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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업 인수한 ‘삼성에버랜드’ ‘소프트 경쟁력’ 높인다
패션사업 인수한 ‘삼성에버랜드’ ‘소프트 경쟁력’ 높인다
  • 월간리치
  • 승인 2013.10.10 18:12
  • 호수 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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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을 전격 인수했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은 연 매출액 1조8419억 원 규모로 전체 매출의 3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모태인 직물과 관련된 사업이어서 매각 결정 배경을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 이번 인수로 삼성그룹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조짐이어서 세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에버랜드는 인수한 패션사업을 새 성장 축으로 삼아 회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리치에선 새로운 사업 인수로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는 에버랜드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제일모직이 창업 모태였던 패션·직물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한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전자소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제일모직은 지난 9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직물·패션 관련 사업 일체를 1조500억 원에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직물업으로 창업한 지 59년 만이다. 에버랜드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매수건을 의결했다. 이 안건이 오는 11월 1일 제일모직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 12월 1일자로 거래가 완료된다.

글로벌 성장위한 모멘텀

제일모직은 갤럭시, 빈폴로 대표되는 의류 회사다. 삼성물산, 제일제당과 함께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그룹의 모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삼성 내에서는 의미가 각별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자제품용 소재 개발에 나서면서 지금은 첨단 소재 부분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패션 산업 매출은 전체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포기한 배경에 대해 매출 비중이 높은 화학과 전자소재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사업별 매출액은 화학이 약 44%, 전자재료가 약 26%로 전체 매출액의 약 70%가 비(非)패션 매출에서 나왔다.
제일모직은 매각 대금 1조500억 원을 소재사업에 재투자하고 연내 회사 이름도 전자소재 사업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은 지난 2004년 한 차례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가 접은 적이 있으며, 영문으로는 이미 ‘CHEIL INDUSTRIES’(제일산업)를 사용하고 있다.
박종우 제일모직 소재사업 총괄사장은 “이번 결정은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 개발과 생산기술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에버랜드는 기존 테마파크, 골프장 운영 사업에 패스트패션, 아웃도어, 스포츠 패션 분야를 합쳐 ‘소프트 경쟁력’을 확대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패션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이자 글로벌 성장을 위한 모멘텀으로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사장은 “패션은 무엇보다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앞으로 더욱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에버랜드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계열사 패션사업을 인수한 것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도 단번에 바뀌게 됐다.
그간 삼성 에버랜드는 레저사업을 비롯해 부동산·건설사업, 급식 사업의 3대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다. 레저 사업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1809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매출 중 11.82%다.
부동산·건설사업은 올 상반기 6564억 원 매출을 거뒀다. 이는 전체 매출에서 42.89%를 차지했다. 급식사업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6931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매출 중 45.29%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가 인수한 패션사업은 올 상반기 매출이 9900억 원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종전 사업보다 패션 사업의 비중이 더 크다.
이번 인수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비중은 46.4%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 3조 원을 기준으로 패션사업 매출 1조8000억 원(내부거래 비율 3%)을 더하면 내부거래 비율은 3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에버랜드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외부시선 탓에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진출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패션사업 인수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수익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그룹 후계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건희 회장의 맏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내 범(汎)전자 및 금융·중공업 부문을 갖고 장녀인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와 에버랜드를,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은 제일기획(광고)과 제일모직을 각각 분담하는 구도였다.
실제로 이부진 사장은 에버랜드와 호텔신라 경영을 책임지고 있고 이서현은 제일모직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러던 것이 이번 패션사업부문 조정으로 인해 두 자매의 역할에 변화가 생길지가 주목받는 것이다.
관건은 이서현 부사장의 역할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나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패션과 광고 쪽에서 일해 온 패션전문가로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
SPA(패스트패션)브랜드인 ‘에잇세컨즈’의 성공적인 런칭, 럭셔리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 개점과 다수의 유명 브랜드 인수 등으로 패션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2010년에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의 패션부문 후계는 이서현 부사장으로 굳어지는 듯 했다.

후계구도 재편?

이번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은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가지만 이서현 부사장은 제일모직에 남게 된다. 일단 모양새는 언니인 이 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을 맡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재계에선 이번 사업 부문 조정이 이부진 사장에 ‘힘 실어주기’라는 의견과 이서현 부사장이 향후 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이번 인수로 후계구도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후계승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소지는 있겠지만 지분관계 등에서의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에버랜드는 1963년 ‘동화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이후 1967년에 중앙개발로 상호를 변경한 후 안양컨트리클럽, 동래컨트리클럽을 개장했다.
1976년에는 현재의 에버랜드인 자연농원을 개장했으며 1977년에 현재의 E&A(부동산·건축·조경) 사업부인 빌딩관리사업부를 설립했다. 1933년 푸드서비스 사업부를 설립, 1996년 자연농원을 에버랜드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캐리비안베이를 개장했다. 다음해인 1997년에 사명도 중앙개발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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