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장에게 말 걸기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장에게 말 걸기
  • 월간리치
  • 승인 2010.12.31 19:18
  • 호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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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증에 의한 사망률’이란 통계가 없어지는 날이 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런 꿈같은 날이 오기 전까지 몸 관리는 스스로가 해야 한다. 심장 건강 지키기에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놀라운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금연,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 혈압, 체중관리 등 꾸준한 자기관리가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몇 해 전부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들에게 본인이 느끼고 경험했던 심장 질환이라는 질병에 대해 한 번쯤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갖자는 취지에서 병상 수기 형식의 작문 숙제를 내주고 있다.

공포스런 고통의 순간

외래에서 A4 용지와 우표가 붙은 편지봉투를 나눠주면 처음엔 글재주가 없어서 못 쓴다던 환자들이 일주일 뒤에는 장문의 편지를 써 보내온다. 수기 하나하나마다 구구절절 어찌나 사연이 많은지, 인생 자체가 소설이라고 할 만큼 재미난 경험에서부터 협심증이 있는 친구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했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의사인 필자가 쓴 글들보다 훨씬 더 현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입원 중이나 외래 진료 시간에  못했던 이야기들도 스스럼없이 적혀져 있다.
그 중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거나 심장마비로 비명횡사하는 장면들은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그것은 인생을 단번에 집어 삼키는 재앙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인사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도 실천했습니다. 생활습관도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러다 심장질환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놀라고 몸과 마음이 무척 괴로웠지만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건강관리에 더욱 최선을 다 했습니다.
어디에 통증이 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쇄골 뼈부터 명치 아래까지 덕지덕지 파스를 붙였습니다. 알싸한 느낌이 드는 가슴을 우는 아이 달래듯 몇 번이고 쓸어내렸습니다. 재발한 것일까?
안방 한쪽 귀퉁이에 덩그러니 주저앉아 있자 걱정과 공포가 순식간에 온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진정시키고자 몰아 쉰 큰 숨 끝에 눈물이 달려 나왔습니다. 불안함 탓 일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언젠가 다시 더 큰 통증이 찾아올까봐 걱정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던 첫 번째 수술 이후 다시 한 번 같은 일이 반복되고 나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온 몸이 아픈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또 한 번 살아남았으니 빨리 괴로움에서 벗어나 편안해지고 싶습니다. 아주 간절하게요.”
응급실에 실려 왔던 환자들은 병명이 뭔지도 잘 모르고 그저 아픈 것이 사라져 “이제는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퇴원할 생각만 하는 이들은 간호사와 영양사에게서 교육을 받으면 십중팔구 “담배도 못 피우고, 맛난 음식도 못 먹게 하고, 원수 같은 협심증에 걸려 좋은 시절 다 갔다”라고 불평한다는 것이다.
반면 협심증과 함께 몇 년을 보낸 환자들은 좀 다르다. 처음 퇴원한 후에는 담배를 끊어보려고 노력하고 식생활도 바꾸고 운동도 하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느슨해지고 약 타러 오기 귀찮아한다. 또 약은 생각나면 먹고 담배를 다시 피우고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다가 재발을 경험한다. 물론 후회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재활 교육 내용대로 꼼꼼하게 관리하면서 약도 잘 챙겨 먹었는데 재발했다는 환자도 간혹 있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체한 줄 알고 손을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먹거나 하지 않고 증상을 느낀 즉시 응급실로 왔다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정말 다행스러운 진전이다. 이들의 글을 읽으면 보람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심근경색증에 의한 사망률’이란 통계도 없어지는 날이 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같은 날이 오기 전까지 몸 관리는 스스로가 해야 한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놀라운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관리가 방법
 
흡연, 스트레스,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관리 등에 답이 있다. 예측 가능한 문제라면 미리 원인을 제거해 예방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특히 식습관은 어른들도 문제지만 인스턴트 음식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에게 더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벌써부터 20~30대 심근경색 환자가 늘고 있으니 말이다.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즐겁게 사는 것은 좋지만 햄버거, 라면이 주식이라면 곤란하다. 필자 역시 담배는 피우지 않으며 틈나는 대로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을 찾는다. 모든 이들이 심장 질환에서 자유롭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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