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22:09 (토)
작품 속에서 작가 엿보기…김호연 화가
작품 속에서 작가 엿보기…김호연 화가
  • 월간리치
  • 승인 2011.08.10 10:03
  • 호수 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화와 조각, 판화, 태피스트리, 도자기 등 ‘종합 작가’로 익히 알려진 김호연 화가는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 섬유미술을 전공했다. 현재 동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연꽃과 모란 등 꽃을 주제로 한 그림을 주로 그린다.

김호연 화가의 연꽃 밝고 환하다. 물감으로 두껍게 입힌 캔버스를 사포로 갈아내는 등판화 기법을 활용한터라 잎맥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다.
꽃의 속살에, 이파리에 혈관처럼 새겨진 바늘길은 이 모란꽃 그림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꽃을 보니 꽃 속에 최고의 비례미, 수직 수평의 구도와 면 분할이 있습니다. 자연은 질서와 평화의 법칙을 가장 잘 아는 스승입니다”
그가 원래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완벽한 면 분할의 추상화를 그리던 작가로 불린 까닭이기도 하다.
추상의 미를 좇던 그가 최상의 조화미를 간직한 꽃을 발견하게 됐고, 그 후로 그의 캔버스는 꽃물결이 가득했다. 그는 꽃 그림을 자연이 만든 평화와 질서로 가득 찬 추상으로 규정한다.

찬란하고 세밀한 그의 그림은…

그의 그림은 도드라지지 않고 일정하다. 연꽃을 그리든, 모란꽃을 그리든 도드라지지 않는 꽃을 피우기 위해 그는 하늘의 질감과 꽃의 질감을 맞추고, 에칭 기법으로 긁고, 스푸마토 기법으로 갈아내고 문지른다. 이 때문일까. 그렇게 그려낸 꽃 그림은 찬란하지 않으나 우아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세밀하다.
꽃과 물고기와 하늘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읽어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기까지 하다. 그는 그의 그림을 위해, 무기교의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칠하고 문지르고 갈고 긁는 작업에 몰두한다. 많이 그려야 많이 나온다는 그의 신념대로 학교 연구실에서 매일 여덟 시간씩 그리고 또 그린다.
한편, 낙원에서 꾸는 꿈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아주 독특한 무중력의 세상을 발견하라 수 있다. 무지개를 매단 물고기가 허공을 가로지르고, 꽃이나 나뭇잎은 공중에, 연꽃은 물 위에 떠 흔들린다.
모두 어딘가를 날고 있는 것 같은 이 그림 속 세상 어디에도 무거움이나 견고함은 없다. 대신 태고의, 태중의 기억을 일깨운다. 자연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그림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꿈+영원성’을 엿볼 수 있는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너나없이 모든 소재 한데 어우러져

따라서 주연과 조연이 따로 나뉘지 않는다. 그의 그림 내 있는 각각의 소재들은 질서 있게 그림 안에서 제 몫을 할 뿐이다.
그를 ‘신모란도’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8년 동화작가 허은순 씨와 그림 동화 ‘하늘로 날아간 물고기’를 만들었다. 지느러미가 없거나 보통 물고기와 다른 색을 지니고 태어난 ‘왕따’ 물고기 여덟 마리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존재로 태어나 제 몫의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물고기 그림에서 그가 꿈꾸는 ‘자연+꿈+영원성’의 세상 한 자락을 깨닫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