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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커티스 회장 “철강 관세 무역분쟁 근본대책 필요”
케네스 커티스 회장 “철강 관세 무역분쟁 근본대책 필요”
  • 리치
  • 승인 2018.03.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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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오로지 미국의 이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을 잇달아 내놓은 가운데 법인세 인하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관세 장벽을 높이치는 것에 대해 한국이 극복하려면 미국내 우호세력을 만드는 노력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치에서 핵심내용을 정리해 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법인세 인하 정책이 도리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 철강산업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 관세 인상 공세에서 비켜 가려면 백악관 참모와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 관료와 기업인 등 다각적인 접촉과 설득이 필요하다.”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3월13일 서울 프레스센터 조찬 강연에 나선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회장이 큰 맘 먹고 건넨 훈수다.
커티스 전 부회장은 지금은 스타포트인베스트먼트홀딩스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국 보호무역 정책과 중국의 정치체제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자신의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한 조언을 전했다.


세금감면 이익은 편중, 부작용 커

커티스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불난 집에 석유를 끼얹은 격”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 공공부채가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수지 적자는 여전한 가운데 표면적으로 내세운 경제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 보면 공공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커티스 회장의 판단과 시각은 두 가지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먼저, 법인세 감면으로 늘어난 기업의 수익은 대부분 주주들의 이익에 국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의 상류층 10%가 미국 주식의 84%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법인세 인하로 증가한 기업 이익의 50%는 자사주 매입으로, 25%는 배당금 증가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 효과는 상류층에 머물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세금 감면 혜택을 본 몇 몇 기업이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이같은 모습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대다수 기업 직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커티스 회장이 두 번째로 강조한 근거는 미국 경제가 수출 주도국으로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현실이다.
그는 “미국이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을 세제 혜택으로 끌어들여 수출 주도 국가로 변모한다면 물가가 상승하고, 자산 가치는 하락하며, 금리는 오르게 된다”고 역설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20조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는데 금리가 더 오르면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걱정했다.


한국 철강산업, 관세 무역분쟁 피하려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올리는 바람에 대미 수출 전선에 타격이 예상되는 우리나라 철강산업 위기 타개책 마련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전했다.
“한국산 철강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이라고 커티스 회장은 분석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접근 시각은 역대 다른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위험을 짊어지고 북한 지도자와 회담에 응했다. 한국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답을 하라’는 식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관세 면제 처분을 받은 캐나다, 멕시코, 호주와 한국이 처한 상황 또한 다르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돌입한 상황이고 호주의 경우 미국 철강기업이 호주에 수출하는 액수가 더 많아 관세 규제를 펴면 미국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그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참모진과도 면밀한 대화가 필요하지만, 연방정부 관료, 주지사, 기업, 외교 압력단체 등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 연임 가능성 대비” 훈수

나아가 커티스 회장은 오는 11월 미국 상·하 양원 중간선거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 보호무역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30년 동안 보호무역주의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히려 커티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밖으로는 여러 국가들에 보복관세를 매기고 안으로는 대대적 감세로 미국 국민에게 보너스를 안긴 것, 그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성과 등을 대대적으로 세일즈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지지층은 생각보다 견고해 한국도 그의 재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커티스 회장의 조언이다.
아울러 그는 “철강 관세니, 트럼프 정책이니 하는, 어찌 보면 단기적인 사안에 집중하기보다 향후 5년, 10년 한국의 국가적 이익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미국도 중요하지만 통상에 있어 중국은 한국에 더 중요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던지면서 한국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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