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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한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프랑스는 한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유지선 프랑스 특파원
  • 승인 2024.04.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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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K-콘텐츠 편

 

일명 ‘프랑스의 교보문고’, 문화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프랑스의 대형 리테일 체인 ‘FNAC’ (프낙)의 CD 앨범과 LP판 판매 코너는 최근 4~5년 사이 엄청난 변화를 맞았다. K-팝이 본격적으로 메이저 음악 장르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높아지는 팬들의 수요에 따라 K-팝 앨범과 굿즈, 응원봉 등을 갖춘 K-팝 전용 매대가 생겼다.

메이저 대중 문화와 업계 트렌드를 다루는 프랑스 PR, 마케팅 전문 미디어 라데엔(L’ADN: 프랑스어로 ‘DNA’)의 메인 페이지에는 ‘서울, 새로운 할리우드’(Séoul: le nouvel Hollywood)라는 기획전이 걸려 있다. 해당 페이지를 방문하면 K-팝과 K-드라마, K-무비 등 K-콘텐츠의 막강한 영향력과 성공 요인, 현황을 분석한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다.

프랑스는 서양사와 서양미술사의 심장이라는 역사를 보유한만큼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식은 물론 소비력도 무척 높은 국가다. 그런 프랑스 미디어에서 한국과 한국의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K-푸드와 K-뷰티의 현황을 다룬 지난 호수에 이어 한국의 소프트파워의 큰 대들보 중 하나인 K-콘텐츠의 현황을 알아본다.

K-팝의 인식과 소비에 있어서 유럽은 주요 한류 소비국인 아시아권 국가에 이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영미권보다 더 늦은 후발주자로 시작했다. 한국 아티스트들의 유럽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CJ E&M을 비롯한 일명 3대 연예기획사인 SM·YG·JYP 엔터테인먼트였다.

2000년대 말부터 이미 유럽 시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10년대 초반부터 아티스트들의 유럽 공연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SM 엔터테인먼트는 소속된 모든 아티스트의 합동 공연 브랜드인 에스엠타운(SMTOWN)의 월드투어를 ‘2010~2012년 한국 방문의 해’로 기획, 2011년 6월 파리의 유수 공연장인 Le Zenith de Paris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틀간의 공연은 1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호응을 얻었다. 관객 98% 이상이 프랑스, 영국, 스페인, 핀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현지인으로 해당 공연을 위해 특별히 파리를 찾았다. 유럽 연합 내에 잘 구축된 교통인프라의 영향으로 국가 간 여행이 쉽고 이동 수단이 저렴한 덕을 봤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프랑스 내의 K-팝 붐에 화력이 더해졌다. 이를 이어가듯 2015~2016년 한·불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정점을 찍었다. 2016년은 특히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을 테마로 음식, 영화, 음악, 미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화행사가 개최됐다.

이에 힘입어 CJ E&M 주최 K-팝 뮤직 페스티벌 ‘케이콘’(KCON)이 2016년에 파리에 상륙했다. 케이콘은 정상급 K-팝 아티스트의 공연은 물론 K-푸드 시음회, K-팝 팬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 등을 총괄하는 복합 문화행사로 K-팝 관련 행사 중 가장 높은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일본과 미국, 아랍에미리트를 이어 네 번째로 KCON 주최국으로서 유럽의 K-콘텐츠 소비 강국임을 증명했다.
2016년 이후로 K-팝에 대한 인기와 공연, 이벤트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 현재 K-팝 아티스트들은 아이돌 그룹과 솔로이스트, 밴드 구분 없이 국내외로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으며 해외 투어 라인업에는 반드시 파리가 포함돼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들은 특히 파리를 즐겨 찾는다.

일례로 걸그룹 ‘드림캐쳐’는 첫 번째 단독콘서트를 프랑스에서 펼친 역사상 첫 K-팝 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인기가 검증된 아티스트 외에도 기회가 좀 더 다양하게 주어지며 궁극적으로는 K-팝의 다양성에도 큰 역할을 한다.


프랑스 미디어에서 K-팝 신드롬만큼이나 다루는 매체가 바로 K-드라마와 K-무비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알음알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보다 영화였다.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기 전 한국 영화들은 해외 영화제에 출품, 조금씩 인지도를 올렸다. 유럽독립영화제, SMR13, 올덴부르크 독립영화제 등 다양한 독립예술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한국 영화는 점차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게 됐다.

특히 프랑스는 유럽에서 제일 많은 2000여 개의 상영관과 6000개의 스크린 수를 보유한 영화 강국이다. 영화계의 생태계에 다양성이 매우 큰 작용을 하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이미 일본 영화와 중국 영화는 특유의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 영화 역시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으며 마니아층을 구축하며 몸집을 키워갔다. 한국 영화가 인지도를 얻어감에 따라 프랑스에서 독립적으로 배급·상영을 이어가던 차, 2000년대 초부터 굵직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들의 수상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후 이창동 감독의 ‘시’가 2010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이 각각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20년 세자르상 외국영화상  2022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안았다.

이러한 수상 경력과 K-팝·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K-무비 또한 한류의 중요한 기둥이 돼 지금은 프랑스 내에서도 한국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개중에는 2006년부터 개최된 유럽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파리 한국 영화제와 몽펠리에 한국 영화제, 낭트 한국 영화제 등을 꼽을 수 있다.


K-팝과 K-무비도 매우 중요한 대들보지만, 한류의 시작으로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동아시아권 국가부터 차례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K-드라마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스트리밍 플랫폼의 대중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영미권과 유럽권으로 시청자를 넓혀갔다.

초반에는 넷플릭스에 의존하던 K-드라마 보급도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등의 플랫폼이 가세하며 작품군도 넓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흥행하는 작품은 대체로 로맨스물이 많았으나, 이 역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히트작들을 돌아보면 로맨스물 외에도 ‘오징어 게임’,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마스크걸’, ‘더 글로리’, ‘무빙’ 등 무거운 주제와 높은 수위의 작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K-드라마가 예쁜 로맨스물뿐이라는 클리셰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 냈으며 좋은 콘텐츠는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통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 현지 미디어에서는 K-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한국 문화와 정서의 묘사, 비주얼과 퀄리티, 할리우드와 아시아 문화의 적절한 조화 등으로 분석했다.

음악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대중 문화 콘텐츠를 흥행시키는 동력을 가리켜 K-콘텐츠를 할리우드의 새로운 경쟁자로 보는 시각도 생겨났다. 이를 증명하듯 2023년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와 콘텐츠에 앞으로 4년간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발표한 투자액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욱이 K-드라마의 저력은 ‘브랜드 파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스크린에 나오는 모든 사물의 상품화로 이어진다.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 공간을 채우는 가구와 소품, 장면 곳곳에 쓰이는 음악, 배우들이 먹는 것들과 걸치는 것들, 몰고 다니는 자동차,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 기종까지···. 실제로 인기 K-드라마에 나온 패션·뷰티 아이템은 SNS를 통해 퍼지며 자주 품절을 겪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전지현 립스틱’처럼 브랜딩의 효과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로써 K-드라마는 문화적 콘텐츠임과 동시에 자본을 끌어당기는 자석이기도 하다.


K-콘텐츠에 있어 음악과 영화·드라마에 외에도 꼭 언급해야 하는 장르로는 게임, 웹툰과 웹소설 등이 있다. 음악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의 브랜드 또한 점점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다이내믹’, ‘트렌디’, ‘스타일리시’ 등으로 바뀌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 강국인 프랑스의 젊은 청년들이 꼽은 여행지 또는 유학하고 싶은 나라 1위로 한국을 뽑을 만큼 소프트 파워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야흐로 K-콘텐츠의 전성기지만 멈출 줄 모르는 인기와 함께 다소 불편한 현상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해외 시장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국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내용과 구성, 한차례 성공했던 모델을 재활용하는 자가복제, 인기가 보장된 클리셰를 버무린 공장형 콘텐츠 찍어내기 등이 그렇다.

자본과 해외 시장이라는 화려함을 좇아, 콘텐츠의 본질인 창의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유지선 프랑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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