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주소 와이너리(Juso Winery).....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주소 와이너리(Juso Winery).....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4.02.2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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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묻어나는 전통의 향기

 

 

 

조지아의 가을 날씨는 우리나라보다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이 잦았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룸스(Rooms) 호텔에서 와인 최대 생산지인 카헤티(Kakheti)까지 거의 두 시간 정도 걸려서 주소 와이너리(Juso Winery)에 도착했다. 일반 가정집처럼 소박한 건물은 마을의 산 중턱 어귀에 있었고, 마당에는 감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주소(Juso)의 손자이며 창업자인 라사 주소(Lasha Juso)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주소 와인(Juso Wine)은 고대 조지아 전통 크베브리(Qvevri : 와인을 만들고 숙성하고 저장하는 데 사용하는 달걀 모양의 전통 토기)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며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로 유명하다고 했다. 조지아에서 크베브리(Qvevri) 양조방식으로 만드는 와인은 인류의 소중한 무형 유산이며 오렌지 와인과 유기농 와인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2018년 카헤티에 자리한 주소 와이너리는 두형제(Lasha와 Giorgi Khvedelidze)에 의해 설립됐다. 가문의 전통을 되살려 할아버지 이름인 주소(Juso)를 딴 크베브리(Qvevri)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연간 총 18t의 와인 생산 체계를 갖춘 내추럴 생산자며 17개의 크고 작은 크베브리(Qvevri) 시설을 갖추고 있다. 1840년부터 조상은 1455년 이메리티 왕국(Kingdom of Imereti)이 건설된 이메리티 지역의 트켐로바나(Tkemlovana) 마을에서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크베브리(Qvevri)를 제작한 장인이었다고 한다.
 
주소 와이너리는 가족의 오랜 전통의 와인 양조방식을 되살리고, 조상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크베브리에 와인을 양조하는 것은 가문의 사명이었다. 주소 할아버지는 카헤티 지역에서 고품질 와인 생산에 평생을 바친 분이며 유명한 와인 양조자이자 와인 전문가로 조지아에서 병입 와인을 만들어 유통하는 와이너리를 세웠지만, 소련이 붕괴한 후에 문을 닫은 아픈 사연이 있다. 그 후에 20년 동안 주소 가족은 전통적인 크베브리 와인을 양조해 왔지만, 개인적인 하우스 와인으로 사용했다. 1960년부터 가족들은 틈틈이 모은 자금으로 5000km² 규모의 포도밭을 구매한 후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포도밭은 사가레조(Sagarejo) 지역의 이오리강(Iori River) 강 언덕과 코스타페(Kostaphé) 지역의 발트헤티강(Tvaltkhevi River) 강 언덕에 있다. 이곳 2개 지역은 아침저녁의 일교차가 18도로 심하므로 풍부한 당도를 갖출 수 있는 미세한 떼루아를 갖고 있어 르카치텔리(Rkatsiteli), 므츠스바네(Mtsvane) 포도 품종의 최적지다. 
  
방문 일행은 가정집 앞마당을 거쳐 작은 포도밭이 있고, 와인 테이스팅 룸으로 가서 주소 와이너리를 역사, 조상의 자랑거리를 들은 후에 크베브리 와인 양조 시설을 둘러봤다. 깨끗하게 시설을 갖춘 양조장 안에는 크고 작은 크베브리 안에서는 와인이 익어가고 있었다. 창업자인 라사 주소(Lasha Juso)는 “주소 와인은 양조자 가족의 역사와 와인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거룩한 음료’라고 믿는다”며 “카헤티 지방의 유명한 와인 메이커, 와인 전문가이신 고(故) 주소 할아버지의 전통을 부활시킨 것은 가족의 큰 꿈을 실현한 것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남자는 적어도 1달 동안 36회 이상을 자신의 포도밭에 가야 한다’는 조지아의 속담처럼 매일 매일 포도밭에 발소리를 내고 사랑으로 포도밭을 손질하고 있다”고 했다. 

주소 와이너리는 인공 화학물질과 합성 화학물질 대신에 자체적으로 만든 유기 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포도밭은 다양한 해충과 질병에 걸리기 쉽지만, 매일 관리하면서 극복하고 있다고 하면서 조지아에서 150개 와이너리만 유기농 포도 재배를 한다고 했다. 역사는 짧지만, 2018년 6월 자신의 와인 중에 Saperavi Budeshuri Red Dry와 Rkatsiteli White Dry가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와인 대회와 제3회 국제 크베브리(Qvevri) 와인 품평회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수상해 품질을 인정받았다.

필자는 4개의 와인을 테이스팅했다. 모두 조지아 토착 포도 품종이라 매우 인상이 깊었다. 그중에 인상이 깊었던 와인 2개만 소개한다. 첫째 르카치텔리 2022는 크베브리에서 발효, 침용을 6개월 동안 하며 100% 스킨 컨택을 하고, 차차(Chacha: 포도 찌꺼기)를 제거한 후에 6개월 동안 크베브리에서 숙성한다. 색상은 아름다운 오렌지색, 아로마는 건강하고, 우아한 향으로 곶감, 스파이스, 꿀, 캐러멜, 구운 건과류, 열대 과일 향이 난다. 마셔보니 산도가 좋고, 풀바디의 질감으로 균형감이 뛰어나고 여운이 오래간다. 음식과 조화는 닭고기, 오리고기, 생선구이 등을 추천한다. 

둘째 사페라비 2021은 텔라비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만을 사용한다. 수확해 14일 동안 스킨 컨택하고 6개월간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 침용을 거쳐 차차를 제거한 후 12개월 동안 크베브리에서 숙성한다. 색상은 검붉은색, 아로마는 잘 익는 야생 베리, 오디, 흙, 오줌, 무화과 향이 난다. 마셔보니 알맞은 산도, 타닌의 수렴성이 느껴진다. 미디엄 바디의 균형감이 매우 탁월했으며 긴 여운이 입안에 맴돌았다. 음식과 조화는 양고기구이, 쇠고기 스테이크, 돼지고기 BBQ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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