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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권 ADB 이사 “한국 강점, 경제 외교에 큰 힘”
고형권 ADB 이사 “한국 강점, 경제 외교에 큰 힘”
  • 월간리치
  • 승인 2017.05.10 09:13
  • 호수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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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위태롭고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정세를 살피고 향후 전망에 대한 고견을 얻기 위해 최근 필리핀 마닐라 ADB(아시아개발은행)본부에서 고형권 이사를 직접 만났다. “고 이사는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이 확장적 거시정책과 구조개혁을 공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치에서 그의 계획을 들어봤다.


해외에서 받은 원조 물품과 차관을 단비처럼 반겼던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경험과 강점이 얼마나 소중한지 경제 외교 무대에서 절감했다는 고형권 ADB이사.
선진국에서 파견 온 인력들과 신흥국 사람들이 맞부딪히며 대립할라 치면 없어선 안 될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ICT를 비롯해 대중교통, 수자원관리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양자협력에 관심을 가진 개도국들과 생산적인 소통을 할 때 역시 대한민국 경제와 외교에 도움이 될 일이어서 흐뭇한 마음이라고 한다.
대내외 경제여건에 대해서는 불안요인을 주시하면서 차분하고 원칙 있는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다.
선진권에서 유일하게 돈풀기 정책을 멈춘 미국조차 트럼프 정책 집행과정과 금리인상 영향에 따라 진로가 불투명하고 유럽과 일본 또한 불안요인을 안고 있으니 대선 이후 우리나라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일깨워 준다. 
무엇보다 고 이사는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 외환 건전성과 금융시장 안정, 고령화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혁, 보호무역주의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 등 국제기구들의 처방을 적절히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수출경쟁력에도 민감한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관련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겹더라도 원화국제화 노력이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필리핀 ADB 본부 현지 상근인력 가운데 ADB 지분율 8위 대한민국을 대표하면서도 대한민국 경제 성장 기조의 확장과 금융외환 건전성 및 안정성을 기대하며 일한다.
해외 투자에 관심이 많은 자산가들에게는 국제기구들이 투자 대상 나라별로 경제지표 등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꼼꼼히 살필 것을 권한다. 또한 국가신용등급, 부도위험지표(CDS), 국채금리, 환율·주가 움직임 등과 관련된 지표를 꾸준히 체크하는 정석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권고를 덧붙인다.


다음은 고 이사와 리치가 주고 받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Q. 미국 금리정상화가 시작되고 최근 북핵리스크가 부각되는 동안 환율움직임 예측가능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입니다. 한 때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원화의 국제화’가 다시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A.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과 단기적 위험요인을 반영하여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만큼, 예측이 가장 어려운 경제변수 중 하나입니다. 최근 미국 금리정상화와 북한미사일 문제 등으로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다소 커진 것은 사실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피 등 주식시장도 북핵, 미국의 금리인상, 산업구조조정 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화국제화를 이루려면 원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제반여건이 먼저 성숙되어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정책으로 가시적 성과를 이루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리의 교역규모가 더욱 커지고, 각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국제화가 진전되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도 관련된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봐요.

Q. 결국 경제가 좋아져야 할 텐데요. IMF와 ADB 등 국제기구들이 보기에 대선 이후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은 어떤 길이다 하는 컨센서스 측면에서 정리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얼마 전 IMF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5%로 상향 조정했고, 우리나라 성장전망치도 2.6%에서 2.7%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세계경제 회복 조짐이 있고, 우리나라는 최근에 수출과 투자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반영한 결과라고 봅니다.
다만 아직은 거의 모든 국제기구들이 아직도 세계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특히,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연준의 금리인상, 영국의 브렉시트, 중국경제의 성장세 조정 등으로 인해 하방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에 대해서 ADB는 지난 4월 초 발표한 ‘2017년 경제전망(Asia Development Outlook)’에서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국내정치의 불확실성, 북핵, 산업구조조정 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어요. IMF는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미약한 점, 가계부채, 정치적 불확실성을 단기적인 성장 제약요인으로 예를 들고 있습니다.
정책대응방향으로는 G20, IMF, ADB 등 거의 모든 국제기구들이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통한 경기와 고용의 안정 ▲거시건전성 관리 및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의 지속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기반 조성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중장기 구조개혁 노력 ▲보호무역주의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표현과 관점에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국내에서도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정책방향에 대해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Q. 한국경제 전망을 놓고 국내기관들과 국제기구 시각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경제 전망은 여러 가지 경제변수에 대한 가정과 모델에 기반해 이뤄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망기관별로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국내에서도 전망기관별로 차이를 드러내는 만큼, 굳이 국내 기관과 국제기구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국제기구들은 한국만이 아닌 여러 국가의 경제전망을 함께 하는 만큼 물가, 환율, 투자, 수출 등 공통적인 변수에 많은 관심을 갖는 반면에 국내기관들은 부동산, 교육비 등 한국경제 실정을 감안한 국내이슈들을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Q. 선진국 경제에도 온도차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회복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A. ADB는 선진국 경제가 금년과 내년 모두 1.9%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IMF에서도 선진국경제가 작년 1.7%에서 올해 2.0%로 성장률이 높아진 다음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하신대로 나라마다 사정은 다른데, 미국의 경우 소비와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견고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방향과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경제심리 회복세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브렉시트 이후 EU 경제공동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면서 경기회복세가 아직은 취약한 측면이 있고, 일본도 단기적인 회복세는 유지할 것이나, 대외수출의 새로운 모멘텀이 준비되지 않으면 경기회복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Q. 자산가들 입장에선 신흥국들 가운데 성장세가 견조하고 국제금융리스크에 강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을 구분지어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한 투자처와 조심스럽게 다가가야할 투자처를 가르는 감별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자산투자와 관련해서는 ‘수익과 위험은 비례한다’는 시장의 기본원리를 항상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평균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시사하는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투자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투자자 본인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총 투자자산중 얼마를 위험자산에 배분해서 투자할지에 대해 충분히 판단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2010년에서 2012년까지 몽골에서 세계은행 컨설턴트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2011년에 지하자원 값 상승으로 FDI가 유입되면서 몽골의 성장률이 17%로 세계 1위였고 주가도 엄청나게 뛰었지만, 2012년에 정권이 교체되고 외국인투자에 대한 정책변화와 지하자원값 하락으로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다가 작년부터는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봤습니다. 
투자에 앞서서, 신용평가사나 국제기구들의 국가별 평가보고를 통해 성장전망, 산업경쟁력, 재정건전성, 대외부채수준, 정치·사회 안정성 등을 평가해 보고, 국가신용등급, 부도위험지표(Credit Default Swap), 국채금리, 환율·주가 움직임 등과 관련된 지표를 체크해 보는 것은 기본이라 하겠습니다.


Q. ADB에서 일하기는 어떠신가요?

A. 저는 이곳에 오기전에 국내에서는 기재부에서 정책조정국, 경제정책국, 예산실 등에서 주로 근무했어요. 해외경험은 미국유학 2년, 세계은행자문관 2년 등으로 그리 길지 않은 편입니다. ADB는 주로 인프라 투자지원을 통해서 아시아개도국들의 발전을 돕고 있는 곳인데, 저는 ADB에 있는 12명의 상임이사중의 한명으로서 개도국에 대한 대출 또는 투자심사, 국가별 발전전략 등을 심사하고, 저의 소관국가인 우리나라, 베트남, 우즈벡, 스리랑카 등 7개 국가의 재무부 및 중앙은행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과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개도국이 함께 모여 있는데 서로 처한 경제적 여건이 달라서 입장차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진입한 경험을 아직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에서 대안을 제시하거나 조정자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ICT, 대중교통, 수자원관리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양자협력에 관심을 가진 개도국들이 많아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서 이곳에 나온 사람들은 그 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인데 그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ADB에는 우리나라에서 와서 일하는 전문가분들이 약 60명에 이르고 있어 다른 국제기구에 비해 많은 편인데, 이분들과 함께 일하고 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물론 ADB가 위치해 있는 마닐라의 생활여건이 국내나 선진국에 비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그렇게 많이 위험하지 않고, 이곳 사람들의 품성이 온순하고 친절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식 업무가 끝난뒤 여가활동은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A. 일과 중에는 읽어야할 자료가 하도 많아서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일과 후에는 될 수 있으면 운동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이곳에는 수영장이 아주 많아서 퇴근 후나 출근 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영을 합니다. 주말에는 제가 사는 ADB 근처가 매연이 많고, 집에 있으면 더워서 야외에 자주 나가곤 합니다. 지난 주에는 마닐라 외곽에 있는 휴양지에서 잠도 자고 스노클링도 했는데 도심지에서는 볼 수 없는 필리핀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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