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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카바이 와이너리 오렌지 와인 설렘이 감동으로
슬로베니아 카바이 와이너리 오렌지 와인 설렘이 감동으로
  • 월간리치
  • 승인 2017.06.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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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에 찾아간 카바이(Kabaj) 와이너리는 가뭄을 달래주는 봄비 속에 목가적 평온함이 가득한 풍경화로 다가왔다. 아직 우리에게 낯선 와인 소국이지만 역사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산 좋고 물 좋은 슬로베니아 떼루아가 오렌지 빛깔에 산도가 높고 강렬한 풀바디에 맛의 여운이 오래 남는 명품으로 태어난다.

오렌지 와인의 본고장이라고 하는 슬로베니아에 와인투어를 갈 기회가 와서 가슴이 많이 설렌다. 5월 중순 봄비가 가뭄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날씨였지만 이탈리아 아드리아해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 공항에 내려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을 몇 번인가 오가며 처음 도착한 고리스카 브르다(Goriska Brda)의 야산언덕에 위치한 카바이(Kabaj)와이너리는 지금 생각해도 매우 인상이 깊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브르다 와이너리에서 바라보는 포도밭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매우 목가적이면서 평온하고 다른 국가의 포도밭 풍경과 사뭇 달랐다.


누가 와인 변방이라 했나

와인의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럽 동남부 발칸 반도에 위치한 와인의 소국 슬로베니아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시대 때부터 와인을 생산했다. 옛 소련 통치 하에서 침체기를 겪었지만 1991년 6월 25일 유고연방에서 독립을 한 후부터 활기를 되찾았다. 그래도 아직은 양질의 와인이 생산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생소하고, 심지어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북쪽에는 오스트리아와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끼고, 서쪽에는 이탈리아, 동쪽에는  헝가리, 남쪽에는 크로아티아와 아드리아 해가 맞닿아 있는 작고 아름다운 국가로 산 좋고 물 좋은 유럽의 금수강산이라고 부른다.
와인의 오랜 된 역사와 뛰어난 품질에 비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옛 소련 영향권 아래 유고슬로베니아 연방이던 시절, 전통적인 가족단위 와인생산 방식을 고수했던 탓이다.


유기농법 수작업 양조로 수출 대박

덕분에 지금도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 포도농사법과 가족이 운영하는 전통방식의 수작업 와인 양조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 붐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전 영국의 와인저널 디켄터의 크리스 머서(Chris Mercer)씨가 자신의 칼럼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이 ‘오렌지 와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여 세간에 관심을 모았다.
5000년 전에 고대 조지아는 크베브리(Qvevri)에서 포도의 껍질, 씨 등의 오랜 발효 침용 과정을 거쳐 필터링을 하지 않아 와인의 색깔이 오렌지색이기 때문에 후에 오렌지 와인이라고 명칭을 얻게 되었다.


오랜 숙성 오렌지 빛에 경탄

조지아 크베브리를 사용한 친 자연주의 오렌지 와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바이(Kabaj)와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카바이 와이너리의 역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장 미셸(Jean Michel)이 1989년 슬로베니아의 미인 카트야 카바이(Katja Kabaj)를 만나 결혼하면서 카바이의 고향으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부인의 이름을 와인 브랜드로 정하였다.
장 미셸은 프랑스 보르도, 랑그독, 이탈리아 피에몬트, 베네토 등에서 와인 양조가로 일하면서 자신의 와인 양조 세계를 열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1993년도 처음으로 카바이 와인을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로 선보인 바 있다. 이후 7000년 역사의 조지아 크베브리 와인 양조에 푹 빠져 고대의 전통적인 포도재배와 양조를 실현하고자 모험을 한 끝에  최고의 포도품종(Ribolla, Malvasia, Sauvignon Vert;Tokai)을 재배하고 직접 손 수확하여 암포라(Amfora)와인, 즉 오렌지 와인을 출시하여 조지아를 놀라게 하였다. 
그는 “슬로베니아의 떼루아는 자신이 일하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것과는 다르므로 와인의 양조는 떼루아를 반영한 자신의 양조 철학과 영감이 명품의 와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농익은 향, 강렬한 풀바디 감탄

카바이 와이너리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모두 합해 12 헥타르의 포도밭을 경작하며  화이트와인(Ribolla Gialla, Tokai Friulano, Pinot Blanc, Pinot Gris, Sauvignon, Malvasia)은 80%, 레드와인(Merlot, Cabernet Sauvignon, Cabernet Franc, Petit Verdot)은 20%를 생산하는데 포도나무의 수령은 30년 정도이다.
필자는 13개 와인을 와인셀라와 점심과 함께 먹으면서 테이스팅을 하였는데 가장 인상이 깊게 느껴졌던 와인은 화이트 와인 리볼라 2012(Ribolla, 2012) 오렌지 와인이었다. 리볼라 포도품종은 서유럽 포도 품종 중 하나로 그리스에서 유래했으며 이탈리아를 통해 슬로베니아에 온 토착 품종으로 1256년에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렌지 컬러에 호박색을 띤 아름다운 빛깔이 매우 유혹적이며, 푹 익는 과일향이 코끝을 감싸고, 우리나라의 묵은 간장 향이 올라왔다. 그리고 바닐라, 백도 향이 매우 우아하게 올라오고, 농익은 과일 맛, 리볼라 특유의 포도 맛, 미네랄이 인상적이다. 산도가 매우 뛰어나고 강렬하며, 풀 바디하면서 여운이 매우 오랫동안 지속이 된다. 음식과 조화는 닭고기, 오리고기, 돼지고기와 어울리며, 야채 요리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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