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용이 품은 ‘샹그릴라’
은빛 용이 품은 ‘샹그릴라’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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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트레킹 중국 운남성 차마고도 ‘호도협·옥룡설산’

 

중국 남부에 자리한 운남성은 구름이 지나는 남쪽이라는 뜻으로 연중 내내 봄 날씨를 자랑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봄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만년 설산의 히말라야 끝자락에 자리해 드높은 산맥과 험준한 협곡,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 중 옥룡설산은 길이 35km, 너비 12km에 이르는 광대한 산군으로 무수한 봉우리 중에서 5000m 이상의 봉우리 13개를 붙여서 옥룡 13봉이라 부르는 곳이다.

 

13개의 봉우리에 눈이 쌓인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해 ‘옥룡설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으며 소수민족인 나시족에게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산이기에 가장 높은 주봉은 등반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총 3일간의 트레킹 여정 중 1박 2일간은 옥룡설산을 오른편에 두고 내내 바라보며 깊은 협곡의 윗길을 걷는 호도협(虎跳峽) 트레킹으로 짜여 있다.
나머지 1일은 옥룡설산 모우평 케이블카 선착장에서 설련봉을 마주하는 설련대협곡까지 이어지는 6.5km의 트레킹으로 여정이 이루어져 있다. 3일간의 트레킹은 옥룡설산을 내내 마주하면서 호도협을 걷는 것에 옥룡설산의 깊은 곳으로 가는 것까지 더해져 가히 옥룡설산 완전 정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장 걷고 싶은 트레킹 구간

차마고도와 샹그릴라로 이어지는 호도협은 합파설산(5396m)과 옥룡설산이 만나서 생긴 깊은 협곡이다. 본래는 하나의 줄기였던 두 산은 지각운동으로 인해 갈라졌으며 갈라진 틈으로 강물이 흘러 16km의 길이에 높이가 2000m에 달하는 무섭고도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졌다.
호도협의 뜻은 말 그대로 호랑이가 건너서 뛸 만큼 좁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강물은 중국을 대표하는 강 중 하나인 장강(長江)의 상류인 진사강이다. 호도협 트레킹은 1박 2일간 진행이 되는데 차량이 다니며 먼지를 풀풀 풍기는 아래 고도의 지점이 아니라 그 옛날 마방이 걸었던 협곡의 상단부를 걷는 것이다.
호도협은 예로부터 인류 최고(崔古)의 교역로 중 하나인 차마고도의 일부였다. 티벳과 중국의 당나라가 차와 말을 교역하던 데서 이름이 유래한 차마고도는 최근 5년간 한국인들이 가장 걷고 싶은 해외 트레킹 구간으로 꼽히기도 했던 곳이다.
또한 이 길은 티벳어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의미를 뜻하며 많은 이들에게 살고 싶은 이상향으로 통하는 ‘샹그릴라’로 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중티엔이라고 불리는 중전은 운남성의 상부에 자리한 도시로 그 이름보다 ‘샹그릴라’라는 뜻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호도협 트레킹 길은 끝으로 향할수록 샹그릴라의 땅과 가까워진다.
트레킹의 시작은 옥룡설산을 마주하는 합파설산의 마지막 줄기에서 시작된다. 점심을 먹은 이후 빵차라고 불리는 소형밴을 타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소수민족의 이름을 딴 ‘나시객잔’에 도착하게 된다.
나시객잔의 마당에 들어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멀리 옥룡설산의 우아한 자태가 마을을 바라보는 것처럼 펼쳐지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트레킹 여행의 채비를 하게 된다.
잠깐의 휴식 이후 이어지는 구간은 굽어지는 구간이 28개라 ‘28밴드’라고 불리는 구간이다. 마치 28번 구부러지면 매우 고단하고 긴 시간처럼 여겨질 테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코너 구간도 하나의 밴드로 세어 나가기에 거칠지 않게 들숨을 천천히 조절하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28밴드의 고갯마루에 오르게 된다.
나시족 원주민들은 이 구간에서 힘들어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 타지 않는다 하며 손 사레를 쳐도 말을 몰고 뒤를 따라온다. 혹시나 잠깐이라도 말의 힘을 빌려 오르막을 가는 이가 나올까 싶어 따라서는 것이다.
사실 오르막 구간이 아주 길지 않기에 여러 명의 무리 안에서 말을 타는 이가 발생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점심 식사 이후 2000m의 고도 구간에서 처음으로 산행을 한 이들 중에서 꽤 많은 이들이 말을 이용하기도 한다.
28밴드의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오르막이 없이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총 4시간의 산행이 마무리 될 무렵 산중의 하룻밤을 책임질 ‘차마객잔’에 들어서게 된다.


‘객잔’의 하룻밤과 고즈넉한 산행

비록 긴 시간의 산행은 아니지만 첫 날의 여독을 풀기 위해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차마객잔’에서 오골계 백숙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따뜻한 차 한 잔을 기울이며 산 중의 하룻밤을 보낸다.
높고 험한 산중이지만 전기장판과 트레커를 위한 전용 침구가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어 쌀쌀한 밤도 비교적 편안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객잔에서 잘 때 가장 특별한 경험은 바로 쏟아지는 별빛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둑한 새벽녘 바람이 나무판자의 틈을 삐걱거리며 스며들 때 객실의 문을 열어보면 옥룡설산의 13개 봉우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을 바로 마주할 수 있다. 파란 천공 위에 무수히 수놓은 풍광이 고산에 뒤척이는 피로도 잊게 해 준다. 특히 2층 객실에는 문 앞에 감상할 수 있는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별을 구경할 수 있다.
새벽 5시부터 조금씩 불어오는 아침 바람이 별을 다 쓸어갈 무렵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한다. 따뜻한 죽으로 시작하는 이틀 째 트레킹은 오르막이 하나도 없이 평탄한 길로만 이어지는 산행 코스다. 멀리 하파설산의 줄기를 가까이 조망하며 트레킹 첫날 저물어가는 햇살을 머금었을 때의 색깔과는 또 다른 색의 옥룡설산 면을 동무처럼 옆에 놓고 걷는 코스이기도 하다.
트레커가 붐비지 않는 고즈넉한 코스로 트레킹을 시작한 후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목재 건축물 특유의 운치를 뽐내는 ‘중도객잔’에 들어서게 된다. 100만불짜리 화장실을 보유한 숙소라고 불리는 중도객잔에서 잠시 쉬어가며 호도협의 깊은 물소리와 시원한 옥룡설산의 풍광을 다시금 만끽하게 된다.
초봄과 가을은 파란 하늘로 시야가 확 트여 트레킹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임에도 대부분의 여행객이 여름 휴가철 방문에 집중되어 있어 오히려 고즈넉하고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트레킹 전 코스를 마치 전세 낸 것처럼 홀홀히 걷는 즐거움이 따라온다.
중도객잔에서 한 템포 쉰 후에는 하이킹처럼 느껴지는 평탄한 트레일이 이어지며 시원하게 높은 고도에서 떨어지는 관음폭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점심시간에 다다라 협곡의 하부 지점까지 내려와 점심을 먹은 후 호랑이가 건너 뛰어 넘었다는 ‘중호도협’에 내려갔다 오는 원점회귀 미니 트레킹을 한다.
협곡의 몰아치는 강물에 보다 가까이 내려가는 것이다. 과연 좁고 깊은 협곡의 물살은 여행자를 집어 삼킬 듯이 무서운 파도와 거품을 뿜어내지만 과연 이 절벽들을 마주하며 호랑이가 건넜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일 들 정도로 가깝게 붙은 두 산의 절단면을 감상할 수 있다.
중호도협을 다녀온 이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지정된 여강(麗江), 중국어로 ‘리장’의 고성 안에 있는 호텔에 머물며 오래된 고성이 주는 멋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인들에게도 사랑이 이루어지는 도시로 유명한 여강은 돌로 만든 옛길 아래에 수로가 깔려있어 동방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여강 고성 안에 있는 중국 전통 가옥풍의 호텔에 머물며 이른 아침과 저녁,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성의 아름다움을 구경할 수 있다.


용의 등뼈를 가까이 마주하는 샹그릴라 루트  

트레킹 3일차는 옥룡설산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여정이다. 여강 고성에서 나와 옥룡설산 국가풍경구로 향하는 셔틀 버스로 갈아탄 후 꼬불꼬불 이어지는 오르막을 1시간여 차량으로 이동하면 수많은 중국인들이 드나드는 번잡스런 코스보다 사람이 적어 여유롭게 케이블카를 탑승할 수 있는 해발 3214m 모우평 리프트에 도착하게 된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케이블카에 탑승하고 천천히 케이블카가 움직이게 되면 2일간 보지 못했던 옥룡설산의 다른 면을 가까이 마주하게 된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는 지점인 모우평의 고도는 3500m이다.
이미 1박 2일간 호도협 트레킹을 경험하면서 2670m 이상의 고도에 적응한 상태이고 고도가 높은 지대에 계속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루 일정 내에 높은 고도의 목표점을 찍고 돌아오는 여정이기에 천천히 컨디션을 조절하며 트레킹이 진행된다. 이 코스는 옥룡설산 국립공원 내 유일의 정식 트레일인 ‘샹그릴라 루트’로 케이블카 이동과 도보만으로 이루어져 낙마 사고의 위험성이 없다.
샹그릴라 루트 여정은 현지 지리에 정통한 이가 동행하기에 소수 인원이 트레킹 최고 지점에 도달한다고 해도 길을 잃거나 일행을 잃어버린 위험성이 없다. 또한 이 코스는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이들이 다녀간 옥룡설산의 메인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모우평에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평원의 모습은 3000m가 넘는 고지대라는 것이 의심이 들 정도로 평평하다.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점에 자리한 작은 곰파에 무사히 트레킹을 완주할 것을 기원하는 시주를 하고 걸음을 뗀다. 목표 지점인 4310m의 설련대협곡까지는 약 800m의 고도를 올려야 하기에 녹록치 않은 산행이다.
평평한 지대인 모우평을 지나면 야크가 평화롭게 무리지어 있는 산야 목장에 다다르게 되며 그 이후 펼쳐지는 운삼림 트레킹 코스는 전나무 계열의 수종, 즉 한라산의 구상나무와 비슷한 나무가 낮고 고르게 펼쳐져 걷는 이의 기분을 청량하게 해 준다.
키가 높지 않게 펼쳐진 나무 사이를 따라 천천히 오르막을 오르면 넓은 공터에 작은 쉼터가 자리 잡고 있는데 점심식사를 먹게 되는 ‘설산소옥’이다. 식사 후 바로 산행을 해야 하기에 따뜻한 누룽지와 감자 요리 및 생강차 등이 준비되어 있다. 3800m 고지대에서 생각지도 못한 융숭한 식사 대접을 받게 된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이후 본격적인 고산 트레킹이 이어진다. 오색의 타르쵸가 안내하는 등산로는 끝난 듯 끝나지 않은 듯 이어지며 각 지점마다 친절히 이정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목적지인 설련대협곡까지 다가갈수록 멀리 합파설산과 운남성의 만년설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지지만 랜드 슬라이드 구간에 집중하느라 풍광을 놓치기 쉽다.
특히 이 구간은 돌이 깔린 너덜지대가 사면으로 이어지기에 반드시 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드디어 4310m 설련대협곡 지점에 다다르면 거대한 옥룡 13산의 빙하가 펼쳐지고, 깊은 울림이 퍼지는 고산의 한가운데에 들어서게 된다.
트레킹은 개인에 따라 약간의 고소증세가 나타날 수 있기에 체력 및 당일의 컨디션을 고려해 현지 산악 전문 가이드와 자신의 목적지를 상의하고 선택할 수 있다. 설련대협곡 지점까지 오르지 못할 경우 설산소옥까지 오른 후 옥룡설산 연봉의 파노라마를 푸른 초원에서 걸으며 여유있게 만끽하는 파노라마 코스로 천천히 하산할 수도 있다.
운남성을 대표하는 도시, 여강으로 가는 직항편은 현재 운영되는 것이 없다. 보통 운남성의 주도인 곤명까지 대한항공을 이용한 뒤 다시 국내선을 타고 가거나 사천성의 주도인 성도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 뒤 국내선을 타고 여강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택한다.
동양의 베니스 세계문화유산 여강고성  

여강고성은 송나라 말기 원나라 초에 형성되어 8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차마고도를 통해 티벳과 네팔을 거쳐 인도까지 이어지는 상업무역의 요충지였던 이곳은 골목마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여강고성 내에는 상점과 음식점, 카페, 선술집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음식과 소수 민족의 거리 공연 등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
이곳에서는 소수 민족의 삶과 문화, 역사를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다. 여강에 머문다면 이왕이면 일반 호텔이 아니라 고성 내에 숙박하며 운남성이 가진 아름다운 유산을 가깝게 느껴보길 추천한다. 특색있는 민가를 호텔로 사용하는 곳에 숙박하며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호텔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여행에 낭만을 더한다.


운남성 여행 팁
 
반드시 맛봐야 하는 것으로는 홍콩 침사추이 중심에 운남성 쌀국수 전문점이 위치하고 있을 만큼 운남성 쌀국수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미시엔이라 부르며 국물이 매콤해서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비교적 잘 맞는다.
매콤한 국물 국수 외에 우리의 비빔국수처럼 시원하게 먹는 담백한 국수도 있다. 단 고수를 싫어한다면 주문 전 반드시 “부야오 샹차이(고수 빼주세요)”를 외치자. 그리고 운남성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자연산 버섯요리 또한 일품이다.
사오기 좋은 기념품으로는 푸얼차(보이차)의 고장답게 곳곳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커피를 추천한다. 중국 유일의 커피 재배지로 최근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도 납품될 정도이며 산지라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신선한 원두를 구입할 수 있어 좋다.


자료제공  혜초여행(www.hyecho.com)

* 리치에서는 혜초 여행사와 함께 세계 유명 트레킹 코스를
매달  연재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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