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13:25 (목)
화려한 명성만큼 초심지키며 전진
화려한 명성만큼 초심지키며 전진
  • 월간리치
  • 승인 2009.03.14 21:26
  • 호수 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높다. 거대 생보사나 은행들의 파산 소식이 한동안 계속되고 있다. 우리 역시 이 같은 공포감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 전반적으로 불황의 파고가 몰아치면서 각 업계는 물론 이와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금융권의 위기감 또한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다고 그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업계 선장들의 역할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선장의 방향타가 폭풍을 벗어나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수장들의 경영현장을 집중 조명했다.

세계적인 금융사 AIG그룹이 지난해 10월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현실로 부상한 것이다. 세계 금융권이 너나 할 것 없이 살엄음판을 걷듯 불안감이 높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3대 금융지주회사 CEO들은 올해 상반기 금융위기 속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갖가지 구상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 생보사 ‘빅3’ 수장들 역시 언제 몰아칠지 모를 파고를 넘어야 할 경영계획 수립에 어느 때보다 바쁘다. 그럼 금융권 사령탑들은 지금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금융계 현장영업통의 질주

우리금융지주의 수장을 맡은 이팔성 회장은 포부가 대단하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우리금융지주를 “자산 500조 원의 금융기관으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2001년 금융지주사로서는 최초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총자산은 현재 329조 원 가량이다.
이 회장의 포부는 우리금융지주 전반적으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금융계에서 ‘현장영업통’으로 불릴 정도로 은행 및 증권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췄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그는 단적으로 1948년 창단 이후 57년간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던 서울시향을 2005년 대표 취임 이후 우량 문화공기업으로 탈바꿈했을 정도로 경영능력과 업무추진력이 대단하다.
이 회장은 1967년 말단 행원으로 금융계에 입문했다. 2005년 우리증권에서 퇴임하기까지 38년간을 금융맨으로서 장인에 가까운 외길 인생을 걸었다. 그에게 금융계는 곧 젊음과 열정, 희망과 인생을 건 고향 같은 곳일 것이다. 그는 “우리금융그룹은 저에게 고향이자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만4165명의 임직원들의 열정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총 보유자산만 329조7000억원 에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만 1조1190억 원 규모다.
이 회장은 2009년 신년사를 통해 “장풍파랑(長風破浪)”을 강조했다. 장풍파랑이란 먼 곳까지 불어 가는 바람을 타고 끝없는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원대한 뜻을 이루기 위해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면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실물경제를 살리는 일이 우선”이라고 국가적인 큰 그림도 잊지 않았다.

“금융권의 살아 있는 신화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은 금융맨들 사이에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밝혔듯 고졸 출신으로 은행장까지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배경도, 학력도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정상의 자리를 얻게 된 ‘금융권의 살아있는 신화’로 통한다.
때문에 그는 지난 1991년 2월 신한은행장이 된 이래 부회장, 신한지주 사장 및 회장을 거치며 무려 18년 째 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 금융계 최고경영자들이 잦은 교체 대상이 되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일이다.
라 회장의 장수비결은 단연 몸에 밴 현장영업이다. 특히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 건은 금융계의 ‘현장영업통’으로 불리는 그의 능력을 증명한 단적인 사례다. 신한금융지주의 현재에 이르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그다.
라 회장은 실제 은행장 재임기간 중 신한은행의 총자산을 10조 원에서 45조 원으로 4배 이상 늘렸고, 지점 수를 115개에서 336개로 2배 이상 불린 성공신화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그의 경영능력이 발휘되는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기준 2만1700명(정규직은 1만7700명)의 임직원에 총 보유자산만 315조2000억 원에 달한다.
신한카드가 LG카드 인수 당시 ‘쥐가 코끼리를 무는 격’이라며 M&A 과정을 지켜보던 업계관계자들은 비아냥댔다. 또 조흥은행 인수 당시 신한지주 회장이던 ‘라응찬 회장 퇴임’을 외치는 조흥은행 노조의 반대는 격렬했다.
하지만 라 회장은 이런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M&A 성사시킨 뒤 현재는 모든 임직원들의 화합을 다지고 있다. 조흥은행과의 통합과정은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과정에서 대표적인 통합 성공 스토리로 채택할 정도로 인정받는 사례다.
라 회장은 최근 불어 닥친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용을 잃으면 많은 것을 잃고 용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임직원의 자세를 다잡고 있다.

“2013년까지 600조 자산 만든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출범식 당시 ‘모죽설’을 KB지주의 전략적 모델로 설명했다. KB금융지주가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뗄 순 없겠지만 국민은행이라는 가장 내실이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의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지난 2007년까지 황 회장은 경쟁사인 우리금융지주를 이끌던 수장이었다. 지난해 9월 KB지주의 초대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출범식에서 “국내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대등 합병을 추진하겠다”며 M&A를 통한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2013년까지 자산 600조 원, 아시아 10위, 글로벌 50위의 금융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검투사론을 외쳤던 황영기 회장. 과거 삼성증권 대표,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공격경영의 진수를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모죽설을 외치며 KB금융지주의 화려한 재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KB금융그룹은 상대적으로 체력이 강한 금융그룹으로서 시기적으로 어려운 금융환경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럴 때 일수록 기회는 많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고 성장하기 위한 모델로 황 회장의 모죽설을 경영에 깊게 세기고 있다.
그는 “모죽은 씨를 뿌린지 5년 동안 싹을 피우지 않지만, 죽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에 최대 7~80cm씩 자라 1년 만에 거대한 나무가 된다고 한다. 싹을 피우지 않는 5년 동안 땅 밑에서 뿌리를 넓게 뻗으며 성장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다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우리은행의 총자산을 50%가량 늘리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총자산이 2003년 말 연결 기준 103조 원이던 우리은행 자산이 2006년 말 166조40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순이익은 2004년 1조2610억 원, 2005년 1조8335억 원, 2006년 2조1892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경신하기도 했다.
황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은 KB금융지주에서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그는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옛말에 빗대어 “한 방향을 향해 일치단결해 소처럼 뚜벅뚜벅 전진해 나간다면 생각했던 목표보다 훨씬 더 높은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2009년을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삼성생명의 ‘상생과 나눔’

삼성생명의 수장은 이수창 사장이다. 그는 늘 ‘상생과 나눔’의 경영철학을 대내외에 강조한다. 얼마 전에도 이 사장은 “월가의 금융인들이 감나무 끝의 까치밥처럼 상생과 나눔의 지혜를 실천했다면 위기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삼성생명 임직원들에게 말한 바 있다.
이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금융인과 고객의 상생과 나눔의 지혜를 빗댄 표현이다. 올해로 취임 3년째를 맞는 그가 위기의 현 상황을 돌파할 구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국내 우량보험사가 서로 상생해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자주 강조한다. 바로 그의 브랜드 경영전략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라는 삼성생명의 경영전략도 이 사장의 작품 중 하나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삼성생명은 무려 824만 명의 가입 고객수를 확보하고 있다. 자산규모만 116조3793억 원에 이른다. 시장 점유율에서 26.6%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부동의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상생과 나눔의 경영전략을 강조하는 이 사장은 지난 IMF 당시의 어려움을 떠올리며 “신뢰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성장발판을 삼자”고 삼성생명 내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IMF 당시에도 자산건전성과 안전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장 점유율을 무려 40%대까지 끌어 올린 바 있다.

“보험사로서 위기이자, 기회”

보험업계에서 위기 속에서 빛나는 인물을 꼽자면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이다. 수차례의 위기 속에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제시하며 대한생명의 제2 도약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사실 보험업계의 산증인이다. 지난 1972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2003년 대한생명 사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보험업계의 여러 파고를 핸들링하며 헤쳐 나온 명 선장. 그는 현재까지 36년 째 보험업계에 종사는 그야말로 장인정신의 경영인이다.
대한생명은 현재 540만 명의 가입 고객 수에 50조7329억 원의 자산규모로 업계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는 신 부회장의 평소 경영철학이 바탕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생명을 진두지휘하면서 “현재 상황이 보험사 입장에서 위기이자 기회”라는 소신을 바탕으로 보험 판매 채널 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는 등 발 빠른 변신을 거듭해왔다.
신 부회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업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영전략을 토대로 지난해에는 대한생명의 브랜드슬로건을 ‘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으로 선포했다. 이런 의미는 고객에게 최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1등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한생명의 약속을 표현한 것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신뢰를 보이겠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객가치 혁신에 집중하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요즘 ‘고객가치 혁신’을 강조한다. 지난해 임원회의에서 그가 자주 설파한 것 중 하나가 “회사의 모든 자원을 고객가치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임원들이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유지고객을 직접 만나야 고객가치 혁신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금융위기로 최근 보험업계의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가입자들의 수가 현저히 줄고 있고 이에 따른 보험 해약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고객가치 혁신에 더욱 매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지난 2000년 5월 교보생명 회장을 취임했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신창재 회장의 이력이 당시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불식 시키듯 현재의 교보생명은 520만 명의 가입 고객 수에 47조4124억 원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업계 '빅3'로 성장했다.
사실 신 회장은 업계 경쟁사와의 외적경쟁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을 위한 최고의 혜택과 신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경쟁사와 힘겨루기를 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 회장은 또 현장을 통한 공격경영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통해 금융위기 전체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는 의미다. 그는 얼마 전 교보생명 임직원에게 “올해는 현장이다”라며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교보생명 모든 임원들은 직접 고객을 만나는 ‘라포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 임원 등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하여 고객만족을 실천하고 고객의 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