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5 09:50 (수)
세계 최고 디지털 역량에도 생산성은 제자리 우리나라 생산성의 역설
세계 최고 디지털 역량에도 생산성은 제자리 우리나라 생산성의 역설
  • 이성범 기자
  • 승인 2021.09.09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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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 시대 생산성 한계 분석한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혁신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디지털 잠재력의 생산성 제고 효과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처럼 ‘생산성의 역설’에 빠진 것은 생산성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와 산업구조가 여전히 기존 유형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첨단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전환 시대에 걸맞게 ICT산업 및 투자구조 역시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행 이슈노트의 분석을 리치에서 소개한다. 

 


혁신역량과 거꾸로 가는 생산성 증가율

우리나라는 고도화된 ICT산업 및 관련 인프라, 높은 혁신역량 등 우월한 디지털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의 생산성 제고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ICT에 대한 투자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기업, 산업 및 국가 수준의 생산성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학계에서 소위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로 지칭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생산성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를 경제구조 변화의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내재적 특성과 연계하여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봤다.


디지털 전환에도 소득 및 노동생산성은 뒷걸음

우리나라는 ICT산업 발전정도, ICT인프라, 유무형 투자, 혁신역량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여건이 양호하나, 경제성장 및 생산성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혁신지수 순위 상승(‘12년 21위→’20년 10위)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증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선진국 추격여력이 약화되면서 소득수준은 고소득국가 대비 50%대, 노동생산성은 70%대 수준에서 둔화되는 모습이다.
기존연구들에 의하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생산성 역설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디지털 혁신기술이 가지는 범용기술로서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혁신기반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기술 수용성이 충분히 높아지고 동시에 조직재편, 인적자본 확충 등 기술혁신을 보완할 대규모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생산성 개선이 이루어지기까지 시차가 발생된다.
따라서 생산성 역설이 조기에 해소되고 디지털 혁신의 잠재력이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제구조 전환이 적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혁신의 생산성 증대가 필수적인 경제구조 

디지털 혁신이란 기존 제품들의 디지털화, 이종(異種) 제품들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 및 산업이 융복합되면서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 기업의 가치 창출 동인이 기계·설비 등 유형 자산에서 소프트웨어·R&D·데이터베이스 등 무형자산으로 빠르게 이동되어야 한다.
무형자산은 확장성, 파급성, 매몰성, 상승효과 등 유형자산과 차별화되는 경제적 특성을 보유(Haskel and Westlake, 2017)되는데 전체 자산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무형경제로 전환되면, 유형자산에 기반한 기존 산업·투자·금융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발생된다


유형경제와 무형경제의 비교

제품 및 서비스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기술 융복합을 통해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ICT서비스 수요가 증대되었고 산업의 디지털화가 기존의 ’ICT의 산업화‘에서 기술 간 융복합을 통한 ’전통산업의 ICT화‘의 형태로 급 전환이 되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R&D 등 기술혁신 외에도 브랜드·인적자본 확충·조직구조 개선 등 비기술혁신형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이 증대하였으며 제품의 디지털화로 기업의 혁신환경이 변화하고 기업의 가치가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브랜드 등의 서비스 영역에서 창출되면서 기업의 혁신활동 역시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비기술혁신까지 포괄하여 그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이다.
아이디어·기술 등 무형자산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혁신형 창업(start-up) 등 신생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혁신 친화적 기술금융의 중요성이 증대하며 기술금융은 기업의 기술사업화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자원이나,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사회적 최적 수준(social optimum)보다 과소 공급되는 대표적인 시장실패 영역도 보인다.


생산성 역설을 초래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상의 특징

산업적 측면에서는 ICT제조업의 글로벌 경쟁심화와 취약한 ICT서비스업 경쟁력은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경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ICT제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하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과거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편 우리나라는 ICT서비스의 기술경쟁력이 낮고 국내 시장을 글로벌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나 글로벌 기업 대비 영세한 수익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제품 및 서비스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기술 융복합을 통해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ICT서비스 수요가 증대되었다. 
투자 측면에서는 유형자산 위주의 투자 행태와 인적·조직자본 등 비기술혁신에 대한 투자 부진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투자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유형투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 유형투자 대비 무형투자 비중(‘11~    ’15 평균 38.9%)은 미국(74.9%), 영국(74.8%), 네덜란드(73.1%) 등 주요국과 비교 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무형투자에 대한 정책 및 지원이 여전히 R&D 등 기술혁신형 투자에 편중되어 있고 인적·조직자본 등 비기술혁신형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무형투자 형태 중 기술·과학 분야에 대한 기술혁신형 투자가 높은 비중(’01~‘15년 평균 53.8%)을 차지하는데, 이는 전기전자, 기계, 운송장비 등 제조업의 높은 연구개발 집약도가 반영된 데 기인한다.
특히 서비스업의 비기술혁신형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미국과의 비기술혁신형 투자 비중 격차를 보면  (전문과학기술서비스) -9.1%p, (금융보험) -5.0%p, (정보통신) -5.6%p (‘01-’15년 기간평균) 등이다. 


금융 측면에서 보면 그간 공공자금 및 정부의 기술금융 지원 정책을 통해 기술금융 투자가 활성화되고 양적인 측면에서 크게 확대되었으나, 앞으로는 제도 및 관행의 구조적인 한계점을 개선함으로써 기술금융의 질적 성장을 제고해야 할 시점이다.
기술금융은 안정성보다는 성장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금융지원이므로 대출 등 간접금융보다는 지분투자 등의 직접금융 형태가 적합하나, 현재의 보증, 대출 등 간접금융 중심의 구조는 창업 초기 기업들에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안정성을 지향하는 대출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면, 실질적으로 자금수요가 가장 높은 창업 초기 고위험, 고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자금수급의 불일치(mismatch)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투자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된 반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정책자금 위주로 형성되면서 민간의 자율성 약화로 인해 벤처투자자들의 정책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우려도 보인다.
’20년 벤처펀드 결성실적 중 모태펀드·기타 정책기관·성장금융 등 정책자금 출자액 비중은 34.2%이며, 이중 모태펀드가 절반(54.1%)을 차지한다.(중소벤처기업부, 2021)


 투자 회수시장의 다양성 부족에 따른 투자 리스크 상승은 민간 자금 생태계 선순환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탈의 투자기간(5-7년)과 창업이후 기업공개(IPO)까지 소요되는 기간(10년 이상) 간 격차가 커 중간회수 수단의 역할이 중요하나, 우리나라 기술금융 생태계는 M&A나 세컨더리 펀드 등 중간회수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구조이다.
M&A를 통한 벤처캐피탈 투자자금 회수가 40%대에 이르는 미국·유럽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08-’18년 M&A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 비중이 4%에 불과하다.


취약한 투자 회수시장 구조 하에서 투자자들은 투자 안정성에 상대적으로 민감해지고 민간자본의 시장진입 유인이 약화되면서 투자-성장-회수로 이어지는 벤처투자 생태계의 선순환을 보인다. 


‘생산성 역설’ 혁파는 ICT산업 및 투자구조 전환으로 

위의 정책적 시사점을 보면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ICT인프라와 기술수용성, 혁신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 및 산업구조가 여전히 기존 유형경제 프레임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혁신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제도적 혁신이 앞당겨지고 경제주체들의 기술 수용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적절히 대응하여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ICT산업 및 투자 구조를 디지털 혁신에 적합한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하다.
또 ICT제조업은 혁신역량 강화·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기존의 높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고, 규제를 기술변화에 맞도록 합리화함으로써 다양한 신규 ICT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리스크가 높지만 혁신적이고 신규시장을 형성할 잠재성이 높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혁신 기술의 경우, 정부 주도로 지원·개발하여 초기 시장형성에 도움을 주고 민간에서 ICT 융합 성공사례를 확산할 필요하다.


무형투자의 절대적 규모를 확대하고 기술혁신과 비기술혁신에 대한 균형 잡힌 무형투자를 통해 무형자산 간, ICT와 무형자산 간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되
무형자산에 기반한 혁신형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시장에 근간한 민간주도 기술금융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 이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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