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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외환위기의 악몽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외환위기의 악몽 끝나지 않았다!
  • 월간리치
  • 승인 2009.03.15 20:05
  • 호수 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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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초 미국의 부실 부동산 부문인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은 이제 21세기 최초의 아니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0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조금 오를 뿐 이른바 ‘디커플링’ 테마에 힘입어 순항을 거듭하던 우리 경제는 이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폭등하고 경기가 급강하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충격을 방불케 하는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외화 차입 여건이 악화되고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실물경제 전염효과가 본격화 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견인차인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 2의 외환위기가 오고 있나?

이런 가운데 점차 제 2의 외환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영국의 유력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만 사태 직전인 2008년 8월 “한국: 1997년 되감기”라는 비장한 제목의 칼럼을 실은 바 있다.
외환위기 10년을 넘기며 원/달러 환율 900원선의 일시 붕괴와 더불어 샴페인을 터뜨리던 게 불과 1년도 안 된 일인데 이내 다시 새로운 외환위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루어진 핵심적인 논거가 바로 은행권의 공격적인 대출과 외화 차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이었다.
이후 한국은 외화유동성 경색을 매개로 환율을 비롯해 채권, 주가 등 제반 가격 변수들이 소용돌이를 치는 가운데 ‘돈맥 경화’와 신용경색의 극심한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하에서는 우리 경제의 현황과 향후 진로를 가늠하기 위해 외환위기 당시 경제 환경과 지금을 비교하고 있다. 기준은 ▲글로벌 경제 여건 ▲국내 거시경제 상황 ▲국내 미시경제 상황 ▲대외 채무 및 신인도 ▲거시경제 정책 및 사회안전망 등 모두 다섯 가지다.

1997년 외환위기와 現 경제위기 비교

우선 글로벌 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 최근의 대외 여건은 보다 악화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미국 경제는 IT경기 호황으로 경기 상승국면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유럽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글로벌 실물경기는 양호한 편이었다.
반면 2008년 상반기 중 유가급등 충격에 이어 하반기 이후 금융 불안의 전염효과로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올 2월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이 재개될 가능성도 부각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거시경제적 상황을 살펴보면 지난 1996년 이후 국내경기는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반도체가격의 추세적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됨에 따라 경상수지가 수 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수출의존적 한국경제에 악순환을 초래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와 유사하게 2008년 중에도 하반기 이후 경기둔화가 가시화 되는 가운데 유가상승으로 인해 교역조건이 약 -14.8%(1996년 당시 -9.5%)로 급속히 악화되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됐다. 특히 경제의 내수 비중이 점차 축소된 반면 수출 비중이 점차 확대된 점에서 공통된 특징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대외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는 측면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재정수지는 GDP 대비 ±1~2% 내외로 다른 거시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미시경제적 상황은 어떤가?

먼저 기업부문을 살펴보면 1997년 한보?기아 등 대기업의 연쇄적인 부도를 계기로 기업의 부채비율이 400%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기업의 신용위험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최근(2008년 9월말 기준)에는 기업의 부채비율이 104.3%로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개선됨에 따라 (대)기업의 재무 상황이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대기업의 낮은 부채비율로 인해 최근 금융부문의 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1997년 중 은행의 BIS비율은 약 7%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12% 수준으로 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상태다.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의 부실이 바로 금융권 건전성 악화와 직결됐으며 최근에는 대기업의 재무 상황이 건전함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던 때문이다.
다만 금융권 대출이 외환위기 당시에는 주로 대기업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점차 중소기업 및 가계부문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들어 중소기업 및 가계의 부실 가능성이 부각됨에 따라 향후 금융권의 신용리스크가 상승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가계측면에서는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리스크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 발생 당시 GNI대비 30%대에 불과했던 가계신용이 2008년에는 약 90% 내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급증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미분양 물량으로 매물 압박으로 작용하고 경기침체로 부동산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 향후 가계의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1997년에 비해 대출 금리가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가계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 채무부담 및 신인도는 안정적이지 않다?

대외 채무부담 능력과 이에 따른 대외 신인도는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다소 개선되기는 go했으나 안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대외 유동성 리스크를 대표하는 지표인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8년 12월말 기준 75.1%로 1997년 312.5%에 비해 크게 안정된 상황이다. 또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의 국가 등급도 외환위기 당시 하락했으나 최근에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점도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1997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대외채무 비중이 1997년 33.7%에 비해 높은 44.2%를 보이고 있으며 환율이 급등한 1998년 IMF 시기(47.3%)와 유사한 수준이다.
또한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 외채 비중도 IMF가 요구하는 안정적 수준인 6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최근 다시 400bp 이상으로 재상승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 불안이 재개되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정책 및 사회 안전망을 살펴보면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거시경제 정책이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기타 고용 안전망 및 연금제도 등 사회 안전망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외환보유고 확대를 통한 환율안정이 주요 목표이어서 고금리 등 긴축 정책을 취함에 따라 내수가 보다 위축되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반면 최근에는 외환보유고가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물가상승 압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음에 따라 경기침체 방어를 경제 정책의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저금리 등 통화정책과 더불어 적극적인 경기부양 재정정책을 취하고 있다. 또한 IMF 당시에 비해 고용 안정망이 보다 확충되어 있으며 연금제도도 성숙됨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악화 정도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위기와 현 상황 비교

구분
외환위기 당시(1997)
현재
글로벌
 여건
실물
대체로 양호
실물경기 둔화 가속화
(유가 충격, 글로벌 금융불안)
금융
동아시아 위주 불안
미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불안
국내 거시
경제 상황
실물
96년 이후 하강국면
: 경상수지 적자(교역조건 충격)
하반기 이후 경기둔화 가속화
: 내수부진 및 경상수지 적자(유가충격)
: 내수?수출 동반 부진(글로벌 금융위기)
금융
금융시장 불안(대기업 부도, 동아시 금융불안 전염)
금융시장 불안(외화유동성 경색)
재정
양호
: GDP 대비 -1.4%
양호
: GDP 대비 약 +3.8%(2007년)
국내 미시
경제 상황
기업
대기업 부도발생
: 기업 부채비율 424.6%
기업 재무 상황 양호
: 기업부채비율 104.3%(2008년 9월 기준)
금융
주로 대기업 금융 ==> 불안
: 은행 BIS 비율 7.06%
가계 및 중소기업 금융 비중 증대
: 은행 BIS 비율 12 수준(2008년)
가계
부채비율 경미
: GNI 대비 가계신용 30%대
가계 부채비율 증가
: GNI 대비 가계신용 90% 내외(2008년)
대외채무 및 신인도
대외채무
소폭 증가
: GDP 대비 대외채무 비중 33.7%
빠르게 증가
: GDP 대비 대외채무 비중 44.2%(2008년)
단기
대외 채무
단기외채 급증
: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대외채무 비중 312.5%
단기외채 소폭 증가
: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대외채무 비중 75.1%(2008년)
대외신인도
무디스(A1==> Ba1)
국가신용등급 변동 없음
거시경제정책 및 사회안전망
거시경제
정책목표
환율 안정
경기침체 방어
정책 운용
긴축 금융 및 재정
(98년 하반기 이후 확장정책 전환)
확장 금융 및 재정
구조조정
정부주도
민간주도 원칙
사회 안정망
고용 안전(실업보험 등)망 및 연금제도 미약
고용 안전망 개선 및 연금제도 성숙

주: KDI, 기획재정부, 수출보험공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극복해야”

최근의 경제위기는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글로벌 네거티브 충격이 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기업 부도로부터 비롯된 경제 펀더멘탈의 악화와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로부터 경제위기가 초래됐다.
반면 최근에는 국내 경제 여건이 비교적 양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가급등 및 글로벌 금융 불안 등 대외충격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외 충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국내 경제가 위기를 경험하게 된 측면도 있으나 그 근저에는 국내경제가 대외지향적 정책으로 인해 내수기반이 취약해진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와 그 이후의 경제여건 변화를 고려해 볼 때 최근의 경기침체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기업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보다 개선됐고 정책당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경기침체 방어를 목적으로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 안정망도 보다 확보됐으며 외환위기를 경험한 학습효과로 인해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경기의 악화 정도는 덜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의 경제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와 동반하는 관계로 대외 여건의 향방에 따라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급속한 경기침체를 경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큰 변화를 보여 왔다.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비즈니스 관행을 혁파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소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선진 경제에 부합하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 및 비즈니스 환경이 자리를 잡아 왔다.
하지만 정작 선진 경제의 본산인 미국에서 불어 닥친 역풍에 지금 우리 경제는 극도로 취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전도된 형태의 외환위기’라고 할 수 있지만 결론은 동일하다. 경제 선진화와 개방화에 걸맞는 내재적 안정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아직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지워버리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원/달러 환율 및 단기외채 비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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