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13:25 (목)
‘한지 부조 회화’ 개척자 박철 화백 우연에서 찾아낸 ‘한지’라는 보물
‘한지 부조 회화’ 개척자 박철 화백 우연에서 찾아낸 ‘한지’라는 보물
  • 월간리치
  • 승인 2012.03.10 22:03
  • 호수 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철 화백. 그는 대한민국에 ‘한지 부조 회화’라는 장를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한지 부조 회화란 물체의 본을 떠 그 위에 한지를 두드리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 이 같은 독창적인 방식의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주인공이 박철 화백이다. 박 화백은 또 작품 특성상 전통적인 것들이 많지만 이와 어울리는 이국적인 사물을 배치해 독특한 작품세계로 인정받고 있다. 에선 국내 한지 부조 회화의 선구자 박철 화백의 작품세계에 대해 짚어봤다.

박철 화백은 ‘한지 부조 회화’의 창시자다. 그가 말하는 ‘한지 부조 회화’란 시멘트로 물건의 본을 뜬 다음 그 위에 한지를 올려놓고 두드리는 과정을 반복해 입체적인 모양을 얻어내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작품세계 고민…그리고 만난 ‘한지’

박 화백은 원래 서양화가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 파리 여행 이후 새로운 작품세계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고향 근처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그때 댐 건설로 이주한 주민들이 버리고 간 고가구에 눈길이 쏠렸다.
박 화백은 이주민들이 버리고 간 고가구와 와당 조각, 문틀, 멍석 등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것들과 한지를 연결시킨 작품을 구상해 지금에 이르렀다.
박 화백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보물에 한국인의 독자성을 불어넣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작업”이라며 “여기에서 작품세계에서 대한 고민과 거기에 대한 해답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화백이 생각하는 한지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한지는 고유의 질기고 소박하고 은은함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질 흡착력을 이용해 독특한 이미지의 구현과 한국적 정체성, 자연주의적 미학을 가지고 있다.
그가 질긴 한지에 호감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닥나무의 특징에서 비롯됐다. 그에 따르면 닥나무에서 나오는 한국의 전통 한지는 쉽게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기기 때문에 1000년이 지나고 변하기 않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전통한지는 그가 추구하는 오래된 듯한 ‘시간성’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매개체다.
박 화백의 작품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주로 제작하는 것이 와당이마 멍석 등인데 이러한 전통적인 사물 옆에 바이올린이 등장한다.
박 화백의 작품에 바이올린이 등장하는 것은 ‘조화’ 때문이다. 그는 바이올린의 경우 서양에서는 여체를 상징하는 사물로 보고 있다.
서양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사물과 가장 한국적이며 토속적인 물건을 매치시켜 동서양의 조화를 꿈꾸는 것이 그의 작품에 ‘바이올린’이 등장하는 이유인 것이다.
박 화백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아름다움과 결합한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다른 문화권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어 서양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물을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영혼의 파트너와 작업

박 화백의 작품세계에선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그의 아내다. 그의 아내 백귀현씨는 15년째 천연 염색을 해오고 있는 염색 전문가다.
박 화백의 작품이 천연 염색과 깊은 연관 있는 이유는 그가 4~5년 전부터 한지에 천연 염색으로 색을 입혀 작품을 만들고 있어서다. 그 작업을 그의 아내가 도맡고 있어 영혼의 파트너와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것.
박 화백은 이 시기부터 오배자, 빈낭, 정향, 도토리, 밤, 소목 등을 조색해 한지에 입히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물감색에 염증을 느낀 박 화백은 본인만의 독특한 색을 찾자는 마음에서 천연염색을 이용했다. 천연 염색은 온도와 염액의 양, 매염, 햇빛의 강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빚어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박 화백은 “천연 염색으로 나온 색은 느낌이 훨씬 자연스럽다”며 “한지를 두드릴 때마다 생각지도 않은 좋은 색이 나와 매우 흡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미술계 후배들에게 “수동적인 생각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인 마음으로 작품세계에 임해야 한다”며 “전통과 함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작품, 후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조언했다.  

============== <프로필> ====================
▲ 1950년 경북 문경 출생
▲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대학원 졸업
▲ 경력
개인전 37회(POSCO 미술관, 워커힐 미술관, 동경, 파리, 암스테르담, 밴쿠버 등), KIAF(코엑스, 벡스코), 퀼른·마이애미·동경·베이징·상하이 등 국제 아트페어 출품, 서울시립미술관 초대전(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상파울로 비엔날레(브라질), 한국 한지 작가 협회 회장 역임, 現 홍익대 대학원, 숙명여대 대학원 출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