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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전환 임박 vs 기조 유지
이주열 한은 총재 전환 임박 vs 기조 유지
  • 리치
  • 승인 2018.08.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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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커진 것 이상으로 한국은행 통화정책은 예측불허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했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는 기준금리 1.50% 수준을 유지했다. 위원 1인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내자 8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과 성장률 전망치가 낮춰지고 물가상승 폭이 낮은 탓에 인상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엇갈리는 불가해성이 커졌다.
리치에서 자세히 알아봤다.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7월 통화정책 방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완화기조를 유지하고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여 금리 조정을 비롯한 통화정책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알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추가 조정, 즉 기준금리 추가 인상 결단을 향한 조건을 분명히 한 것 뿐인데 국내외에서 지켜보던 전문가들의 분석은 상반되어 꼬이기 시작했다.


금리 추가인상 전제 조건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긍정적 판단보다 불안스런 요인에 이주열 총재는 주목하고 있다.
투자가 둔화하는데다 “고용상황은 취업자 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물가 오름세 또한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다 글로벌 무역 분쟁과 이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를 통화정책방향 전문에 공식 언급했다.
결국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0.1%포인트 낮췄다. 그나마 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해선 오는 4분기 상승 폭이 커질 것이란 견해를 유지해 1.6% 전망치를 유지했다.
대내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가 확인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얼마든지 단행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풀이할 만한 상황으로 보인다.


자본유출 ‘갸웃’ 가계부채 ‘주시’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이주열 총재는 대외 경제여건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는 톤에서 머무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외금리 차로 자금유출이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경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역할론을 언급한 수사(修辭)로 풀이하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이어서 (한·미간) 금리역전 폭 확대 이슈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오는 9월과 12월에 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한터여서 한은이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경우 오는 연말 한·미 금리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대단히 불확실하고 국내 금융시장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아 주요 가격 변수, 글로벌 자금 흐름에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면서도 우리 경제 펀더멘틀을 고려할 때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가계부채 환율 변동성 대응 부심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금리의 역전 폭이 더 확대될 경우 투자자금 유출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발언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당연히 견지해야 할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향후 정책 기조와 관련해 필수 모니터링 요소로 손꼽은 가계 부채와 관련해선 “2015∼2016년간 두 자릿수 상승률로 상당폭 늘었고 올해도 증가세가 7%대 내외”라고 지적한 뒤 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부채 증가세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억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에 대해서는 “위안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 약세에 비춰볼 때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고 볼 순 없다”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기자간담회에서 나눈 문답을 추려서 정리한 내용이다.


Q. 하반기 경기도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통화정책방향에서 다소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유지한 이유는?

A.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9%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는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도 4분기에는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과 물가 흐름이 4월에 보인 경로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게 사실이고, 대표적인 불확실성이 글로벌 무역분쟁이다. 이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면밀히 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


Q.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나.

A. 주요국 간의 무역 분쟁이 확대 추세에 있고 그 경로를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배경과 이유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전면전으로 가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타협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향방을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만약 극단적인 조치들이 그야말로 실제 실행으로 옮겨지게 된다면 우리 경제, 특히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감을 갖고 있다.


Q.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A. 과거 수 십년 동안에는 신규 취업자 수가 연간 30만 명 내외 수준이었으나, 금년 상반기에는 10만 명 수준에 불과해 고용 상황이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구구조의 변화,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의 이동,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 등의 영향 등 구조적인 원인도 작용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예년과 같은 30만명 수준의 취업자수 증가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고용에 대한 판단은 자연실업률 수준, 고용의 질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어 당장 결론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씀 드린다.


Q. 고용 부진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

A. 이론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한다면 성장을 촉진해서 그 결과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사실상 한국은행은 수 년 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해왔으며 현재 기준금리 수준도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본다. 고용 상황의 개선에는 통화정책도 영향을 미치겠으나 고용 부진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개선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씀 드리겠다.


Q. 미 연준이 금리를 연내 2회 추가 인상하면 내외 금리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에 따른 자금유출 가능성은?

A. 현재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라 주식자금이 유출되고 있지만 채권자금 유입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외국인 증권자금은 순유입 중이고 외화 유동성 사정이 양호한 점을 보면 최근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 펀더멘틀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워낙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고 여러 가지 금융 외환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환율이 가격 변수에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혹시 쏠림 현상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그런 것도 유의해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


Q. 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왔는데 향후 금리 인상 시그널이라고 해석할 수 있나?

A. 어디까지나 금통위의 결정은 현 수준 유지이고 한 분이 소수의견을 냈다. 이것은 금통위원 개인의 판단이며 금통위 공식적인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Q. 물가 상승률이 낮은데도 향후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A. 물가 움직임을 분해해보면 공공서비스요금 인상 억제 등으로 규제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고 보면 4분기에는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본다.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물가 상승률도 목표수준에 근접하게 된다면 그 때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Q.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 어떻게 보시는지?

A. 최근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신용대출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신용대출 증가세도 조금 둔화했고 앞으로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의 규제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Q. 미· 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에 원화가 연동되어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현재 원화 수준을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A.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원화뿐 아니라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의 통화도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원화의 경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으로 한동안 강세를 보이다가 다소 가파르게 약세를 보였다. 다만, 위안화와 비교했을 때 약세 폭이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낟. 높아진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당분간 환율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프로필
▲ 1952년생
▲ 학력
     - 원주 대성고, 연세대 경영학과, 펜실베니아 경제학 졸
▲ 경력
     - 한은 입행(1977년)
 뉴욕사무소 수석조사역, 조사국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금통위원)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한은 총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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