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53 (금)
‘꼬마빌딩’에 꽂힌 자산가들…이유 들어보니
‘꼬마빌딩’에 꽂힌 자산가들…이유 들어보니
  • 이욱호 기자
  • 승인 2020.07.0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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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상승+임대수익’ 노린다

 

자산가들의 ‘빌딩 쪼개기’가 한창이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몸집이 큰 빌딩의 투자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저금리 시대를 맞아 시세 상승과 임대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자산가들의 빌딩 투자지역도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리치에서 심층취재 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실제 자산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몸집 큰 빌딩을 처분해 강남권 꼬마빌딩에 투자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백억원대 중대형 빌딩보다 ‘꼬마’빌딩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꼬마빌딩은 통상 연면적 99~330㎡(30~100평)의 5층 미만에 50억원에서 100억원 안팎의 오피스, 상가, 상가주택, 다가구·다세대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말하는데 현재 대기 매수자들이 줄을 설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만큼 세금 부담이 많지도 않은 꼬마빌딩으로 자산을 나눌 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꼬마빌딩 “없어서 못산다”

자산가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까닭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사무실 무용론에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가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투자대상을 꼬마빌딩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출 규제가 촘촘한 고가 아파트와는 달리 빌딩의 경우 시세의 60~70%까지 대출이 가능해 투자하기가 쉽다는 점이 한몫 거들고 있다. 더불어 상가 공실 관리로 속을 자주 썩지 않고 세입자 관리가 그나마 쉬우며 자녀에게 증여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도 꼬마빌딩으로 갈아타는 이유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강남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즈음 꼬마빌딩은 매물을 사고 싶어도 없어 못 사는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꼬마빌딩은 아파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이 수월하고 여기에 역대 최저 수준인 저금리 시대를 맞아 시세 상승과 임대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판단이 더해지면서 고삐 풀린 듯 달아오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11일 밸류맵에 따르면 꼬마빌딩의 매매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말까지 서울지역 거래량은 신고분 기준으로 291건에 달한다. 특히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3구의 경우 지난 2015년 189건에서 올해 306건으로 117건(1.6배) 늘어났다. 또한 지난 2015년 399건에 달했던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701건으로 4년 새 302건(1.8배) 증가했다.
꼬마빌딩 가격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례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꼬마빌딩은 지난해 4월 6014만원에 불과했던 토지 단가가 올해 4월 1억915만원으로 올랐다. 무려 81%나 급등한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꼬마빌딩은 시세의 60~7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법인을 통해 매입할 경우 매입가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뿐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은퇴자, 젊은 사업가 등도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들은 꼬마빌딩을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매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풍부한 부동자금이 꼬마빌딩 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익률은 ‘높고’ 관리는 ‘용이하고’
 
사실 꼬마빌딩의 인기비결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익률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꼬마빌딩 임대수익률이 떨어졌더라도 연 3~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1%대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것이다.
자산가들이 강남권에 똘똘한 꼬마빌딩 한 채는 갖고 있으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꼬마빌딩은 임차인이 5명 안팎으로 임차인이 수십명인 중대형빌딩보다 안정적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면 꼬마빌딩 투자에 나선 자산가들은 어떤 식으로 옥석을 가리고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자산가는 사무실이나 병원이 들어선 상가나 빌딩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식당·커피숍처럼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식음료 업종이 들어선 건물에서는 시선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또 강남권에 주소를 둔 꼬마빌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주요 지역 빌딩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전통적 유망 상권으로 꼽히는 서초동과 한남동, 홍대, 성수동 지역을 유망 투자처로 보고 있다.
대신에 자산가들은 신설 교통망에 기댄 상권 투자나 ‘000길’이라고 명명되는 새로운 상권 투자는 기피하고 있다. 상권이 갑자기 뜬 것처럼 빨리 시들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한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자산가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싸고 임대수익이 낮더라도 좋은 입지의 공실 걱정이 적은 건물을 선호한다”며 “일부 자산가는 노후화돼 가격이 저렴하지만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적인 전략으로 접근하는 자산가들은 현재 수익률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지금 수익률이 1%여도 개선할 여지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요즘 스타일로 건물을 꾸며 임차계약을 수월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투자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빌딩은 주택보다 환금성에 약하는 것을 잘 있는 자산가들은 임대수익보다 시세차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인기 지역의 경우 무조건 비싸다고 지나치지 않고 주도로 이면의 저평가된 물건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자산가들이 50억원 미만 꼬마빌딩 투자에 많이 나서는 이유는 종부세 부담이 거의 없고 세 부담이 한결 적다는 것이 한몫하고 있다”면서 “반면 상가주택 투자는 회피하고 있는데 구입 시 아파트처럼 자금조달계획서도 써야 하고 기존에 주택이 있을 경우 매입으로 인해 1가구 2주택이 되면서 세금을 엄청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가 투자 적기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금보유액이 많은 자산가들은 하반기에 꼬마빌딩 매입의 적기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재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돼 별다른 소득이 없는 건물주는 세금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큰 땅의 단독주택이 종종 매물로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자산가들은 노리고 있는 셈이다.
사실 빼놓을 수 없는 자산가들의 투자 특징 중 하나는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대출을 받아서 또 사고 부동산을 웬만하면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산가들이 부(富)를 이룬 비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산가들이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또 있다. 현금 10억원이 있으면 대출을 받고 20억~30억 원 건물을 구입할 수 있는 현재의 투자 여건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금 5억원 미만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는 것도 이들은 기회라고 보면서 하반기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꼬마빌딩을 대출을 낀 상태로 사서 증여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부담부(負擔附) 증여’를 하면 대출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아니라 양도세를 적용받아 일반적인 증여보다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꼬마빌딩은 역세권이나 대학가, 업무지구 주변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한 역세권이나 차별화된 상권 지역을 노리는 자산가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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