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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폴드 그랜지(Penfold's Grange) 와인 열정과 집념이 빚어낸 ‘명품’
펜폴드 그랜지(Penfold's Grange) 와인 열정과 집념이 빚어낸 ‘명품’
  • 월간리치
  • 승인 2009.09.28 01:22
  • 호수 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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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품종 중 호주 쉬라즈(Shiraz)는 타닌 성분이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만큼 많으며 진하고 텁텁한 맛을 내고 후추향 같은 스파이시한 맛과 산도가 있어 많은 와인 애호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포도 품종은 이란의 시라즈 마을에서 프랑스 론지방으로 가서 각광을 받았으나 호주에서 꽃을 피우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특히 와인메이커 막스 슈베르트(Max Schubert)의 열정과 집념이 빚은 ‘펜폴드 그랜지’ 와인 덕분에 세계적인 명품와인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지난 1995년에는 유럽과 미주와인을 제치고 ‘와인스펙테이트’에서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되어 또 한 번 와인애호가들을 놀라게 했다.

남부호주의 중심지 아들레이드시에서 승용차로 약 40분 정도 거리의 매길(Magill) 마을에 펜폴드 와이너리가 거대한 공장처럼 길가에 모습을 드러낸다. 
펜폴즈 와인은 영국인 의사 크리스토퍼 로슨 펜폴드가 1844년 영국에서 호주 애들레이드로 이사를 오면서 프랑스 론지방에서 가져 온 묘목을 심고 환자를 위한 약용 와인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호주의 명품 레드 와인인 그랜지의 탄생은 고통스럽고도 오래시간이 걸렸다. 1950년대 펜폴드의 와인 양조장이었던 막스 슈베르트는 보르도의 유명한 샤토를 여행하면서 하나의 포부를 가졌다.
뛰어난 클라렛(claret)와인과 론에 비교할만한 복합성을 가진 쉬라 와인을 벤치마킹하여 잘 숙성된 호주산 레드 와인을 양조하고자 한 게 그것이다. 이 같은 포부를 가지고 바로사 밸리로 돌아와 자신과의 싸움에서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선 승리의 와인을 만들었다.
막스 슈베르트는 팬폴드 부부가 당시 살았던 농장집 이름을 따서 그랜지라는 이름을 와인라벨로 사용하면서 펜폴드의 명성을 높이고자 했다.
1951년에 쉬라즈 포도품종으로 5배럴의 레드 와인을 실험적으로 양조했으며 1952년에 동일한 양조방법을 반복했고, 1953년 빈티지는 100%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양조한 세 번째의 실험적인 와인을 만들어 주변의 와인전문가들을 초청해 시음회를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대참패였다. 심지어 무례할 정도의 악평을 받아 심적인 고통을 받기도 했다.
다소 완고한 막스 슈베르트는 경영진의 생산 중단 명령을 어기고 조용히 은밀하게 그의 충성스러운 직원들과 함께 그랜지 와인을 계속해서 양조했다.
1960년에 펜폴드 경영진들에게 초기 와인을 다시 테이스팅 하도록 했다. 그때부터 과일의 풍부함과 깊은 향을 피우기 위한 타닌이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주와인의 선두에 우뚝 서게 된 펜폴드 그랜지 와인은 1962년 시드니 와인쇼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세상에 보란 듯 드러내면서 차마 마시기 어려웠던 거친 타닌은 실크처럼 부드러워지고 완벽한 밸런스에 맛의 깊이와 세련미가 더해졌다.
이 대회에서 펜폴드 그랜지는 금메달을 수상했고 이후 막스 슈베르트가 은퇴할 때까지 무려 50개에 달하는 금메달을 받았다. 
와인 하면 누구나 최고로 치는 프랑스 와인의 아성을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 호주 와인인 펜폴드 그랜지는 이제 전 세계 와인수집가들이 기다리는 세계적인 와인이 됐다.
펜폴드 그랜지와인은 포도를 단일 포도원에서만 취급하지 않고 바로사 밸리, 남쪽 배일지역, 심지어 패서웨이, 때로는 헌터벨리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다.
연간 총 생산량이 5000~10000 케이스로 해마다 빈티지별로 다르다. 좋은 포도의 균형과 산화된 복합성을 가진 그랜지 스타일을 얻기 위해 스텐리스에 발효를 시키고 18개월 동안 뉴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키며 쉬라즈에 1~13%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을 한다. 음식과의 궁합은 사슴고기, 사냥한 멧돼지 구이와 잘 어울린다.
저자가 마셔본 펜폴드 그랜지 1997(Penfold's Grange 1997)은 와인글라스 중앙의 강렬한 블랙 컬러와 끝부분이 양홍색을 띄고 있었다. 게다가 잘 익은 뽕나무 과일의 뛰어난 복합성을 가진 달콤한 향 그리고 정제된 실크 같은 타닌의 부드러움이 압권이었다.
호주산 쇠고기 스테이크와 함께 먹으면서 신토불이의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체험하게 됐다. 너무 일찍 개봉해 약간 풋풋한 맛과 향도 있었지만 향후 3년만 기다렸으면 완벽한 맛과 향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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