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1 08:32 (수)
“전설의 와인을 생산한다”
“전설의 와인을 생산한다”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1.03.31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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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부의 상징이 된 명품 와인 ‘페트뤼스’

 

코로나19로 해외 와인 투어를 가지 못해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지난 2019년 여름의 프랑스 보르도-부르고뉴 와인 투어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7월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보르도 5대 샤토(Mouton Rothschild, Lafite-Rothschild, Latour, Margaux, Haut-Brion)를 모두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페트뤼스(Pétrus)로 향했지만 와인투어 예약을 받지 않아 페트뤼스 건물과 포도밭을 보러 갔다. 마침 페트뤼스의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잠시 잠긴 철장 문을 열어주면서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남쪽으로는 샤토 라 꽁세이엉트(Chateau La Conseillante)와 샤토 레방질(Chateau L”Evangile), 남동쪽으로는 뷰 샤토 셰르땅(Vieux Chateau Certan) 그리고 동쪽으로는 샤토 라프뤠르(Chateau Lafleur)의 포므롤의 정상급 포도밭과 인접하고 있는 페트뤼스의 포도밭은 11.4헥타르의 작은 규모이지만 전설의 와인을 생산한다.


희소성으로 부르는 것이 값

프랑스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르도의 페트뤼스(Pétrus), 부르고뉴의 로마네 꽁티(Romanée-Conti)와인이다. 한 병을 살려면 천문학적 비용뿐만 아니라 마시는 적정 시기를 찾은 것도 매우 행운이다.
포도 품종 메를로 100%로 양조하는 페트뤼스는 보르도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포도밭을 갖고 있지만 최상급 품질의 와인으로 인정받는 포므롤(Pomerol) 지역의 최고이자 가장 비싼 와인이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유일하게 블렌딩을 하지 않고 100% 메를로 포도 품종만으로 연간 4000상자(4800병)를 생산해 희소성 때문에 매년 부르는 것이 값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던 페트뤼스는 이전까지 아르노우드(Arnoud)가문의 소유였으나 1925년, 야심만만한 사업가 마담 에드먼드 루바(Edmond Loubat)가 인수한 후에 점차 명성을 얻게 됐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공주의 약혼식, 결혼식, 여왕 즉위식에 공식 와인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됐고 큰 명성을 얻었다. 당시 페트뤼스 오너였던 마담 에드먼드 루바는 영국 황실과 좋은 인연을 갖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공주의 약혼식 기념으로 페트뤼스 매그넘 1병을 선물로 보냈는데 공식 와인으로 선정했고 1947년 11월 20일 결혼식에 마담 루바를 초청하면서 결혼식에도 공식 와인이 선정되면서 신화를 썼다.


또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 등극하는 날, 마담 에드먼드 루바는 페트뤼스 1박스를 선물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치렀다. 그 후 1960년 미국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 파비용(Le Pavillon)에서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대통령과 재클린(Jacqueline Kennedy) 여사의 파티에 단골 와인, 선박왕 오나시스(Onassis)가 즐겨 마셨던 와인으로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됐다. 
1990년 영국 런던의 최고급 레스토랑 고든 램지(Gordon James Ramsay)의 페트뤼스(Petrus) 레스토랑에서 고위급 은행가 6명이 페트뤼스 최고의 명작 1947, 1946, 1945년 빈티지를 수직 테이스팅을 하면서 4만4000파운드(약 8000만원)를 법인 카드로 지급했지만 영국 국민의 극심한 비난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모두 해고된 사건도 있었다.
페트뤼스(Petrus)는 영어 이름 Peter, 라틴어 이름 Pierre로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십이 사도 중에서 수제자인 베드로(Peter the Apostle)로 첫 번째 로마교황을 의미한다.


레이블에 있는 성인이 ‘베드로’이며 그의 오른손에는 천국의 열쇠를 갖고 있다. 레이블의 노란색 바탕의 붉은 글씨는 ‘와인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메시지가 있다고 한다. 또한 과거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페트뤼스 마을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설도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포므롤은 현재도 자체 등급 규정이 없으며 1868년이 되어서야 단독 지명을 가질 수 있었다. 샤토 페트뤼스는 1878년 파리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공식적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으나 1960년까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와인이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샤토 페트뤼스라고 표기했지만 그 이후에는 그냥 페트뤼스만 표기하므로 페트뤼스로 부르는 것이 옳다.


18세기 말부터 안토이네 아르노우드(Antoine Arnoud)가문이 7헥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1837년에 페트뤼스의 기록이 처음 나타나고 있다. 1917년 아르노우드 가문이 페트뤼스를 매각하면서 주식 소유회사 La Société Civile du Château Pétrus가 설립됐고 경영자인 엠 사빈-도우아레(M. Sabin-Douarre)가 처음 페트뤼스를 양조했으며 I’Hotel Loubat의 레스토랑의 단골이 됐다.
보르도의 와인 유통상으로 유명한 루바(Loubat) 가문은 19세기 말 2개의 작은 포도원을 소유했다. 1925년 I’Hotel Loubat의 소유자인 미망인 마담 에드먼드 루바(Edmond Loubat)가 페트뤼스 부동산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1929년 모두 인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마담 에드먼드 루바의 세심한 헌신과 섬세한 와인 품질에 힘입어 성장했다.


1940년 와인 유통상으로 유명한 장 피에르 무엑스(Jean-Pierre Moueix)와 파트너쉽을 갖게 됐다. 마담 에드먼드가 사망하자 조카에게 상속됐지만 내분으로 샤토 페트뤼스를 운영할 수 없자 1943년 적은 지분을 갖고 있던 장 피에르 무엑스(Jean-Pierre Moueix)가 인수했다.
대주주였던 장-피에르 무엑스가 사망하자 그의 아들 장-프랑수아(Jean-François Moueix), 그루페 두클로(Groupe Duclot)의 대표가 페트뤼스의 소유주가 됐다. 2003년 89세로 장-프랑수아가 사망하자 아들 장 프랑수아(jean-Francois)와 손자 장 무엑스(Jean Moueix)가 페트뤼스 지주회사의 대표가 됐고 2008년 전설의 와인 메이커 장 클라우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가 은퇴하고 그의 아들 올리비에 베루에(Olivier Berrouet)가 계승했다.
2018년 9월 콜롬비아계 미국인 억만장자인 알레장드로 산토 도밍고(Alejandro Santo Domingo)가   장 프랑수아(Jean-François)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미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921, 1929, 1947, 1961, 1989, 1990, 2000, 2009 그리고 2010 빈티지를 100점을 주면서 1947년 빈티지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여왕의 자태를 뽐내듯 고혹적인 우아함과 웅장함이 있고, 50년 이상 숙성되었지만 전혀 파워를 잃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생명력, 신비로운 복합성과 긴 여운, 그리고 묵직하고 오일같이 끈끈하고 매끈한 와인의 질감, 놀라워할 정도로 힘차고 진하며, 달콤한 과일 맛이 일품이다. 와인글라스에서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아로마는 다양한 과일향, 버터 바른 캐러멜 향이 매력적이다.”


페트뤼스는 수확기에 비가 오면 헬리콥터를 포도밭 위에 띄워 물기를 날려버릴 정도로 세심하게 수확, 양조, 병입하는데 18~20개월 동안 뉴 프렌치 오크에서 50~60% 정도 숙성한다. 페트뤼스의 토양은 기묘하게도 엷은 푸른빛을 띤 진흙으로 하층토는 자갈이고 자갈 밑은 딱딱한 철분 토양의 불침투성 층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는 80%의 메를로와 20%의 카베르네 프랑을 배합하여 양조했지만 점차 카베르네 프랑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배합 생산했다. 2010년부터 카베르네 프랑 포도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메를로 포도나무만을 재배했다.


품질 우선주의로 유명

페트뤼스 와인은 보르도에서 유일무이하게 메를로 품종만을 100% 사용한 단일 품종 와인이며 품질 우선주의로 유명하다. 2002년은 일조량이 충분하지 못해 품질이 좀 떨어져 최고의 포도만을 선별해 2만병을 생산했고 1991년에는 최악의 기후로 페트뤼스 와인을 생산하지 않았다.
필자는 2015년 운 좋게 우연한 모임 자리에서 페트뤼스 1987(Pétrus 1987)을 시음할 기회가 있었다. 풀바디하고 진하며 감칠맛을 지녀 함께 시음한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진한 자주색을 띠고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 카시스, 스파이스한 향이 있으며, 마셨을 때 부식토의 느낌이 있으며 단맛과 매콤한 맛, 오크의 바닐라 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부드럽고, 무게감이 있으며, 여운이 긴 것이 매우 매혹적이었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양고기구이, 사슴 스테이크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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