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s National & State Park. 1968년) “내가 자연이 되고 숲이 내가 되는 곳”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s National & State Park. 1968년) “내가 자연이 되고 숲이 내가 되는 곳”
  • 월간리치
  • 승인 2011.11.11 20:47
  • 호수 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하이페리온이 있듯이 캘리포니아 북부 300 마일 떨어진 곳에도 하이페리온이(Hyperion) 있다. 전자의 하이페리온이 고층 빌딩이라면 다른 하나는 생명체다. ‘태양의 아버지’라는 그리스 신화 속 하이페리온 이름이 붙여진 이 생명체는 그 길이만 해도 축구장 골대와 골대사이의 거리만큼 길고 평균 수명만 해도 4~8세기를 살 정도로 오래 산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력 신문지 크로니클에서 처음 이 생명체를 발견하고 쓴 기사의 헤드라인의 첫 번째 단어가 “유레카(Eureka)!”이었다. 자연이 주는 놀라운 경이로움에 대한 찬사였다.
“세계에서 가장 키 큰 나무 발견 높이 378.1피트(약115m)"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약 800년 만에 사람들에게 처음 소개된 생명체는 나무, 레드우드였다. 수천 년의 비경이 아직도 살아 숨 쉬며 레드우드가 군락을 이루는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이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감탄사
 
레드우드 숲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터지는 탄성은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탄사다. 300피트 이상 되는 거목들이 안개 낀 해안선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 있는 모습에 관광객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는다.
연둣빛 이끼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나무에 에둘러 레드우드 나뭇가지에 붙어 천년을 살아 숨 쉬고 성인의 키만 한 고사리가 원시림 안개 속에서 자라는 판타지의 세계 레드우드 국립공원. 영화 ‘쥬라기 공원’의 배경 장소로 세계인에게 알려져 있는 곳이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 북부해안 지대에 위치해 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 약 300여 마일, 유레카 북단에서 크레센트(Cresent)마을까지 50여 마일(65Km)에 걸쳐 아름다운 태평양 해안선을 포함할 정도로 광활한 지역에 레드우드 국립공원이 있다.
그 위에는 오레건(Oregan)주가 맞닿아 있고 주변에 제디디아 스미스 레드우드(Jedediah Smith Redwoods State Park), 델 노르트 코스트 레드우드(Del Norte Coast Redwoods State Park), 프레리 크리크 레드우드(Prarie Creek Redwoods State Park)의 3개 주립공원을 포함한 총 면적만 231㎢의 광대한 지역이 레드우드 국립공원이다.
19세기 초 서부로 이주민들이 이주할 무렵 지금의 오레건 남부에서부터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까지 레드우드는 약 200만 에이커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했다고 한다.
일반 나무와는 달리 나무들이 거대하여 일반 톱과 도끼로는 자를 수 없어 처음 발견한 당시만 해도 벌목의 피해는 없었으나 1930년대 새로운 벌목 기계로 인해 레드우드 역시 대대적인 벌목이 자행됐다고 한다. 레드우드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목질 면에서 단단하고 결이 고르며 열이나 해충에 강해 건축자재로 인기가 높아 당시 수요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미국 전역에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고 이주한 이주민들이 점차 늘면서 목재 수요 역시 팽창됐고 그 결과 200만 에이커의 레드우드 지역은 25만 에이커로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고 한다. 불과 20~30년 사이 만에 발생된 비극이었다. 레드우드 지역 10분의 1만 생존됐고 90%가 떼죽음을 당하는 실로 무자비한 자연 파괴였다.
1960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National Geographic Society)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레드우드는 아마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이 단체는 시민운동가들과 더불어 레드우드 보호에 착수했고 6만4000 달러를 투입하여 레드우드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1968년 존슨 대통령 시절 국립공원으로 선정됐고 1978년에는 레드우드 경계선이 이전보다 넓게 변경됐으며 1980년 세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이웨이는 레드우드의 진수

레드우드에는 솔방울 열매가 달린다. 한 솔방울에 50~60개의 씨앗이 들어있는 큰 거목에 비해 솔방울은 그 크기가 터무니없이 작다. 보통 사람 엄지손톱 크기 정도다. 솔방울이 익으면 바람에 떨어지는데 어미 나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변에서 뿌리를 내리며 싹을 튼다고 한다.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는 살지 못한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레드우드의 거목 옆에서 뿌리를 내린 어린 레드우드의 생존확률은 100만분의 1 정도로 극히 희박하다. 어린 레드우드가 자라기에는 큰 거목들이 밀집한 채 햇빛과 수분을 독차지해서 생명력이 낮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레드우드는 필요한 물의 25%에서 50%를 안개에서 흡수하여 메마른 건기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그 뿌리는 주근(Tap Root)이 없이 얕은 뿌리로만 이루어져 있다.
레드우드는 세 가지 종이 있다. 키가 높게 자라는 코스트 레드우드(Coast Redwood), 1850년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발견된 가장 크고 무게가 무거운 자이언트 레드우드(Giant Redwood 혹은 Big Tree), 1944년 중국 어느 마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 사는 레드우드종인 돈 레드우드(Dawn Redwood)가 있다.
그동안 돈 레드우드는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는데 살아 있는 돈 레드우드를 발견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레드우드 공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여 레드우드 속을 달리며 느껴야 한다. 긴 해안선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 사이로 하이웨이 101번 도로가 관통하고 있다.
레드우드의 진수는 이 하이웨이에 있다. 드라이브 코스가 환상이라는 말 갖고는 부족할 정도의 하이웨이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당연 거목들의 거리(Avenue of the Giants)라고 불리는 50km의 구간이다.
그 구간 속을 자동차로 달릴 때 높이 90m의 거목들이 양 사이드에 도열하듯 늘어선 장관과 그 상쾌함과 시원함은 대형어휘사전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감히 단언할 정도의 코스다. 저절로 입이 벌려진 진 채 “와~, 어~, 야~”라는 탄성이 자신도 모르게  호흡처럼 연속해서 터질 뿐이다.
한 낮에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려야 할 정도로 햇빛조차 차단된 울창한 숲 속이 약 50km 이상 펼쳐진다. 한 가지 더욱 완벽하게 그 경이로움과 상쾌함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은 필히 오픈카를 준비하라고 권한다. 오픈카를 타고 달려본 사람만이 아는 또 다른 감동이다.
하이웨이 101번 도로에서 레드우드 강과 교차되는 지점에 오릭(Orick)이라는 시골마을을 조금 지나면  우측에 볼드 힐 로드(Bald Hill Road)라는 이정표가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길인데 이 길로 약 2 마일쯤 들어서면 존슨 대통령 부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레이디 버드 존슨 그로브(Lady Bird Johnson Grove)’라는 레드우드가 밀집된 오솔길이 나온다.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약 1마일 정도 산책도로가 숲 속에 만들어져 있다. 자연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오솔길이다. 그 길을 따라 약 7-8마일 올라가면 세계에서 제일 키가 큰 나무가 있는 ‘톨 트리 그로브(Tall Trees Grove)’ 지역에 이른다. 거친 길 때문에 일반 차량들은 쉽게 주행하기 힘든 지역이다.
사전에 레드우드 인포메이션 센터(Redwood Information Center)에서 버스운행시간을 알아보고 미리 버스표를 구입해야 하는 것이 훨씬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일반 버스가 아니다. 거친 길을 달릴 수 있는 특수하게 제작된 버스다.
하이페리온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가장 높은 나무였던 스트래토스피어 자이언트(Stratosphere Giant)는 록펠러 수림(Rockefeller Forest)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불행하게도 현재 관람객들은 그 나무를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거목에 대한 보호 아래 국립공원의 관계자들이 그 위치는 물론 어느 곳에서 자라는 것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위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관계 당국자들뿐이라고 한다.
다시 같은 방향으로 10여 마일 정도 올라가면 클라마스(Klamath)에 도착한다. 시 외곽을 따라 흐르는 클라마스 강이다. 캘리포니아는 겨울철이 우기다. 따라서 겨울철 강의 수심은 매우 깊으며, 여름은 낮다. 강을 건너 약 2마일 지나면 전망대로 가는 레쿠아(Requa) 길이 있다.
여행 만족도에 결코 부족하지 않았던 레드우드의 드라이브 코스에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여행의 부족한 것이 혹시 1% 정도 쯤 남아 있다면 이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그 부족함은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레드우드의 숲과 해안 경치가 180도 끝없이 장쾌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달려가고 싶다”

푸르른 하늘조차 레드우드의 빽빽한 숲에 그만 한 줌 그 쪽빛마저 들여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한 원시림과 그 거목들 사이로 수 만년의 역사가 신화처럼 흐르고, 태고의 신비로움이 거목 구석구석 에둘러 쌓여 있는 붉은 숲!
오픈카로 숲속을 달리다보면 몰아일체의 경험이 저절로 탄성으로 터지는 숲!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내가 자연이 되고 숲이 내가 되는 곳 레드우드, 90m 거목이 동화 속 판타지처럼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붉은 숲이 되어 쑥쑥 눈앞에 펼쳐지는 곳, 러시아워에 차가 막힐 때마다 갑자기 느닷없이 달려가고 싶은 곳이- 레드우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