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 심심치 않게 신문과 뉴스의 정치면, 경제면, 사회면을 장식하는 두 글자다. 어떤 정치인이 농지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거나 수사를 당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연례행사가 됐고, 일반인이 농막을 지어서 숙박업을 하다가 농지법 위반으로 크게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도되고는 한다. 농지는 대체 일반 토지와 무엇이 다르기에 제약이 많고 행위 제한을 조금만 위반해도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것일까? 이번 달의 글을 시작으로, 농지법 전체를 함께 다이제스트, 속성판으로 살펴보고 농지를 구매할 계획이 있거나 비자발적으로 농지의 소유주가 된 경우 사전 이해를 높여 보도록 하겠다.
경자유전의 원칙
농지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웬 ‘경자유전의 원칙’과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나 싶지만, 경자유전의 원칙은 대한민국의 최고규범인 현행 대한민국헌법 제121조에 명문화된 원칙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해당 헌법 규정 중 핵심이 되는 제1항, 소작제도 금지조항은 1963년 제3공화국 출범과 함께한 5차 개헌의 결과로 도입됐다. 위 헌법 규정과 이에 근거한 농지법으로 ‘농지의 소유자는 농민이 되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확립됐다. 따라서 ‘농민이 아닌 자’가 농지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 ‘불법’이 돼 도입부에서 이야기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농지법 제1조 (목적)·제2조 (정의)
모든 법률의 제1조가 으레 그렇듯이 농지법 제1조 또한 농지법의 목적을 ‘농지의 소유·이용 및 보전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2조 정의 조항 속 농지가 어떤 토지에 해당하느냐는 점일 것이다. 농지법 제2조 제1호는 농지에 대해 전·답, 과수원, 그밖에 법적 지목(地目)을 불문하고 실제로 농작물 경작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년생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라고 정하고 있다. 농업인에 대해서는 ‘농업에 종사하는 개인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농업법인은 개인 독자임을 고려해 볼 때 다룰 실익이 적어 생략하도록 하겠다.)
추가로 농지법 제2조는 농업경영에 관해 자경과 위탁경영을 언급하고 있다. 자경이라 함은 크게 ‘농업인이 그 소유 농지에서 농작물 경작 또는 다년생식물 재배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農作業)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으로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탁경영은 ‘농지 소유자가 타인에게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농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탁하여 행하는 농업경영’이라고 정하고 있다.
농지법 제3조 (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
농지법 제3조는 제1조의 목적 조항보다 더욱 중요한 함의를 띠고 있다. 제3조 제1항은 ‘농지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농지에 관한 권리의 행사에는 필요한 제한과 의무가 따른다’고 해 일반적인 소유권 행사와는 다르게 공공복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 제3조 제2항은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해 농지의 투기를 금지되는 것으로 다시 한번 못 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