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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트란 국제금융협회 수석전무 “너무 커진 빚 저성장 골 깊다”
흥 트란 국제금융협회 수석전무 “너무 커진 빚 저성장 골 깊다”
  • 월간리치
  • 승인 2016.03.09 19:29
  • 호수 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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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가 저성장 늪에서 허덕이는 건 ‘과잉 부채’의 역풍 탓이며 당장 최악의 위기가 오지 않아도 재빨리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진단. IIF 흥 트란 수석전무는 한국은 기업부채 비율이 높아 해외에서 돈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정책보다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그의 진단과 해법을 리치에서 간추려 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세계경제가 경착륙에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2월 23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초청강연 때문에 내한했던 베트남계 미국인 흥 트란(Hung Tran) 국제금융협회(IIF) 수석전무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렇다고 낙관론인 것도 아니다.


장기 저성장 6년은 더 간다

충격파를 확산시킬 큰 위기(Big Crisis)를 겪으면 극복하느라 새로운 기회를 만들 법도 한데  지금처럼 저성장이 길어지면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나 발판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이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6년 연속 3% 이하 성장에 그쳤던 추세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그는 “6년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서슴지 않았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강연(이하 강연)에선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표현을 조금 달리 했다. 


너무 팽창한 빚이 뿜는 역풍

원인은 “부채역풍 탓”이라고 인터뷰에서 답했다. “2008년 이후 각 나라가 위기를 넘기려 금리를 내렸는데 생산성이 떨어지고 노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부채 리스크가 커진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강연에서도 세계경제 저성장 탈출을 가로막는 요소가 ‘과잉 부채’라고 지목했다. 예전엔 1달러를 빌리면 그에 상응하는 국내총생산(GDP)을 일굴 수 있었지만, 지금은 3달러를 빌려야 그만큼의 GDP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부채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더 이상 빚을 내기 어렵고, 경제 성장도 그만큼 어려운 악순환 구조에 갇혔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부채 부담 높아 우려

공공부문 빚이 늘어난 유럽과 달리 신흥국들은 기업부채가 늘어난 점을 그는 걱정했다.
트란 전무는 특히 “한국기업 부채는 GDP 대비 15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업 부채 규모는 2300조원이어서 국내총생산(1485조)의 1.5배 넘는다. 이어 트란 전무는 세계 무역량이 줄어드는 추세도 한국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강연에서 그는 “한국 기업의 부채가 많아서 해외 채권시장에서 돈을 들여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까지 곁들였다. 


금리정책보다 재정지출 나서야

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두고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로 돈 푸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공급 과잉 상황에서 기업들이 돈을 빌려 설비투자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엔화 가치가 많이 오르는 등 과거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란 전무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도 공급과잉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금리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오랜 기간 저성장을 하면 펀더멘털(기초 체력)에도 영향을 주고, 저성장을 극복할 힘이 사라져 청년 실업 문제 등 사회적·정치적 문제가 된다”고 경고했다.
저성장 탈출 해법으로 그는 긴밀한 국제 공조를 제시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통화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재정정책 등을 정교하게 펴면서 G20 등 국가 간 원활한 정책 공조가 이뤄진다면 탈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설립된 IIF는 세계 주요 민간은행이 수집하는 채무국의 금융, 경제 정보를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트란 전무는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도이체방크를 거친 금융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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