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미국의 소비자 심리 지수(CCSI)는 약 70으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 소비자물가는 2%를 기록,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에 도달하였다. 이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소비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늘리게 되고, 이는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 심리가 악화하면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 성장은 둔화할 수 있다. 하반기 물가는 2% 초·중반대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서울 주요 상권 지도에도 변화를 주었다.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에서 온라인시장이 중심이 되고, 고물가와 내수 경기 침체로 상권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요즈음 부동산 용어 중에 핫플 상권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곤 한다. 이들 중 팝업스토어의 성지인 서울 성수동과 성수동 상권 확장의 수혜지 송정동, MZ세대 잡은 합마르뜨 상권 합정동, 패피(패션과 피플)들의 성지 한남·이태원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대표주자는 바로 성수동이다. 성수동은 최근 몇 년간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과 견줄 만한 곳으로 성장세가 좋다. 크래프톤, 아모레퍼시픽, 무신사 등 패션과 게임, 플랫폼 회사들의 대규모 투자로 미래가치는 더 밝을 전망이다.
이러한 풍선효과로 최근 성수동의 북단에 자리한 송정동이 새로운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다. 고소영과 홍진영, 바다 등 연예인들의 부동산 매입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고, 아직 상권이 확연하게 발달하진 않았지만, 중랑천에 인접한 뚝방길 라인은 특색 있는 거리로 탈바꿈될 만한 요소가 군데군데 산재해 있는 곳이다.
또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2023년 8월 송정동 일대가 모아타운에 선정되는 등 각종 개발 호재로 꼬마빌딩을 찾는 매수자들의 관심도가 높아 지가 상승도 기대가 되고 있다. 홍대에서 연남동으로, 경리단길에서 해방촌으로 이동됐듯이, 송정동은 땅값이 비싸진 성수동의 대안 투자처로, 또 초기 핫플레이스 단계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하는 상권에도 허와 실은 존재한다. 대형기업 진출이 상권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쳐 점차 중소 상점들이 성수동 상권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패션·뷰티 회사들을 중심으로 팝업 스토어의 비중이 늘어나, 2주~1달 임대료가 1억 원에 육박해 팝업으로 임차인을 받는 것이 임대인 입장에서 더 큰 수익을 볼 수 있지만, 소규모 상가 임차인들이 유동 인구의 풍부함에도 올라가는 높은 임대료로 버티기가 힘든 실정이다.
두 번째 지역은 합정동에 떠오르는 신흥 상권. 합정역 7번 출구 라인에 있는 합마르뜨(합정과 몽마르뜨의 합성어)다. 합마르뜨 상권은 주거지에 형성되어 골목 곳곳에 특색 있는 가게가 자리하는 개성 있는 상권으로 최근 몇 년간 합정동의 부흥을 이끄는 핫한 동네다. 20대 초중반의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상권보다 합마르뜨의 특징은 구매력이 더 높은 2030세대들의 유입이 풍부한 곳으로 초기 연남동, 망원동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만 오래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소비자들이 모이던 상권이 아닌, 정부에서 만든 로컬브랜드 상권 즉, 육성 사업 대상지 중 하나인 계획 상권으로, 젊은 층의 구매력과 호기심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풍부한 유동 인구와 유효수요는 상권을 활성화하고, 이는 임대료 상승을 이끌며 지가 상승을 동반한다. 하지만 골목상권에 입점한 소규모 임차인들은 매출에 한계선이 있고, 상승하는 임대료와 온라인 시장의 강세에 업종 유지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상권은 강북 부촌의 대명사 한남동(이태원) 꼼데가르송길이다. 최근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신사 스탠다드가 한남동에 문을 여는 등 패션의 성지로 자리를 굳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유입도 끊이지 않고 있는 지역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대만·중국·일본 3개국 관광객들의 ‘K-패션’ 쇼핑 건수를 분석한 결과, 한남동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의 K-패션 쇼핑은 144.1%나 늘었다. 한남동에는 패션뿐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 갤러리, 카페 등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명품과 독립적인 부티크가 공존해 다양한 소비층을 수용하고 있다. 한남동 상권 인근은 전통적인 부촌이 형성돼 있어 구매력을 갖춘 거주인구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최근 나인원아파트가 강남아파트 최고가를 갱신한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직장인 수요와 유동 인구가 많은 이태원역까지 흡수해 상권 활성화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권은 시대와 문화 트렌드 흐름을 따라 계속 변화한다. 특히 요즘MZ세대는 경험한 것을 SNS에 공유하는 특징을 가진 세대로, 정보에 민감하고 개성 있는 소비를 중요시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등 기존 유통채널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색을 지닌 골목상권들이 점점 더 소비층을 흡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상권은 입지적 장점과 패션·문화 등 스토리텔링를 담을 수 있는 지역이 될 것이다. 히스토리와 자생력이 있는 상권은 핫플 상권으로 오래도록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