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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임지락 “자연을 그리는 화가라서 행복하다”
화가 임지락 “자연을 그리는 화가라서 행복하다”
  • 월간리치
  • 승인 2012.06.11 00:44
  • 호수 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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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락 화가. 그는 자연을 화폭에 담는 예술가다. 자연이 안겨준 감동을 그리는 것이 화가로서 그의 인생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가 고스란히 비춰진다. 비움의 미학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편안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 리치에서는 털털한 농부 같은 임지락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봤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임지락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테리핀 향 가득한 화실이 시 ‘향수’의 한 구절처럼 정겹다. 모네의 ‘양귀비언덕’같은 몇 점의 유화도 낯이 익다.
현대미술(21C)의 기류에서는 다소 고답적인 풍경이지만 예술은 창작이기 전에 삶의 괘적이기에 가치 있다. 임지락 작가의 화면은 그의 삶의 괘적을 담아내고 있었다.

자연의 향기가 배어 있는 작품

임지락 작가는 자연을 그리는 화가다. 자연이 안겨준 감동이 화가의 길로 이끌었을 만큼 자연예찬론자다. 자연 가까이에서 나고 자라 살고 있지만 지금도 자연의 향기와 진한 연애를 한다.
이를 반증하듯 작품의 제목들도 임하리, 하눌리, 이송천 등, 산·강·들녘이 대부분이다. 주변은 이처럼 사방이 산천이다. 자주 자연 속에 잠기어 새롭고 신비한 자연의 혼을 마신다.
생각으로 판단하기보다 마음과 감각으로 하나 되어 자아를 반영하고 감정을 이입시킨다. 그러면 세계와 가슴은 부분이자 총체로서 동일한 존재가 된다.
무위자연의 경지, 이것이 임지락 작가가 화면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서는 지식을 멈추었다는 ‘거지’와 자연과 하나 됨을 의미하는 ‘물아일체’가 읽혀진다.
삶의 방식도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일변도에서 벗어나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삶과 예술을 비움으로 채워간다.
세욕은 버릴 수 있어도 그림에 대한 집념은 버릴 수 없다는 의지에 일반적 삶의 잣대는 무색하다. 비움의 미학이 내제된 철학이 관자와 작품사이에 편안한 일체감을 가능하게 한다.
화면은 서정성이 짙다. 삶의 질곡을 거친 지천명에도 변함없이 발현되는 감수성의 촉매가 궁금하다. 그 단서를 유년의 기억에서 찾는다. 그의 유년기는 감수성의 보고였다.
과학문명과 기계적 메커니즘에 포위된 현대의 딱딱한 정서에 마중물 같은 감수성, 거기서 촉발된 미감이 작업의 자양분이다.
그것은 붓끝을 타고나와 하얀 캔버스위에서 색과 형상으로 드러난다. 이름도 없는 들꽃이 의미를 찾고, 황량한 들판은 생기를 얻는다. 한국의 사계절은 서정의 결로 농익어간다. 모두 인위를 거부한 자연이다. 순수한 자연은 화가의 눈과 영혼으로 하여금 무한한 창조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기록하게 한다.
그의 화법은 즉흥적이지만 거칠거나 격렬하지 않다. 딱딱하거나 기계적이지도 않다. 다소는 19세기 인상파화법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형태나 시점을 논리적으로 해석한 세잔(Paul Cezanne)이나 빛의 변화를 색으로 분해한 쇠라(Georges Pierre Seurat)의 표현처럼 과학적 분석을 요하지는 않는다.
현대미술에선 흔한 오브제나 물리적 기법의 차용도 거부한다. 그것은 생동하는 자연의 기운을 퇴색시키기고 표현상의 불합리를 초래한다는 판단에서다. 그에게서 표현의 진정한 리얼리티(Reality)는 대자연과의 온전한 교합으로부터다. 

작가만의 감성과 깊이로 표현된 자연

표현수단도 시지각과 몸으로 체득한 감각 그리고 붓과 물감이 전부다. 영감을 즉흥적으로 연출하기에 계산법도 버렸다. 때문에 들판에 앉아서 대상과 마주하며 휘두르는 붓질도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감성과 테크닉에 더해진 내면의 깊이, 그의 이러한 화법논리는 지역적 상대주의를 넘는다. 알베르티의 회화론이나 훗설의 현상학의 대입도 오히려 사족이 될 것 같다. 다만 문명이 덧칠해오기 전의 자연을 ‘가장 임지락적인 감성과 깊이로 표현’하고 싶을 뿐.
화가의 그림은 내면의 바깥쪽이고 철학의 형상화일 뿐만 아니라 영혼의 창문이다. 땀과 철학이 점철된 영혼의 창문은 관자를 사유하게 하고 울림으로 안내한다. 여기에 그의 화법은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훤칠한 키에 털털한 농부 같은 임지락 작가는 자연이 좋고 그것을 그릴 수 있는 화가라서 행복하다. 그러나 내·외적으로 고양된 예술적 경지에는 아직도 갈증이 남는다.
그래서 영원히 과정일 미완의 예술 앞에서 겸손하다. 내면의 통찰과 자연의 감성으로 버무려진 숙성된 그의 붓질이 그의 바람처럼 메마른 감성을 어루만지는 사유와 울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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