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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馬)이다”
“이제는 말(馬)이다”
  • 월간리치
  • 승인 2011.08.10 10:42
  • 호수 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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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 육성법’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말산업 육성법은 국내 말산업에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게 한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른 가축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그동안 경마 중심의 체계였던 말산업의 균형적인 성장과 이를 통한 다양한 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말산업 육성법’은 지난 6월 정식 발표, 가시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말산업을 ‘말(馬)의 생산, 육성, 유통, 소비까지 매개로 해 발생되는 모든 산업의 집합체’로 규정했을 때, 1차 산업에서 3차 산업까지 약 20여개 업종과 연관된 복합 산업으로 구성된다. 소나 돼지, 닭 등은 고기나 가죽, 젖, 알 등 가축의 부산물을 얻는 것이 목적이지만, 말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활용하기 때문에, 말산업에는 특히 3차 산업의 비중이 높다.
말은 생산과 육성, 유통의 단계는 여타 가축과 유사하지만, 식용 등을 통해 그 자체로 최종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경마와 승마 같은 별도의 소비산업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산업의 대부분을 3차 산업이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왜 말산업인가?

이처럼 말산업은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가 다른 가축보다 월등히 많다. 말은 자동차가 발명된 산업화 시대 이후에는 그 효용을 잃은 듯 했지만, 현재도 전 세계에서 레저와 스포츠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오히려 레저와 스포츠를 넘어서, 맹인 안내를 위한 맹도마(盲導馬), 장애인 재활치료 등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말의 부산물도 말고기 이외에 화장품, 약품, 퇴비 등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소득 증대에 따른 레저 수요의 증가, FTA 시대를 맞이한 국내 농촌의 신소득원 발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의 시대적 추세에 따라 말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말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관광레저산업 진흥을 위해 정책과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이 말산업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단일 축종(畜種)에 대한 국내 최초의 특별법 제정으로 국가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말산업 육성법에 따르면, 정부는 말산업 육성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지자체의 말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특구도 지정하게 된다. 또, 말산업 육성의 체계적인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 인력 양성기관, R&D 연구소, 전문 자격제도 등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국내 말산업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말은 2만8000두, 승마인구는 2만5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주마 품종인 더러브렛(Thoroughbred) 1마리가 자산가치가 1조2000억원에 고용인원 4명을 창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2025년에는 말산업 규모가 5조5000억원, 말은 10만두, 승마인구는 7만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승마는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동물이 참가하는 종목이기도 하지만,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같이 경쟁하는 유일한 종목이다. 그만큼 말 위에서는 나이나 성별의 구분이 필요 없는 평등의 스포츠이다.

남녀노소 등 국민스포츠 승마 활성화

그런데 국내에서 승마가 귀족 스포츠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접근성과 비용의 문제 때문이다. 화려한 승마장에서 고급 승마복을 입고, 값비싼 말을 타는 엘리트 승마만이 승마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마 선진국인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생활 승마가 일반적이다. 각 지역마다 소규모의 승마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집 근처에서 저렴하게 승마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전체 승마인구의 70% 이상이 청소년과 여성이라는 점은 승마가 생활체육으로서 폭넓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승마인구는 약 2만5000명에 불과하고, 승마장도 300개 미만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축산발전기금을 통해 매년 승마장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상주, 영천 등 지자체에서도 직영 승마장을 운영하는 등 승마장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승마장은 오는 2014년에는 500개로 늘어날 전망인데, 승마장 접근성이 개선되면, 승마 비용도 보다 저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 신규 소득원 자리매김 기대

말산업 육성법 통과에 따라 기존의 승마장과 달리 농어촌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농어촌형 승마시설’이 널리 보급될 예정이다. ‘농어촌형 승마시설’은 승마뿐만 아니라, 관광승마 체험, 승마 트레킹, 승용마 임대 등의 사업도 가능하다. 면적 500㎡, 말 2두면 가능하기 때문에 소규모 자본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농어촌지역의 어메니티(amenity)를 만끽할 수 있는 ‘농어촌형 승마시설’은 지역축제 또는 지역 특산물 체험 등과 결합을 통해 한층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어, 새로운 농어촌의 소득원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재활승마 각광 예상

다양한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중에서도 특히 승마는 신체교정과 정서순화 양쪽 방면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여준다. 승마를 통해 신체 장애인에게는 신체교정 및 근육발달의 효과를, 정신 장애인에게는 동물과 접촉을 통한 심리적 안정감과 정서적 만족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마사회와 삼성승마단에서 재활승마를 실시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체계적인 기틀이 덜 마련되어 있다. 재활승마의 학문적 성과나 치료효과 검증이 미미하고, 전문인력 양성이나 복지단체와 연계 등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마사회가 연세대 의료원과 함께 재활승마 공동연구를 실시하고, 한국정보화 진흥원과 공동으로 게임중독 청소년 재활승마를 확대하는 등, 재활승마의 수요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말산업육성법에 따라 재활승마지도사가 국가 자격으로 신설될 예정이어서, 재활승마는 본격적인 재활치료로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살아서는 퇴비를, 죽어서는 고기를

다른 반추동물과 달리 메탄가스 배출량이 극히 적은 말은 분뇨에서도 타 축종에 비해 친환경적이다. 말 1두가 배출하는 분뇨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마분은 경도가 높아 농작물 퇴비에도 적합하다. 현재 경마장에서 생산되는 마분은 연간 계약을 통해 전량 송이버섯 재배 농가에서 퇴비로 사용 중에 있다.
제주도에서만 소비되던 마육은 최근 내륙에서도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 축협에 따르면 말 도축수는 2002년 209두에서 2009년에는 990두로 증가했다. 민가에서 추렴으로 도축하는 말까지 포함하면 연간 1500두가 마육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육은 육류보다도 소화 흡수율이 뛰어나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에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은 웰빙 식품이다. 마육 이외에도 말뼈를 이용한 관절치료제, 말 기름으로 만든 비누, 화장품 등은 이미 상용 중에 있다.

학교에서 정식 승마 교육 배울 수 있어

지난해 용인대에서 시행한 연구 분석에 따르면, 12주간 승마를 배운 초등학생은 약 1.6㎝ 키가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이 45분간 승마를 하면 약 281㎉를 소비해 5.8km를 걷는 효과와 같으며, 좌우 어깨 높이의 불균형을 감소시키고, 신체 이동능력 및 하체근육을 균형적으로 발달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신체적 자기개념의 긍정적 변화와 학교 적응력의 향상으로 심리적 웰빙 지수가 상승했다.
이러한 객관적 결과 이외에도 승마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직접 접촉하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서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 이미 상당수의 선진국에서는 초등교육 때부터 승마를 정규 학교 수업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지자체, 교육청 등에서 예산 지원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초중고생이 방과 후에 승마 강습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앞으로는 학교에서 정식으로 승마를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심국제중, 안산 동산고 등에서는 정규 체육수업으로 승마를 채택했으며, 유소년 승마단을 운영하는 지자체도 1개에서 6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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