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몇 년 전 아파트 한 채를 매수했는데 1가구 2주택에 걸릴까봐 자신이 직접 부동산중개업소에 가서 계약하면서 명의는 A씨의 친한 친구인 B씨 이름으로 했다. 나중에 B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B씨는 이를 기화로 그 집을 팔아서 돈을 가져가 버리고 A씨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횡령죄로 고소하고 민사 청구도 함께하려고 하는데 가능한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의 차이점은?
명의신탁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것은 ‘양자 간 명의신탁’인데 이것은 A가 자신 명의의 부동산을 B에게 명의신탁하는 구조다. 다음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중간생략등기 형 명의신탁’이 있는데 이것은 A가 매도인과 계약한 후 실제 명의는 B 앞으로 하는 것이다. 위 두 종류의 명의신탁은 모두 무효다(부동산실명법 4조 1항, 2항 본문). 반면 이와 비슷한 ‘계약명의신탁’이 있는데, 이것은 B가 A의 자금으로 부산을 매수하고 B 명의로 등기하되, 내부적으로는 자금주인 A의 소유로 하기로 계약하는 구조다. 결국 중간 생략 등기형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매매의 거래당사자임에 반해 계약명의신탁은 (신탁자는 돈만 대고 거래의 당사자로 전면에 나서지 않으며) 수탁자인 B를 시켜 매도인과 거래하게 하고 B 명의로 이전하는 구조인 점이 큰 차이다.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횡령죄 부인
(대법원판례 변경)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매 계약을 할 때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매도인이 매매계약 시에는 명의신탁사실을 몰랐으면 족하므로, 그 후 중도금·잔금 지급 시 혹은 이전등기를 하기 직전 비로소 명의신탁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명의수탁자 앞으로 된 이전등기는 유효하므로 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 수탁자 앞으로 된 이전등기는 유효하고, 수탁자가 실제 소유자가 된다(부동산실명법 4조 2항 단서). 따라서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나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은 종래에는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두 개의 명의신탁이 사실상 객관적인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명의신탁 자체가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는 불법적인 계약이므로 신탁자를 형사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계약명의신탁은 물론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까지도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례를 변경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즉 부동산 매수인이자 명의신탁자인 A씨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B씨를 A씨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어 횡령죄가 부인된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상 당연한 결론이라 생각한다.
양자 간 명의신탁 역시 횡령죄까지 횡령죄부인(대법원 판례변경)
종래에는 ‘양자 간 명의신탁’에 대한 최종적인 대법원판례는 횡령죄를 인정하고 있었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6650 판결). 하지만 이와 같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횡령죄가 부인된 이상 ‘양자 간 명의신탁’ 역시 횡령죄를 인정할 근거를 상실했다. 이에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판례를 변경해 양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마저 횡령죄를 부인했다(대법원 2021.2.18.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양자 간의 명의신탁의 경우 그 위탁관계가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범죄를 구성하므로 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없다며 횡령죄를 부인한 것이다. 결국 유효한 명의신탁, 예컨대 부부간의 명의신탁, 종중이나 종교단체 명의신탁 등의 경우에만 횡령죄나 배임죄가 인정되고, 그 이외 무효의 명의신탁 경우는 횡령 배임죄가 부인된다는 것이다. 다만 부부간의 명의신탁은 부부관계 상태에서 임의로 처분해도 배우자간 재산범죄에 해당해 친족상도례로 처벌할 수 없으므로 나중에 이혼한 뒤에 처분한 경우에만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결어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A씨는 B씨를 상대로 횡령죄로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무혐의 처분이 날 가능성이 크므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B씨가 재산을 모두 다른 곳으로 빼돌렸다면 민사청구는 별 실익이 없게 된다. 한편,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신탁자는 물론 수탁자 역시 형사 처벌된다(부동산실명법 7조 1항, 2항). 따라서 A씨가 B씨를 상대로 횡령죄로 형사 고소할 경우 그 부분은 무혐의 처분되는 반면 A, B씨 모두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그런데 형량이 신탁자가 수탁자보다 중해 A씨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으니 민사소송만 제기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