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신인석 금융통화위원 “저물가, 금리인상 어려워”
신인석 금융통화위원 “저물가, 금리인상 어려워”
  • 리치
  • 승인 2018.10.08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물 경기가 잠재성장궤도 수준에 있으니 경기 안정을 위해 금리조정을 할 때가 아니고, 가계부채는 잠재적 위험이지 현재화된 위험이 아니므로 물가 흐름의 특이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각오한 신인석 금융통화위원. 물가상승률이 낮고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이상 선제적 통화정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표현으로 아직 금리인상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시사했다.
리치에서 기자 간담회 내용을 분석해 봤다.

 

인플레이션 낮은 속도 큰 우려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고 실물 경제가 잠재성장 경로에 있기 때문에 금리 조정은 필요하지만, 금리 조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는 것을 확인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9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견해다.
여기서 금리 조정 방향은 당연히 기준금리 인상을 뜻한다.
“흔히 통화정책이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 물가 경로를 보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중심 뼈대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지금은 인플레이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1970~1980년대처럼 고 인플레이션을 지나던 시대에나 적용하면 좋을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옛 교과서 문구에 따를 때가 아니라는 인식인 셈이다.  


물가 흐름 특이성에 주목

신 위원은 지난 5년(2013~2017년)간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은 1.24%로, 한은의 정책 목표(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이전 5개년 평균 3.3%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무엇 때문인지 보는 것이다.
신 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통화정책 담당자로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특이 현상”이라며 이처럼 물가 상승률이 낮은 이유는 “기대 물가상승률이 다소 하락하는 가운데 GDP갭, 즉 수요측 물가상승압력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유지하고 있다.
실물 경기가 잠재성장률 만큼 이뤄지는데도 유독 물가가 낮은 상황에 주목하는 때문인지 신 위원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지는 상황에 대응해 한은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이유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견해를 밝혔다.


섣부른 인상, 저물가 고착 가능성

신 위원은 실물 경기 상황과 더불어 가계부채 위험 또한 통화정책 판단에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고 봤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하지만 아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정도로 현재화된 위험은 아닙니다. 당분간 금융건전성 정책으로 관리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봅니다.”
심지어 지금 상황에서 금리 조정(인상)에 나섰다가는 경제주체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마저 내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가 지금처럼 낮은데도 금리를 조정했다가는) 결국은 인플레이션 목표의 달성이 중앙은행의 우선적인 정책목표가 아니고 다른 이유 아니냐 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습니다. 기대물가 상승률이 만약에 하락했다면 하락된 수준에서 고착되고 나아가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서는 한층 더 하락하는 계기를 제공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목표제의 궁극적 과제는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유지”라며 “일시적 충격으로 괴리가 있어도 물가상승률은 목표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 주체에게 주는 것이 인플레이션 목표제에서 통화정책 담당자가 맡은 책무”라고 강조했다.
성장 따른 물가압력 지연 현상
신인석 위원이 인플레 압력 저속이 문제라고 진단한 문제의식은, 실물 경기가 낮긴 하지만 성장을 하는데도 수요측면 물가상승압력이 체감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작년 같은 경우 경기가 조금씩 좋아졌는데 임금상승률은 그렇게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운을 뗀 그는 “보통의 경우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오른거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임금이 올라가면서 비용이 높아지고, 그래서 물가도 올라가고 하는 것을 예상하는 건데, 그 채널이 그렇게 잘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좀 올라가고 있긴하지만  고용은 좋지가 않은 것으로, 결국은 물가상승 압력이 경기가 노동시장을 통해서 물가상승 압력으로 전이가 돼야 되는데 그 메커니즘이 저희가 기대하는 것보다 빠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정책당국과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생겨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GDP갭 측면에서 물사상승 압력이 단계적으로 발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한 대목이 그런 의문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신 위원이 진행한 일문일답 가운데 두 가지를 추렸다.


Q. 가계부채 위험이 현실화된 위험이라고 판단할 만큼의 기준은 무엇인가?

A. 그런 상황이 언제냐 라고 말한다면 위기적 상황이다라고 저는 해석한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금융위기가 날 수도 있다 하는 게 되겠다.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그러면서 전체 통화 유동성이 그렇게 되면 급격하게 변동이 되겠는데, 아마도 축소가 된다든지, 밖으로 대외안정성도 문제가 될 수가 있고. 제 말씀은 현재상황이 그런 위기적인 경로로 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런 말씀이다.


Q. 통화정책이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전에 맞는 논리라고 하셨는데 지금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통화정책 효과에는 시차가 난다는 것과 관련해 어떻게 보시는가?

A. 지금 예를 들어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율은 1.5%지만 1년 뒤의 인플레이션율은 2.5%가 될 것 같다. 그러면 2.5%에 대해서 대응하는 게 맞다. 그런데 제 말씀은 뭐냐면 지금 1.5%인데 1년 뒤 2.5%가 될 위험은 별로 없다는 말씀이다. 그러면 이런 경우에 더군다나 장기간 물가상승률이 낮았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 그러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대응해도 좋겠다 하는 말씀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게 낫겠다 라는 말씀은 조금 과했던 것 같고, 그것보다 조금 좋은 표현은 지금 생각해 보니까 미국 연준에서 하고 있는 ‘신축적인 대응’이라는 표현이 더 좋은 것 같다. 

프로필
▲ 1965년 생
- 서울대, 서울대대학원 경제학 석사
-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 주요 경력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1997)
- 금융발전 심의위원
- 증권거래소 시장감시원회 위원
-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
- 자본시장연구원장 (2014~2016)
-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 위원 (2016~현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