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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유럽의 문화 한 눈에 보는 ‘모로코’
이슬람과 유럽의 문화 한 눈에 보는 ‘모로코’
  • 이덕희 칼럼리스트
  • 승인 2020.11.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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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인들의 전통 거주지 ‘눈길’

 

모로코(Morocco)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와 마주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지중해, 북서쪽으로는 대서양과 맞닿아 있다. 1830년 프랑스령이었다가 1912년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보호령으로 분할됐고 1956년에 독립해 입헌군주제가 됐다. 현재 정식 명칭은 모로코 왕국(Kingdom of Morocco)이다. 많은 유적지 중에 네 곳의 세계유산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라케시의 메디나(Medina of Marrakesh)는 알모라비드(Almoravid) 왕조가 1070년~1072년 사이에 건설한 도시로 오랜 기간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였다. 모로코 제국의 이름이 된 마라케시는 서구 세계의 대형 이슬람 수도의 교과서와도 같은 사례다.


마라케시의 메디나

메디나(Medina)라는 말은 옛 시가지를 의미한다. 이 고대 주거지는 미로 같은 좁은 도로와 전통 수공예품을 파는 시장 등 생생한 역사 도시다.
인상적인 유산으로는 쿠투비아(Koutoubia) 모스크, 카스바, 성벽, 기념문, 정원 등이 있다. 마라케시에 있는 수많은 건축물들과 예술품들은 중세 도시 계획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에 1985년 세계문화유산지로 지정이 됐다.
아이트 벤 하두의 크사르

아이트 벤 하두의 크사르(Ksar of Ait-Ben-Haddou)는 남부 모로코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뛰어난 사례다. 크사르는 흙을 높게 쌓아 올려 지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사하라 인들의 전통 거주지를 말한다.
망루와 회전식 문으로 방어를 보강한 성벽 안에는 주택들이 모여 있다. 특히 이곳은 원시 사하라에서 있었던 흙을 이용한 건축 기법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조화로운 건물들이다.
크사르의 공동 구역에는 모스크와 공공 광장, 성벽 외곽의 탈곡장, 마을 상단부의 요새와 로프트(loft), 휴식 공간, 묘지, 성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점점 취약해져가는 남부 모로코 문화를 대표하는 흙으로 된 전통 주거지로서 가치를 두어 1987년 세계문화유산지로 지정됐다.


메크네스 역사 도시

메크네스 역사 도시(Historic City of Meknes)는 알모라비드 왕조가 11세기에 군사 주둔지로 조성한 도시다. 이후 17세기 알라위(Alaouite) 왕조 때 이스마일 술탄은 이곳을 큰 성문들이 있는 높은 성벽에 둘러싸인 스페인-무어 양식의 인상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메크네스는 높이 15m에 달하는 웅장하고 기념비적이며 독창적인 성벽으로 유명하다. 이슬람과 유럽의 도시 계획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해서 17세기 북아프리카 지역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근대 수도와 역사 도시 ‘라바트’

공동유산(Rabat, Modern Capital and Historic City : a Shared Heritage)은 옛 아랍 이슬람교와 서양의 근대 사상이 풍요롭게 교류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라바트는 1912~1930년대까지 프랑스 보호령 아래 건설된 도시로 왕실 구역과 행정지역, 주거단지와 상업단지, 그리고 식물원과 유원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장식예술과 건축양식이 잘 융합되고 과거와 현재가 상호작용함으로서 세련되고 탁월한 도시 유적이다. 이 도시는 아랍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각도로 볼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있다. 이에 201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복합적이고 독특한 문화 양식

모로코는 고대 로마 시대에는 마우레타니아(Maure-tania)라고 불렸던 곳으로 원주민은 베르베르인이지만 8~9세기에 이슬람 제국의 정복 이후 아랍인들이 대거 유입됐다. 지리적으로는 이베리아 반도 즉 에스파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현재 왕조는 이슬람의 알라위 왕조로 입헌군주제이나 거의 전제군주정이나 다를 바 없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보면 이슬람 문화와 서구 유럽 국가의 영향을 받아 이들의 문화는 융합되고 새로운 형태를 띄기도 한다. 그로 인해 유적지도 복합적이고 그들만의 독특한 양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대개 도시에서 꽃피운 문화이기에 늘 인구가 몰리면서 유적지들이 많이 노출되고 변질되기 쉽다. 유적지 보호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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