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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시옹, 루(L'Ou)와인 그윽한 향그러움 우아한 맛
프랑스 루시옹, 루(L'Ou)와인 그윽한 향그러움 우아한 맛
  • 월간리치
  • 승인 2016.08.10 08:26
  • 호수 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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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 인접한 남프랑스 소도시 루시옹. 바위 절벽과 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이 곳에 작열하는 태양은 천혜의 와인 떼루아다. 연 300일 이상 햇볕을 쬐며 허브를 비롯한 야생초들과 어우러져 자란 다양한 품종의 포도로 빚은 유기농 와인은 감미롭다. 그 중에서도 샤토 루의 와인은 향그러움과 우아한 맛이 일품이다.


뛰어난 당도와 산도가 매력

이글거리는 태양이 작열하는 지중해 무더운 여름에 지난 2월의 추억을 못 잊어 다시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푸른 해변이나 물줄기가 시원한 계곡으로 훌쩍 떠나 휴가를 즐기는 7월에 남프랑스 루시옹의 와이너리 투어를 왔다. 지중해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로제 와인 한잔으로 더위를 달래보는 것도 어쩌면 사치일 수가 있다. 루시옹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200Km나 떨어진 남프랑스의 소도시이다. 피레네 산맥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루시옹은 지중해를 끼고 바위 절벽과 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천혜의 와인 떼루아를 갖고 있다.  
남 프랑스 루시옹에서는 '르 미디 와인(Le Midi Wine)'이라고 부르는데, `한 낮의 태양이 작열하는 땅에서 탄생한 와인'의 뜻으로 어느 지역보다 당도와 산도가 높고 매력 있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3개 다품종 유기농 와인

루시옹 와인의 역사는 그리스·로마시대부터이니 2700년을 헤아린다. 루시옹에 포도를 전파한 것은 기원전 7세기 그리스인이고 로마시대 지배 하에서 와인생산이 활발하였다.
한동안 보르도,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90년대 젊은 와인 양조가들이 자연의 떼루아를 살리고 천연 그대로의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면서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옛날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연간 300일 정도 쏟아지는 햇빛에 강우량도 연간 400mm이며, 다양한 토양(화강암, 석회암, 편암, 모래, 자갈 등)과 다양한 23개 종류의 포도품종, 지중해의 해풍이 새로운 와인세계를 만들고 있다.
특히, 포도밭에 ‘가리그(Garrigue)’라고 부르는 낮은 덤불과 야생 허브, 잡초들이 풍부해 자연적이고 독특한 향을 자랑하는 매혹의 유기농 와인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우렸다. 로즈마리, 라벤더 등의 허브 향이 어우러진 들꽃 같은 와인이 탄생하게 된 것.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한 그루 10송이씩만 길러

이번에 방문한 ‘샤토 루’는 역사가 매우 짧지만 와인 품질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세베린과 필립 부부는 오랫동안 무역상을 하던 도중에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 여행을 하다가 와인에 심취되었고, 와인을 생산하고 무역을 하고자 꿈을 갖게 되었다. 1988년에 세베린과 필립 부부는 프랑스에서 와인을 만들기에 천혜적인 조건을 타고난 지역이 루시옹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특히 다른 지역보다 포도밭을 매입하는데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예 정착해 유기농 와인 양조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와이너리의 이름인 ‘루(l'Ou)’는 스페인 카탈루냐어와 프랑스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로 ‘달걀’을 뜻한다. 새로운 시작과 부활의 의미를 함축하는데, 공교롭게도 와이너리를 지은 터 앞에 달걀모양의 연못이 브랜드 이미지와 일치하였다고 한다.
세베린과 필립 부부는 처음부터 자연 그대로의 떼루아를 와인에 표현하고자 자연친화적인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포도나무 한 그루당 10송이 이내로 하였으며, 좋은 포도를 선별하기 위해 직접 손 수확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발효통과 오크통에는 무지개 색깔로 7개의 빛의 띠를 둘렀는데, 아름다운 오크통과 발효 통은 이 와이너리의 상징이 되었다.


도자기 통에 자연발효 외고집

이 와이너리에서는 오크통에 직접 포도를 넣어 발효시키면서 매일 수작업으로 발효돼 가는 포도를 휘저어 순환시키며, 한국 김장독처럼 공기가 순환될 수 있게 도자기 재질의 암포라 통에서 와인을 발효·숙성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이렇게 자신들만의 독특한 와인 세계를 구축한 결과, 루 와이너리는 국제적인 와인품평회에서 서서히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명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88점을 주었고, 와인 스펙테이터에선 94점, 한국와인챌린지에선 금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와인 반열에 올랐다.
‘샤토 루’에서 6종류의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을 시음하였는데 와인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었다. 시음한 와인 중에 시크리트 드 쉬스터(Chateau de l'Ou Secret de Schistes)'는 '편암의 비밀'이란 뜻의 와인으로 루시옹 와인의 비밀을 간직한 대표적인 와인으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입 안 가득 감동의 조화

나의 입맛에는 쉬라 포도품종 100%로 만든 인피니멘트 2014(Infiniment 2014, Syrah)가 인상적이었다. 뉴 오크통을 사용하여 깊고 진한 보라의 붉은색을 띠며, 신선하고 개성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고 검붉은 과실 향과 다양한 향신료 향이 일품이다. 그 중에서도 로즈마리, 바이올렛, 카시스, 토스트 향이 기분 좋게 코를 자극한다. 마셔보면 입안을 가득 채워주는 미네랄과 함께 지중해 해풍의 맛을 풍기는 미세한 소금맛과 더불어 풀 바디의 우아한 맛, 검붉은 과실 향과 묵직한 타닌의 조화도 인상적이며, 장시간 지속되는 여운이 일품이다.
음식과의 조화는 쇠고기 스테이크, 로스트 비프, 양고기, 장작불에 구운 소시지, 전형적인 양념을 친 동양음식, 돼지불고기, 삼겹살 구이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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