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1 09:02 (금)
프랑스의 자존심 ‘와인의 여왕’
프랑스의 자존심 ‘와인의 여왕’
  • 고재윤
  • 승인 2020.02.02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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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아름답고 화려한 ‘샤토 마고와인’

 

프랑스의 보르도는 세계 와인의 교과서이면서 누구나 한번 방문해보고 싶어 하는 와인 산지다. 지난해 12월 송년 모임에서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1982년 빈티지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필자의 머릿속에 지난해 7월 중순에 갔던 프랑스 보르도 와인 투어가 생각났다. 모질게 무더운 여름 날씨를 생각하고 프랑스 보르도에 도착했지만 생각 외로 서늘한 기후에 포도 농사와 와인 양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와인 투어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5번째 샤토 마고의 방문이었지만 늘 새롭게 느껴진다. 샤토 마고 입구에 들어서면 약 200m 이상의 나이를 먹는 미루나무가 가로수로 반기고 저 멀리 샤토 마고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보르도 메독(Medoc) 마고 지역의 262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세계적으로 어떤 와인도 넘볼 수 없는 맑고 아름다운 빛깔과 꽃처럼 화려한 향을 갖은 와인이 탄생한다.

헤밍웨이에게 위로 준 와인

프랑스 보르도 5대 와인 중의 하나이면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샤토 마고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나날 중에 가장 위로가 된 와인이고 자신의 삶에서 변하지 않던 것은 손녀와 샤토 마고에 대한 사랑으로 후에 손녀의 이름을 ‘헤밍웨이 마고’라고 불렀다.
프랑스 보르도의 생테스테프, 포이약, 생줄리앙의 세 마을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메독(Medoc)의 마고는 따로 남쪽에 떨어져 있어서 세 지역의 와인과 확연히 다른 맛의 차별성이 있다.
메독지역은 마고(Margaux), 캉트낙(Cantenac), 라바르드(Labarde), 아르삭(Arsac), 수상(Soussans) 5개의 마을 단위로 구성됐는데 와인 라벨에 생산지인 마을 이름이 일일이 표시될 정도로 각각의 개성이 있는 와인을 생산한다.
각 마을의 떼루아, 즉 자연환경과 토양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와인 맛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캉트냑의 와인은 산과 타닌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라바르드의 와인은 바디감이 무겁고 단단하다. 또 마고의 와인은 타닌이 풍부하고 깊은 맛에 장기 숙성해야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와인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샤토 마고의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522년~1582년에 피에르 드 레스토낙(Pierre de Lestonnac)이 이곳 땅을 경작해 곡물과 포도를 재배한 기록이 있다. 1705년 런던 가제트(London Gazette)가 주최한 첫 번째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 경매에서 1771년산 사토 마고가 알려졌다.
또한 미국의 와인 애호가였던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1784년 빈티지 와인을 마시고 ‘보르도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와인이 없다.’고 평가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이어 샤토 라투르, 샤토 오 브리옹, 샤토 라피트가 그 뒤를 이었다. 심지어 1784년 토마스 제퍼슨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보르도 최고 와인’이라는 격찬과 함께 마고 와인을 주문하기도 한다.
샤토 마고에 그려진 레이블의 성은 마치 장엄한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킨다. 1811년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였던 루이 꽁브(Louis Combes)가 설계해 샤토 마고의 품위를 높여주었다.
서독의 초대 총리였던 아데나워(Konrad Adenauer; 1876년 1월 5일~1967년 4월 19일)가 프랑스에게 세계 2차 대전에 대한 사죄 장소로 택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 이유로 ‘프랑스인들 마음 한가운데 보르도가 있고 보르도의 한가운데 샤토 마고가 있다’고 연설해 사토 마고가 프랑스인들의 와인, 화해의 와인으로 회자됐다.
샤토 마고는 한때 한국에서 와인 신드롬을 일으킨 만화책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 시즈쿠가 ‘목욕하는 클레오파트라’에 비유한 와인이며 2008년도에 국내 SBS 드라마 ‘떼루아’에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마지막 만나 마셨던 와인으로 소개됐다.
1990년 초반 일본의 소설 ‘실낙원’이 영화로 개봉되면서 주인공 남녀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 와인으로 등장하면서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 와인 마니아들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영국의 런던 경매장에서 1787년산 샤토 마고 한 병이 22만5000달러에 팔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또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990년, 1999년, 2000년, 2009년 빈티지를 99~100점으로 평가해 와인 산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르도의 20세기 최고의 빈티지는 2000년이 세계적인 와인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와 미국의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의 평가를 받아 품질을 인정받았다.
샤토 마고는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이다. 샤토 마고를 마시기 부담스러우면 저렴한 세컨드 와인 ‘파비용 루즈(Pavillon Rouge)’를 추천한다.

순수하고 섬세한 향 ‘일품’

필자는 2016년에 새롭게 단장한 샤토 마고를 방문했을 때는 2004년 빈티지 와인을 마셨는데 2019년에는 2008년 빈티지, 파비용 루즈 2012년 와인을 시음했다. 샤토 마고 2008년 빈티지는 클래식 와인으로 짙은 보라색이 감도는 어두운 적색이 매력적이었다.
아로마는 검은 과일향, 블랙베리, 잘 익은 체리, 카시스, 건과류, 미네랄 향이 순수함과 섬세했다. 시음하는 순간 입안에 꽉 찬 느낌과 더불어 미디엄 풀 바디에 드라이했다. 풍성한 열대 과일 향과 산도의 조화가 매우 산뜻하면서 우아했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스테이크, 양고기, 갈비살 구이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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