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지난 3월 18일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제로 기후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금융감독원은 한국은행은 국내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관리 현황을 짚어보고 기후위기 시대에 금융권이 나아갈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는 컨퍼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금융사(14곳)가 시행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일본, 홍콩 금융당국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사례를 살펴봤다.
한국은행은 세션 1에서 기후 정책 도입 강도와 시기에 따라 달리 설정한 ▲1.5도 대응: 2050년 탄소중립 달성 ▲2도 대응: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현재 대비 80% 감축 ▲지연대응: 2030년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탄소중립 정책 추진 ▲무대응: 기후정책 미도입 등 4가지 시나리오와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2024~2100년 중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설정하고 경로별 실물경제 파급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후 리스크가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1.5도 대응 경로가 가장 작고, 무대응 경로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됐다. 기후 리스크로 인한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는 무대응(45조7000억 원), 지연대응(39조9000억 원), 2도 대응(27조3000억 원), 1.5도 대응(26억9000억 원) 순으로 조사됐다.
1.5도 대응은 손실 규모가 2050년께 최고점을 지나 감소하지만, 무대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해서 확대했다. 이 경우 은행 BIS(자기자본)비율은 5.3%p에서 7.6%p까지 하락 가능하며 보험 K-ICS비율은 13.6%p에서 26.1%p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기후 리스크는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 안정을 훼손시키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기후 리스크 감축을 위해, 은행은 신용 손실에 대해, 보험사는 시장 손실과 풍수해 관련 보험손실에 대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업종별로 보면 기후대응 정책 시행 시에는 고탄소 제조업에 대해 무대응 시에는 식료품, 건설업 등 기후 취약 업종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하향식·금융사 상향식 테스트
금융감독원은 기업 여신 규모 1조 원 이상 36개(은행 17개사·생명보험 10개사·손해보험 9개사) 금융사에 대해 신용리스크를 중심으로 벌인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무대응 시 2010년까지 25조1000억 원, 탄소중립(1.5도 대응) 시 19조5000억 원의 신용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무대응과 탄소중립 시 은행권 총자본비율은 각각 3.8%p, 3.1%p 하락 가능하며 보험권 K-ICS비율은 2.9%p, 1.8%p 하락 가능성이 있었다.
국내은행 총자본비율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최소자본규제비율을 충족하지만,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7개 은행이 최소 자본규제비율을 밑돌았다. 업종별로는 신용손실 발생은 70% 이상이 철강 등 고탄소 배출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 자연재해 손실 민감에서 발생했다. 지방 소재 금융사의 손실률(1.3%)이 시중은행(2.0%)을 웃돌아 고탄소 배출 산업이 밀집한 지방일수록 선제적 기후리스크 관리가 필요했다.
일본 금융당국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일본 금융청은 일본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벌인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고, 일본금융청의 기후리스크 감독정책과 기후리스크 관리 전담조직(모니터링 허브)을 소개했다.
일본 금융청과 일본 중앙은행은 파일럿 기후 시나리오 분석(2021년), 시장리스크 추가 분석(2023년), 2차 기후 시나리오 분석(2024년) 등 총 3차례 공동 분석을 했다. 녹색금융협의체(NGFS) 시나리오를 활용해 일본 내 3대 은행과 3대 손보사를 대상으로 신용·시장리스크에 대한 분석을 했다. 일본금융청의 기후리스크 감독정책은 지배구조, 기후리스크의 식별·평가, 고객의 기후리스크 관리 지원, 정보 공유로 한국과 비슷했다.
홍콩 금융당국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홍콩 통화감독청은 최근 홍콩에 있는 46개 은행(은행권의 약 90%) 대상 2차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소개했다. 1차는 2021년 시행됐으며 27개 은행을 대상으로 했다.
녹색금융협의체(NGFS) 시나리오를 적용해 2도 이하, 지연 전환, 무정책 등 3가지 가정에 따른 2050년까지의 장기 시나리오와 기후 충격과 경기침체를 동시에 가정한 단기(5년) 시나리오도 동시에 활용했다. 홍콩 통화감독청의 테스트도 2도 이하 시나리오에서 지연 전환 또는 무정책보다 장기적으로 더 유익한 결과를 시사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국내은행·보험사(총 62개사)를 대상으로 기후 리스크 관리 현황을 설문한 결과, 대형 금융기관(21개사·34%)을 중심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 리스크 평가 체계를 구축 중임을 확인했다. 다만 대부분 기관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론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며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활용한 실질적인 기후 리스크 감축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금융사는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시행 과정에서 장기 시계 분석에 따른 불확실성과 관련 데이터 부족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책당국이 공통 기후 시나리오와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주기를 희망했다.
이에 한은은 지난해 한은·금감원·기상청이 구축한 공통 기후 시나리오를 지속 개선하고, 해당 시나리오를 금융사에 제공해 금융권 기후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기후리스크 감독 방향으로 저탄소 전환 자금의 원활한 공급 지원, 지자체·지방 소재 금융사와 협력 강화, 전사적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탄소저감 효과가 입증됐지만, 현재 녹색기준을 일부 충족하는 투자도 활성화하고, 녹색여신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방 소재 제조기업에 대한 탄소감축 컨설팅 제공 확대, 탄소감축 설비 투자 시 대출 취급 조건 우대 등을 제공하도록 금융권 협력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에 따른 지배구조 구축, 전략 수립, 리스크 평가 및 관리, 공시 등을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사 기후리스크 관리 사례
KB금융그룹은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자체 지배구조, 전략 및 저탄소 전환 자금 지원 사업 등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효과적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그룹 차원의 전략·목표 수립, 이행 현황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또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와 글로벌 공시기준 준수를 위해 선제 기후리스크 공시를 강화하고,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금융자산 리스크 평가 및 포트폴리오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저탄소 전환 지원을 위해 친환경 산업과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금융감독당국, 한국은행, 금융회사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제시하고, 해외 금융당국 사례를 살펴보는 등 국내 금융권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앞으로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감독당국과 중앙은행 간 협력을 지속하고,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 집단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기후리스크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국내 실정에 맞는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탄소 배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경제 구조에 맞춰 금융권의 적극적 저탄소전환 자금 공급이 원활히 수행되도록 분위기도 조성한다. 공동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자체 모형 구축, 전문인력양성 등 금융권 기후리스크 관리 관련 저변확대에서 나선다. 금융회사 간 추정 결과 차이 등은 각사별 방법론과 적용 가정 등에 대해 점검한 후 비교가능성 확보 방안 마련을 검토한다.
아울러 탄소감축 정책이 국내 경제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 측정을 통해 탄소감축 비용 절감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 제공할 예정이다. 미 파리협정 탈퇴 등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공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탄력적 기후리스크 감독 방향도 제시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등으로 국제적 기후위기 대응 공조가 약화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 적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며 “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탄소 감축이 장기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이익이므로 긴 안목의 대응이 필요하며 특히 고탄소 배출 산업이 밀집한 지방에 경제적 영향이 크므로 지자체와 지방 소재 금융사는 더 많은 관심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 기후리스크 감독 방안으로 저탄소 전환금융 활성화와 녹색여신 관련 인센티브 부여, 지자체 등과 협력 강화, 전사적 기후리스크 관리시스템 도입 유도 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기후위기에도 실물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금융당국·금융권, 한국은행과 지속해서 논의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환경부는 ‘기후위험 영향 분석모델’을 확대 개발·제공, ‘기후위기 적응 정보 통합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금융권이 더욱 거시적·장기적인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후 리스크가 폭염·극한 호우로 인한 물적 피해와 탄소 감축 과정에서 기업 생산비 증가, 자산가치 하락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파급될 수 있다”며 “금융기관이 물리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자로서 전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녹색 전환 자금을 공급하는 위험 수용자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후 리스크가 금융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핵심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한국경제 전반의 구조 전환 노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