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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신세계’의 어제와 오늘
유통공룡 ‘신세계’의 어제와 오늘
  • 월간리치
  • 승인 2009.05.28 16:00
  • 호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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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의 비상(飛上)이 재계의 이목을 한껏 모으고 있다. 한때 범삼성가에서 떨어져 나온 단순한 삼성의 옛 계열사 정도로만 평가됐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대그룹의 위용을 갖추고 완전한 독립 그룹의 면모에 손색이 없다. 유통업계에서도 신세계그룹의 위용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 됐다. 그 중심에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있다. 모자지간인 두 사람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지금의 신세계그룹을 유통업계 최강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범삼성가의 일원이다.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대구에 설립했던 삼성상회(현 삼성물산의 전신)에서부터 그 출발이 있는데다, 그룹 오너인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의 사실상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삼성상회는 설립 후 사업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면서 지금의 삼성그룹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1963년 동방생명을 인수하면서 동방생명이 소유하고 있던 동화백화점도 함께 인수했다. 동화백화점을 인수한 삼성그룹은 매장재편성을 시작하고 신세계로 상호를 변경이 현재의 신세계그룹의 진정한 모태가 됐다.

짧은 세월 동안 유통명가의 위용 갖춰

고 이병철 회장의 3남5녀 중 5녀(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이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한 뒤 현재 '유통명가' 신세계그룹을 다졌다.
계열분리 이후 백화점과 할인점 이마트를 주축으로 한 유통사업 외에 신세계첼시,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시스템, 조선호텔,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1993년에는 창동 한국형 할인업태의 효시인 이마트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이동하는 등 유통구조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93년 업계 최초로 유통 종합 연수원을 통해 현재의 ‘유통사관학교’란 신세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순수 국내 기업으로 외국 유통업체와 경쟁하며 IMF 상황에서도 국내 시장을 성공적으로 지켜왔다. 한국인의 의식과 식생활에 맞는 상품운영, 한국형 할인점 구축, EDLP(Everyday Low Price) 전략은 이마트 제1의 경쟁력으로 손꼽히는 부분이다.
이후 신세계는 IMF라는 국가 경제 전반의 위기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백화점과 할인점을 두 축으로 소매업의 핵심역량을 집중했다.
1997년에는 중국에 이마트 1호점을 열어 중국 시장 진출과 함께 글로벌 유통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준비했고, 2000년 이후 강남점 오픈, 본점 재개발 오픈, 죽전점 오픈 등 초대형 점포를 잇따라 선보였다. 이제는 ‘월드클래스’ 수준의 백화점으로 부상한 상태다.
특히 2006년에는 월마트코리아를 전격적으로 인수, 토종 할인점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며 국내 할인점 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선 신세계그룹을 두고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한솔그룹, 새한그룹, CJ그룹보다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계열분리 당시 신세계그룹은 삼성그룹의 독립 계열사에 대한 복원작업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동북아 초일류 유통그룹으로 ‘우뚝’

어찌됐든,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자녀들 가운데 부친을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인지, 이명희 회자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무실 1층 로비에 부친의 흉상을 세우라고 지시를 내리는 등 신세계에 부친의 경영철학을 알리고 있다.
특히 부친의 비슷한 스타일 중 “믿지 못하면 아예 쓰지를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는 용인술과 전문경영인 체제 운영방식을 그대로 경영 전반에 접목시키고 있다.
단적으로, 이명희 회장은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전문경영인을 믿고 맡길 정도다. 신세계그룹 결재라인에는 ‘회장’ 사인난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할인점 이마트를 주축으로 한 유통사업 외에 신세계첼시,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시스템, 조선호텔,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최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오픈한 신세계그룹은 하며 현재 7개의 백화점 141개의 할인점(중국포함)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를 넘어 ‘동북아 초일류 유통기업’으로의 유통업계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지분구조는 이명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주)신세계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는 외부로부터 그룹 전체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그룹 경영도 그 역량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최대주주로서 17.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로 정용진 부회장이 7.32%를, 정유경 상무가 2.52%의 신세계 지분을 갖고 있다.
이밖에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건설 9.49%, 조선호텔 1.09%의 지분을, 정용진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52.08%, 신세계건설 0.80%, 신세계철시 0.15%의 지분을, 정유경 상무는 조선호텔베이커리 40%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그룹 정점에 올라와 있는 신세계는 1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실질적인 지주사격인 신세계를 중심으로 비교적 단순한 형태인 것이다. 신세계는 신세계아이앤씨 29%, 스타벅스커피코리아 50%, 신세계인터내셔날 65.1%,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 100%, 신세계건설 32.4%, 광주신세계 10.4%, 신세계푸드 52.1%, 신세계마트 100%, 그린시티 87.8%, 신세계의정부역사 27.6%, 조선호텔 98.8%, 신세계철시 2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건설과 그린시티 12.22%와 신세계의정부역사 19.9%, 광주신세계가 신세계의정부역사 25%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신세계철시 25%를 갖고 있어 신세계와 공동출자 구조도 띈다.
조선호텔은 기존 제과부문이 분리돼 설립된 조선호텔베이커리의 45%, 신세계푸드는 도시락 및 식사용조리식품업체 훼미리푸드 50.9%씩 출자하고 있다.
 
정용진-구학서 체제로 그룹 경영 재편

현재 이명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선 한 발짝 물러나 있다. 기존 그룹 경영이 ‘이명희-구학서’로 이어지며 신세계 특유의 ‘오너-전문경영인’ 체제였는데, 이 같은 경영구도는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어지면서 현재 ‘정용진-구학서’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명희 회장에 이어 신세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회장과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의 주식 증여를 통해 이미 경영권 승계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1999년부터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전문경영인 구학서 부회장은 신세계家의 경영승계에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구학서 부회장은 정용진 부회장을 보좌해 신세계그룹을 ‘유통명가’로 일궈내며 그동안 ‘이명희-구학서’로 오너와 전문경영인 관계를 넘어선 파트너십을 보이며 신세계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무엇보다 구 부회장이 그룹내 각종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향후 그룹내 중심 역할은 총수일가의 독립경영 체제로 가는 중심추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종의 후견인 역할부터 경영 전반의 그림까지 오너 일가와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구학서 부회장은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확고한 경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구학서 부회장을 스승처럼 생각하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 유학을 미친 1994년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에 입사, 95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긴 뒤 97년까지 신세계백화점 일본 도쿄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정실 그룹 총괄담당 상무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정용진 부회장은 월, 수, 목요일은 신세계 본사로, 화, 금요일은 이마트로 번갈아 출근하고 있다.
한편,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범삼성가의 3세 여성 경영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꼽힌다. 올해 초 승진한 문성욱 신세계 I&C 부사장이 그녀의 남편이다. 현재 남편 문성욱 부사장과의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다.
미국 로드아앨랜드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정유경 상무는 96년부터 조선호텔 등기이사에 올라 경영에 나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조선호텔을 명품 호텔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정유경 상무는 호텔을 경영하면서 자신의 전공을 살렸다. 객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 작업을 주도한 것. 업계 최초로 비주얼 디자이너를 채용할 정도였다. 호텔에서 사들이는 미술작품과 캘린더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를 통해 호텔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함께 작업한 룸 키(Key), 성냥, 메모지, 우산 등의 소품 디자인은 고객들에게 고풍스러우면서도 젊은 느낌을 강조했다.
정유경 상무는 동종업계에 활동하고 있는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와도 고종사촌관계에 있어 두 사람이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들로 인해 세간에서는 선의의 라이벌로 인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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