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09:50 (금)
이탈리아 토스카나 ‘산 페리체’
이탈리아 토스카나 ‘산 페리체’
  • 고재윤교수
  • 승인 2018.10.04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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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색향
감칠맛 여운

 

이탈리아 와인 쌍벽 가운데 한 축인 토스카나 지역에서 산 페리체 와이너리(Agricola San Felice)를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체험이다. 시에나 도심에서 차로 30분 걸려 닿은 마을 전체가 와이너리이면서 여러 편의시설과 박물관까지 갖춘 관광명소다. 토착품종을 되살리고 전통과 현대양조의 조화를 확보하려는 노력 덕분에 이 곳 와인의 그야말로 다채로우면서 풍성하고 또 격조높은 향연을 떠올리게 한다.

이탈리아의 남부는 아름다운 역사 도시로 건축미학이 빼어난 건물들과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역사의 향기를 그윽하게 더듬어 보는 묘미가 있다.
더욱이 이탈리아 와인의 쌍벽을 이루는 토스카나 와인 여행을 겸하게 되는 사람이라면 더 깊고 진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토스카나 지역에서 유명한 와이너리이면서 이탈리아에서 역사 깊은 최고의 산 페리체 와이너리에 방문하는 기회는 너무나 좋았다.


전통음식과 와인 미식 순례지

산 페리체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중부 시에나(Siena)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해발 400미터의 카스텔 누 오보 베라 르 덴가(Castelnuovo Berardenga) 마을에 터 잡고 있다.
와이너리 주변에 650헥타르의 토지를 가꾸고 있는데 이 중에 140헥타르가 포도밭이며, 약 1만 7000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마을 전체가 산 페리체 와이너리로 1991년부터 호텔, 레스토랑, 수영장, 스포츠센터 등의 편의시설과 와인 생산시설, 저장고 그리고 박물관을 새롭게 건축하여 관광명소로 소문이 나있다. 특히 미쉐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인 일 포지오 로소(Il Poggio Rosso), 그리고 오스텔리아 델 그리지오(Osteria del Grigio)에 많은 관광객들이 토스카나의 전통 음식과 산 페리체 와인으로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해준다.  
순교 역사 그리고 포도 명산지

산 페리체의 역사는 이 마을이 생긴 에트루리아(Etruria; 로마 공화정 이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 페리체의 브랜드명은 서기 714년 마을 중심에 있던 산 페리체 핀치(San Felice in Pincis) 성당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당시 순교자 산 페리체 노라(San Felice da Nora)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 주민들은 아레조(Arezzo)와 시에나(Siena)교구가 소유한 경작지에 포도농사를 지었다. 1800년 중반에 이 마을은 아름다운 건축물, 집들이 들어서면서 발전을 했다. 이후 수차례 소유주가 바뀌었지만 1924년에 소유주인 그리 살디  델 타자(Grisaldi Del Taja)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협회(Chianti Classico Consorlium)의 창립멤버로 활동하면서 와인 품질에 많은 공헌을 했다.


전쟁 후 위기, 품질로 전화위복

세계 2차 대전 이후에 토스카나 지역의 와이너리들은 적자가 심해지고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산 페리체 와이너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1968년 엔조 모르가니티(Enzo Morganti)가 인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는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법의 포도재배, 떼루아 별 포도 품종의 선별, 와인 생산시설과 저장 등에 열정적으로 연구하면서 와인의 품질향상이 되었고 명성을 얻게 되면서 토스카나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1960년대 키안티 지방에서 산지오베제 포도 품종으로 전통양조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대신에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띠 베르도를 블렌딩한 프랑스 보르도 양조방식으로 만든 비고렐로(Vigorello)와인은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의 효시가 됐다.
또한 붉은 갑옷을 입은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Chianti Classico Riserva)의 와인 라벨은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갔으며, 키안티 와인의 최상급 키안티 클라시코 크뤼급의 포지오 로쏘(Poggio Rosso)는 와인 전문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70년대 초반에 보험회사인 알리안츠 그룹(Allianz Group)이 인수하면서 와인 품질에 집중하고자 현대적인 과학 양조 설비로 재정비하고 마을의 건축물을 복원하고 예술품을 보존하면서 옛 모습의 마을로 바뀌었다.


토착품종 열정 세계유일 와인 ‘오롯’

1982년부터 세계적인 슈퍼 투스칸 열풍에 토스카나 지방의 많은 생산자들이 국제 포도품종으로 와인 양조방법을 변경할 때 산 페리체 경영진은 피렌체, 피사의 두 대학과 공동으로 오히려 잊히고 있던 토착품종에 집중적인 연구를 했다.
토착 포도품종을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토스카나 토착품종 270여종을 분류하고, 산 페리체 와이너리 포도밭 토양에 적합한 푸니텔로(Pugnitello)를 발굴하여 2006년에 세계유일의 푸니텔로 와인을 생산했다. 1990년부터는 피렌체, 피사의 두 대학과 공동으로 과학적이고 지속가능한 포도밭 관리, 토양별 포도품종에 관한 연구는 물론 미세기후별 떼루아로 세분화하고 각 5개의 포도밭 별로 다양한 포도 품종을 재배하면서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전통적인 양조방법과 현대적인 양조방법의 접목도 시도했다.


풍성한 풍미 조화로운 맛 색 향

최근에 산 페리체 와이너리는 토스카나의 농촌 후계자를 양성하고자 피렌체, 피사의 두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학생들을 채용하면서 보다 더 체계화된 포도밭 관리, 양조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필자는 6개의 와인을 시음하였는데 그중에 산 페리체의 대표와인 ‘일 그리지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4(Il Grigio Chianti Classico Riserva 2014)’ 와인이 인상 깊었다.
이 와인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가성비가 매우 좋다. 포도 품종은 산지오베제 100%이며, 검붉고 농익은 칼라에 아로마는 민트, 블랙 체리, 블랙베리, 바이올렛, 시나몬, 초콜릿, 가죽 향이 올라오며, 풍부하고 복합적인 맛에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풍성한 풍미가 일품이다. 드러나지 않을 만큼 탁월한 산도,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맴도는 타닌으로 구강촉감이 우아하다. 긴 여운과 함께 풀 바디 유형의 와인으로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양고기, 쇠고기 스테이크, 양념갈비, 치즈 등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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