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 10:01 (금)
푼힐·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11일
푼힐·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11일
  • 혜초여행
  • 승인 2019.11.3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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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히말라야의 감동 ‘가득’

 

수줍어 발갛게 물든 설산의 맨얼굴을 바라보다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 푼힐 전망대는 히말라야를 처음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다. 해발 3200m로 히말라야에서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기도 하지만 안나푸르나 산군의 파노라마를 막힘없이 펼쳐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 때문이다. 푼힐전망대를 지나 마침내 트레킹의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다다르면 믿을 수 없이 웅장한 설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세속의 걱정과 고민, 번뇌와 시련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그 의미를 잃는다.


 

‘푼힐/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11일’은 안나푸르나 산군을 파노라마뷰로 전망할 수 있는 푼힐전망대와 안나푸르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트레킹이다.
체력에 자신이 있고 휴가가 짧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푼힐전망대만 8일에 보는 코스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만 8일에 보는 코스도 인기가 있지만 장대한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치를 여유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푼힐전망대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11일의 일정이 적당하다.
트레킹 시작 이틀 차에 고라파니(2,880m)까지 올라 다음날 새벽 푼힐전망대에 도착해서 일출을 감상하는 것이 첫 번째 하이라이트며 트레킹 5일차에 안나푸르나를 바라보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오르고 다음날 아침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안나푸르나의 일출을 보는 것이 두 번째 하이라이트다.
3000m 이상을 오를 경우 고소증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고 트레킹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레킹 코스 중간 중간에는 우리나라의 산장 혹은 대피소와 흡사한 개념의 롯지들이 많이 있다. 롯지는 2인실에서부터 다인실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전 세계인이 동시에 찾아오는 성수기(10월경)에는 오후 늦게 롯지에 도착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롯지에서 담요 정도는 무료도 제공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날씨가 춥기 때문에 침낭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샤워를 할 때는 태양열로 데운 미지근한 물이나 가스로 데운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가스로 데운 물을 사용할 때는 100~150루피의 사용료를 내야하며 핸드폰을 충전하거나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할 때도 100~150루피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나야풀-힐레

나야풀(1070m)에서 지프차를 타고 비레탄티(1025m)를 지나 힐레(1430m)까지 이동한다. 기왕이면 나야풀에서부터 걸으면 좋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던 사람들도 1분에 한 대 꼴로 지나가는 지프차에서 피어오르는 먼지를 마시며 얼굴을 찌푸리는 도보여행자들을 보면 지프차를 타기를 잘 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힐레-고라파니(트레킹거리 : 약 10.5km, 소요시간 : 약 7시간, 최고 고도 : 2880m)
힐레(1470m)에서부터는 오르막길이 계속 된다. 울레리(1960m)부터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를 조망할 수 있으며 오늘 이 후로 틈틈이 마차푸차레를 조망할 수 있다. 중간 중간 전망이 좋은 롯지의 마당에 앉아 멀리 꿈결같이 빛나는 설산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 잔, 맥주 한 잔이면 오르막의 피로를 잊을 수도 있다.
고라파니-푼힐전망대-츄일레(트레킹거리 : 약 12.5km, 소요시간 : 약 9시간, 최고 고도 : 3200m)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기상한다. 고라파니(2800m)에서 푼힐전망대(3200m)까지는 한 시간 남짓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푼힐전망대의 감동적인 파노라마뷰를 뒤로하고 다시 고라파니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한다. 데우랄리(2990m)를 지나 츄일레(2560m)까지는 내리막이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서 체력이 더 많이 소모되므로 체력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츄일레-촘롱-시누와(트레킹거리 : 약 10km, 소요시간 : 약 6시간, 최고 고도 : 2350m)
츄일레에서 1900m까지 내리막이 이어지고 촘롱(2170m)까지는 오르막이다. 촘롱에서 다시 1900m까지 내리막이 이어지고 시누와(2360m)까지 오른다. 촘롱으로 가는 길과 촘롱에서 나가는 길은 대부분 돌계단으로 이루어져있어 사람들은 흔히 이 구간을 촘롱삼천계단이라 부르며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시누와-도반-데우랄리(트레킹거리 : 약 10km, 소요시간 : 약 7시간, 최고 고도 : 3210m)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고산지대로 접어드는 날이다. 시누와부터 데우랄리(3300m)까지는 대부분 오르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나무 숲이나 열대우림의 느낌이 나는 숲을 지나가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지리산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반지원정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데우랄리부터는 롯지에 2인실이 없는 경우가 많고 시설도 훨씬 열악하므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데우랄리-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트레킹거리 : 약 7km, 소요시간 : 약 5시간, 최고고도 : 4130m)
아침식사 후 데우랄리에서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까지 두 시간여에 걸쳐 천천히 오른다. 빠르게 오르면 고소증세가 올 수 있으므로 페이스 조절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고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 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를 향해 출발한다. 이 때부터는 신비로운 안나푸르나 산군을 바라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는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밤부(트레킹거리 : 약 13km, 소요시간 : 약 7시간, 최고 고도 : 4130m)
새벽에 일어나 360도로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일출을 감상하고 조식을 먹는다. 조식을 마친 후에는 올라올 때보다 조금 빠른 페이스로 하산을 시작한다. 밤부(2310m)에 도착하면 고소증세를 걱정할 필요 없이 오늘 본 안나푸르나 산군의 일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새 친구가 된 동료들끼리 술도 한 잔 기울일 수 있다.
밤부-촘롱-지누단다(트레킹거리 : 약 9.5km, 소요시간 : 약 6시간, 최고 고도 : 2460m)
촘롱까지는 기존에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갔다면 촘롱에서부터 지누단다(1780m)까지는 오를 때와는 다른 길로 내려간다. 지누단다에 도착해 짐을 풀고 온천으로 향한다. 지누단다 숙소에서 20분 정도 내려가면 생각지도 않은 계곡 옆에 노천온천이 나타난다. 온천사용을 위해서는 50루피를 내야하고 자연 온천장인 만큼 물도 생각했던 것만큼 뜨겁지 않지만 온천에 담그고 앉아 마시는 맥주 한 잔이면 그 동안의 피로를 날려 보낼 수도 있다.
지누단다-시와이-나야풀(트레킹거리 : 약 8km, 소요시간 : 약 3시간, 최고 고도 : 1780m)
지누단다에서 시와이(1380m)까지 빠르게 내려온 후 시와이에서 지프차로 갈아타고 나야풀까지 내려온다. 다시 만나는 지프차는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왠지 익숙하고 반갑지만 마음속에 설렘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푼힐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 새벽부터 일어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밖을 내다보니 아직 해는 커녕 밖에 나가면 앞사람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 아귀가 맞지 않는 롯지의 문 틈새로 서늘한 바람이 파고들어와 발밑을 적신다. 산에서는 일교차가 크고 100m 올라갈 때마다 0.6도씩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단단히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내복을 입고 긴팔 남방을 걸치고 후리스 원단 재킷을 입고, 오리털 패딩 조끼를 겹쳐 입었다. 출발하기 전에 따뜻한 차와 마늘스프로 몸을 안에서부터 데운다. 밖으로 나서니 별이 쏟아진다.
와~. 한국 하늘 아래서 이렇게 별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언제였던가. 외할머니 댁 평상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맞으며 외할머니가 까주신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어먹던 생각이 스쳐 흐뭇한 미소를 떠올리게 되는 새벽이다.
푼힐전망대에 가기 위해서는 한 두 시간 남짓 오르막길을 올라야한다. 올라가는 길은 온통 안나푸르나의 일출을 보기 위해 푼힐전망대로 오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뛰어오르는 사람도 있다.
해는 똑같은 시간에 떠오르거늘 무엇이 그리 바쁠까. 어차피 일찍 올라간다고 해도 보이지도 않을 텐데. 출근길 지하철 같은 계단에 사람 사이에 끼어 푼힐전망대에 오른다.
푼힐전망대에 오르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어렴풋한 여명 너머로 아직 잠에서 덜 깬 안나푸르나 산군이 희미하게 그 자태를 드러낸다. 안나푸르나 1,2,3,4봉, 강가푸르나, 마차푸차레. 이름도 생소하다. 하지만 좋다. 여기를 봐도 설산, 저기를 봐도 설산이다.
와~.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간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산은 저만치에 있다. 다가가려고 해도 다가가려고 해도 닿지 않는다. 나는 그저 두고 온 고향을 바라보는 실향민처럼 넋을 놓고 서서히, 서서히 밝아오는 설산을 바라본다.
내가 설산을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설산의 얼굴이 수줍음으로 점점 붉어진다. 붉게 빛난다. 해가 뜨면 몸이 따뜻해지려나 했는데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다. 수줍어 발갛게 물든 설산의 맨얼굴을 바라보다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


“나는 신의 모습과 마주했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오르는 길에는 안개가 잔뜩 끼어있어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산은 변덕이 심하다. 점심 먹을 때까지만 해도 쾌청하던 하늘은 우리가 잠시 고소 적응을 하느라고 롯지에 머무는 사이 안개를 불러와 산을, 하늘을, 시야를 가려버렸다. 누군가는 이제야 사진에서 보던 히말라야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감탄했고 누군가는 가려진 것을 아쉬워했다.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졸음이 오고 발이 무거웠지만 아무도 불평은 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정상을 아껴서 오르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이 비단 나 하나 뿐은 아니었으리라. 어째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아무리 아껴먹어도 더 빨리 입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어린 시절 풀지 못했던 그 수수께끼처럼 아껴 오르던 바로 그 자리에 우리는 마침내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과연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했던 트레킹이 이제 그 정점에 와 있었던 것이다.
의심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서먹한 채로 거대한 버스 안에서 각자의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 말 한마디 나누지 않던 우리가 트레킹을 하면서 어느새 한 명 한 명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서로를 축하하며 서로의 환희를 나누는 한 팀이 되어 있었다.
다음날 새벽. 누군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퍼뜩 잠이 깬다. 어느새 아침에도 씻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다. 붕어처럼 부은 눈을 몇 번 비비고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부스스 문을 열고 나가니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후벼 판다. 가늘어진 부은 눈구멍 사이로 하얗게 서있는 설산의 모습이 와 박힌다. 진공청소기에 끌려가는 먼지처럼 설산을 향해 몸이 끌려간다.
롯지 주변의 언덕을 오르자 어느새 설산이 손에 잡힐 듯 주변 가득 펼쳐진다. 등반대가 올랐다는 안나푸르나 남봉의 등반 코스가 어느 시골 마을의 오솔길처럼 만만해 보인다. 하지만 분주히 사진을 찍고 언덕에서 내려와 멀리서 바라보니 거대한 설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빵부스러기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개미떼 마냥 작고 초라하다.
병풍처럼, 벽처럼 버티고 서 있는 거대한 산군 앞에서 내가 오래전 사람들처럼 신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나의 상상력이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도록 신이 이 산을 그리 만들어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곳으로 오르는 동안 내내 나 자신과 마주했다면 이 곳에서 나는 신의 모습과 마주했다. 거대하고 신성한 것 앞에서 작고 세속적인 것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은 답으로 돌아오지 않고 감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곳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도시로 돌아가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다시 추억해 낼 것이다. 번잡하고 세속적인 시간을, 작고 부족한 나를 초월하는 어떤 순간이 있었음을. 그 때 나는 다시 찾아 올 것이다. 내 안에 신을 마주하기 위하여, 내가 히말라야에 두고 온 나 자신과 마주하기 위하여.<자료 제공 : 혜초여행, www.hye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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