산도가 긴 여운을 남기는 우아한 단맛에 부드러운 화음을 넣어 준다. 샤토 디켐 와인과 쌍벽을 이룰 자격이 충분하다.

겨울철 눈이 올 때면 아이스 와인 혹은 스위트 와인 생각이 간절하다. 달콤한 유혹을 즐기며 추위도 잊고 눈 오는 낭만도 즐기는 멋스러움이 좋아서다.
올 겨울 추위 속에 유독 생각이 났던 스위트 와인은 몇 년 전에 소테른 지역을 방문하여 황금빛의 유혹과 달콤한 맛에 정신을 놓아 버렸기 때문이다. 무덥던 여름, 프랑스 보르도 시에서 남동쪽으로 약 40㎞ 떨어져 있는 소테른(Sauternes)으로 향했다.
소테른지역은 전설적인 귀부와인으로 스위트를 만드는데 명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1981년, 세기의 결혼식이었던 영국 황태자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공식 디저트 와인이었던 특1등급(Premier Cru)의 샤토 디켐(Chateau d'Yquem)과 한때 자웅을 겨뤘던 1등급(1st Cru) 소테른 와인인 샤토 기로(Chateau Guiraud)를 방문하는데 마음이 설렛다.


공화파 자유 상징하는 레이블

샤토 기로의 원래 이름은‘La Maison Noble du Bayle’이였으나 1766년 피에르 기로(Pierre Guiraud)가 인수한 후에 현재의 이름인 ‘샤토 기로’로 바뀌었으며,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좋은 품질의 와인을 양조하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소테른 지역은 대부분 가톨릭 신자로 보수적 성향을 띠며 대부분 왕정파로 귀족의 상징인 샤토 디켐이 왕정파의 중심이었다. 반면 시민을 상징하는 샤토 기로는 외롭게 이 지역 공화파를 지지하며 항상 자유의 깃발을 게양하였다고 한다. 이웃이지만 양 가문은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등을 돌렸는데, 두 샤토 사이에 나무숲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서로를 볼 수 없도록 하였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19세기 중반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아네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표시로 검은 나무액자 안에 왕의 문장을 장식하였지만, 기로 가문은 프랑스 시민혁명의 상징인 나폴레옹 1세를 애도하는 뜻으로 황금색의 문장을 검은 나무 액자 위에 새겼다고 한다. 이것이 자유의 상징인 샤토 기로가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와인 레이블이다.


푸조 회장 인수로 더 큰 날개

지난 1981년 이집트계 선박왕 프랭크 나르비가 인수하여 아들 해밀튼이 운영하면서 샤토 디켐에 도전했다가 한계에 부딪친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와인 양조 변화와 혁신을 가져 오면서 명성을 회복했다.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한 샤토들의 경우 거대한 기업에서 인수합병하거나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최근 20년 동안 샤토 기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6년 사토 기로도 프랑스의 자동차 기업인 푸조(Peugeot)에서 로버트 푸조(Robert Peugeot) 회장이 인수하면서 올리비에 버너드(Olivier Bernard, Domaine de Chevalier), 스테판 본 네이페르그(Stephan Von Neipperg, Chateau Canon La Gaffeliere, La Mondotte), 그리고 기존에 샤토 기로의 총책임자 사비에 프랜티(Xavier Planty)가 동참한 가운데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 2012년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2009년 빈티지가 5위로 선정 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고,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 3권’에도 소개되었다. 그리고 샤토 기로는 소테른에서 2011년 최초로 유기농 인증서를 가지고 유기농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압도적 향그러움과 신선함 가득

말 그대로 고상하게 부패한 귀부 포도는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tis cinerea) 즉, 귀부병에 걸린 포도송이를 엄선하여 손 수확하고 오크통에서 3주~2개월간 발효과정을 거쳐 약 18~24개월간 50% 정도를 뉴 오크통에 숙성 시킨 후에 병입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샤토 기로는 다른 샤토에 비해 소비뇽 블랑의 블랜딩 비율을 높게 사용하고 있다.
저자가 마신 샤토 기로 2005년산의 포도품종은 세미용과 소비뇽으로 글라스를 타고 내려오는 풀 바디의 진득한 꿀 향과 마멀레이드 향이 압도하며, 오렌지, 복숭아, 열대 과일, 파이애플, 페트롤 향이 일품이며, 홍차, 구운 견과류 등이 복합적으로 올라오며, 중간 정도의 산도가 알코올과 단맛의 조화를 균형 있게 잡아주고 긴 여운이 오랫동안 기분을 향상시켜 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었으며 앞으로 25년 이상 숙성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음식과의 조화는 디저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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