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5 15:25 (일)
숙성·절제,  탁월한 예술적인 균형.....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182
숙성·절제,  탁월한 예술적인 균형.....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182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4.09.02 0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텍스 립 와인 셀러

 

불볕더위가 무섭게 달아오른 7월, 15년 만에 4번째 미국 와인투어갈 기회를 잡았다. 필자가 죽기 전에 꼭 가야 하는 와이너리 중의 하나였던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의 방문은 기대 이상으로 멋진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필자가 2023년 10월 tvN의 인기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 와인은 어떻게 프랑스 자존심이 되었나’에 출연하면서 더욱더 관심을 두게 됐다.

그 이유는 미국 와인 역사의 일대 변혁으로 기록된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의 심판’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1973(SLV Cabernet Sauvignon, 1973) 빈티지 와인이 프랑스 보르도의 대표적인 와인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레드 와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미국의 침략(American Invasion)’으로 소개됐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레드 와인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평론가 바바라 엔스루드는 1976년 파리의 심판을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와인 한 잔이 혁명적인 효과’로 미국을 대변했다고 기술했다. 1996년 미국의 역사 스미스소니언 국립 박물관은 스택스 립 와인 셀라의 카베르네 소비뇽 1973(SLV Cabernet Sauvignon, 1973) 와인 한 병을 선정했다.

이 역사적 목록에 포함된 컬렉션 중에는 닐 암스트롱의 우주복, 에이브러햄 링컨의 실크햇, 찰스 린드버그의 세인트루이스 정신, 루이스와 클라크의 나침반 등이 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의 역사, 예술, 문화 담당 차관보인 리처드 쿠린(Richard Kurin)이 저술한 책 ‘101개 물건으로 본 미국 역사(The Smithsonian's History of America in 101 Objects)’에도 포함됐다. 


1970년 창업자 워렌 위니아르스키(Warren Winiarski)는 스택스 립 와인 셀러의 포도밭이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 품종 재배자로 유명한 나스안 패이(Nathan Fay)가 소유한 포도원 옆에 있는 척박한 포도밭 44에이커(18헥타르)를 20만 달러 정도에 매입하고 난 후에 설립하게 됐다.

FAY 포도밭은 스택스 립 와인 셀러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1961년 나스안 패이(Nathan Fay)는 FAY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스택스 립 지역에 처음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 품종을 재배했다.

1969년 워렌 위니아르스키는 나스안 패이가 수작업으로 양조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시음하면서 와이너리를 설립하게 된 결정적 순간이 됐다고 했다. 그는 나스안 패이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처음 맛본 후에 바로 포도밭을 구매했고, 그 후에 주변의 포도밭을 조금씩 확장했다. 


1972년 워렌 위니아르스키는 이곳 포도밭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첫 번째 빈티지 와인을 임대 시설을 빌려서 양조했다. 1973년 그는 양조가 안드레  트체리스테프(Andre Tchelistcheff)의 양조 기술을 전수받아 양조한 와인으로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대박이 났다.


1958년 창업자 워렌 위니아르스키는 이탈리아의 철학자이면서 ‘군주론’을 저술한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를 연구하기 위해 1년간 이탈리아에 살면서 와인 매력에 푹 빠졌다.

1960년 그는 미국 시카고로 돌아온 후에 와인 양조의 꿈을 실현하고자 집에서 직접 와인을 양조하는 하우스 실험을 시작했다. 1968년 그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로 이사한 후에 샤토 수브랭(Chateau Souverain)에서 일했고, 그 후 새로 오픈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로 옮겨 양조 업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했다.


스택스 립 와인 셀러의 FAY, SLV, CASK 23 포도밭은 와인 생산에 심장부로 지정하고, 자체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수확하고 포트폴리오 와인을 구분해 생산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품질 높은 레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오크 크롤(Oak Knoll) 지역의 빅 랜치 로드(Big Ranch Road)에 속해 있는 다니카 랜치(Danika Ranch) 포도밭을 인수해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스택스 립 와인 셀러는 스페인의 명성 있는 건축가 하비에르 바르바(Javier Barba)가 야심작으로 설계했다. 방문해보면 FAY 포도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으로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와인 셀러 동굴은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나파 밸리 주요 도로를 모방해 건축했으며 오크통 숙성, 테이스팅 룸,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작품화했다. 


필자는 이곳에서 3시간 동안 포도밭, 4종류의 와인 테이스팅, 와인 셀러 동굴 등을 안내받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미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평한 ‘스택스 립 와인 셀러는 벨벳 장갑 속의 철권을 구현하는 와인으로 숙성과 절제, 부드러움과 구조 사이의 예술적인 균형이 탁월하다.’라고 한 글귀가 문득 생각났다.


그중에 FAY 카베르네 소비뇽 2021(FAY Cabernet Sauvignon 2021)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컬러는 검은색이 감도는 짙은 레드다. 아로마는 블랙베리, 체리, 산딸기, 감초, 향신료, 후추 등이다. 마셔보니 젊고 활기찬 신선한 과일 풍미, 크림 같은 질감, 긴 여운이 있고, 균형감이 탁월했다. 마치 파리의 심판에서 와인 테이스팅하는 기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