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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애플 특허전쟁 창조력과 표준화 노력 겸비해야 ‘일류 기업’
/ 삼성-애플 특허전쟁 창조력과 표준화 노력 겸비해야 ‘일류 기업’
  • 월간리치
  • 승인 2011.11.11 20:30
  • 호수 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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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특허의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런 트렌드를 예의 주시하며 좇고 있고, 삼성전자·LG전자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이런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에 발맞춰 특허정책을 국가 생존차원의 전략으로 격상시키는 혁명적 발상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특허 전쟁’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4월 15일 애플이 ‘삼성 갤럭시S가 아이폰의 디자인과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내고, 삼성이 이에 맞고소로 대응하면서 양사 간의 특허전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강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디자인을 들고 나온데 대해 삼성은 초반에는 소극적인 대응태세를 보였으나, 소송이 본격화되자 ‘표준특허’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고 애플을 몰아붙이고 있다. “애플이 데이터분할전송, 전력제어, 전송효율, 무선데이터통신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아이폰3G, 아이폰4,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을 전량 수거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삼성의 표준특허가 통신영역에 폭넓게 걸쳐 있어 애플이 침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표준특허 확보는 생존 위한 ‘필수’

비록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삼성전자가 제기한 애플 아이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프랜드 조항’을 이유로 기각했지만, 동시에 “프렌드 조건에 맞는 합리적 수준의 특허권 사용료를 내면 된다”고 판결, 애플로부터 수 억 달러의 특허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전투에서는 졌을지 몰라도 전쟁에서는 이겼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표준특허의 위력을 재삼 입증하는 결과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 과정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표준특허’란, 특허가 공적표준으로 채택되거나, 표준제정과정에서 기술을 특허출원해 권리를 취득한 것을 말한다. 표준문서의 규격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특허(Essential Patents)’로 불리기도 했다.
표준특허가 시장에서 사실상표준으로 인정되는 경우 특정 회사의 시장 지배도 가능하게 된다.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막대한 로열티를 내고 있는 퀄컴의 ‘CDMA특허’가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불가피성과 영향력이 큰 표준특허의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런 트렌드를 예의 주시하며 좇고 있고, 삼성전자·LG전자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이런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다. 미국의 한 증시 애널리스트가 글로벌 IT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유 특허가 많은 삼성, LG와는 특허전쟁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우리 기업들이 모방으로 시작해 표준화와 효율화 노력을 통해 선두주자를 추월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방식으로 성장해온 것과 달리,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애플의 역사는 길을 만들며 시장을 창조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행보다.
개인용 컴퓨터 ‘애플’로 소수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컴퓨팅을 일반 개인의 영역으로 넓혔고, 네트워크를 통해 음악 등 콘텐츠를 내려 받거나 공유할 수 있는 MP3플레이어 아이팟, 그리고 손안의 컴퓨팅을 실현하며 스마트혁명을 일으킨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개선이 아닌 혁신의 걸음을 걸어왔다. 기존 기술을 다듬고 효율화하기 보다는 전혀 색다른 새 기술로 기존 가치를 파괴하며 추종 세력을 만들어내, 스스로 시장표준으로 올라서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시장을 좇는 것과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창출하는 부가가치와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비교할 수 없이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애플의 창조적 행보에도 한계는 있다. 추종세력을 양산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지만, 창조의 걸음이 늦어지거나 시장표준화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그 자신을 추격자들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개인용 컴퓨터 ‘애플2’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IBM이 1981년 발표한 완전 공개형 아키텍처의 ‘PC(Personal Computer)’ 시리즈에 밀려났고, 아이폰의 경우도 ‘안드로이드’란 공개 운영체제를 내세운 연합군에게 추월당하고 있다.
창조적 걸음이 느려지면 개방과 확산을 중시하는 표준에 빠르게 추격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
어찌 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생태적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아마추어무선사들이 새로운 주파수대역을 개척해 안정화 시키면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려는 세력들이 대대적으로 몰려와 주파수대역을 사실상 점거하고,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이들에 밀려 새로운 주파수 개척에 나서는 일을 거듭해오고 있는 것처럼, 발명가들은 뒤쫓아 오는 표준의 물결에 뒤덮이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늦출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창조적 SW 기술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키워야

우리 기업들이 국제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이를 통해 표준특허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기업들의 약점이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 산업이 성장해온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다. 표준화하고 효율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쥐어짜는 풍토에서는 비교우위를 실현할 수는 있겠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요구되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기업은 표준특허를 비롯한 핵심특허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킬러앱’을 만들어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 없이 1등의 자리에 올라서는 일은 요원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소프트웨어의 값을 제대로 쳐주는 인식변화가 따라야 함은 물론 특허정책을 국가 생존차원의 전략으로 격상시키는 혁명적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경 소장 프로필

2011.10.1~   한국기계연구원 감사
2011.7.15~  특허정보진흥센터 초대소장
2009~2011. 7. 14 한국특허정보원 정보화사업본부장
2010 ~ 현재  (사)미래물류 기술포럼 이사
2009 ~ 2010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 자문위원
2008 ~ 현재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정책기획분과 자문위원
2008 ~ 2009  부산상공회의소 정책연구위원
2007 ~ 2009  부산광역시 ‘시정혁신위원회’ 위원
2008   지식경제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
2008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자문위원
1998 ~ 2009  동남발전연구원 원장
2005 ~ 2006  부산광역시 정책자문
2001 ~ 2002  부산일보 ‘김태경의 금융흐름 읽기’ 칼럼 집필
1995 ~ 2002  부산KBS, MBC-R '손에 잡히는 경제‘ ’경제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김태경의 경제이야기‘
                   시사 경제 프로그램 진행
1994 ~ 1999  부산매일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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