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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 1915)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 1915)
  • 월간리치
  • 승인 2011.12.08 16:46
  • 호수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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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한 인생 선사하는 암석과 숲의 신비로움

자작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의 내음, 기암괴석들이 마치 꿈틀대는 것 같은 바위, 곰이 많아 붙여진 베어 호수(Bear Lake)의 맑은 물, 그 호수에 오롯이 거꾸로 비치는 설산의 봉우리(Peak), 푸르른 호수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뭉게구름, 백두산 높이에서도 차로 달릴 수 있는 구불구불한 도로, 드라이빙 시선 끝에 걸려 눈에 박히는 백은(白銀), 황금빛 석양 노을에 비쳐진 초록의 들판, 처음엔 신기하게 보이다가도 너무 흔해 익숙해 질 수밖에 없는 녹색의 들판 위의 엘크(Elk) 떼들, 도로에 치운 눈이 자연스럽게 쌓여 만들어진 설벽(얼음벽), 겨울에 쌓인 눈이 여름에서야 녹는 빙하를 간직하고 있는 곳, 돌과 거대한 암석이 많아 로키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국립공원은 명칭 그대로 바위산이다.

미국의 중추 산맥, 로키산맥

한국에 태백산맥에 해당되는 산맥을 굳이 미국에서 꼽으라면 로키산맥이라 할 수 있다. 남북으로 이어진 길이 2800마일. 캐나다, 미국, 멕시코까지 광활하게 걸쳐져 있는 로키산맥은 북아메리카 대륙을 서부와 동부로 가로질러 길게 뻗어 있다. 미국의 중추 산맥-바로 로키산맥이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이 로키산맥 중간 콜로라도 주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96년 전인 1915년 국립공원으로 일찍이 지정되어 현재까지 그 신비로운 절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비록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의 면적이 416스퀘어마일로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의 팔분의 일 정도 수준이지만 1만2000피트(약 3657m)이상의 산 78개가 내뿜는 위용은 크기로 그 광경을 견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산 정상의 크기가 미식축구장 만한 롱스피크(Longs Peak) 정상에 서서 빙하에 부딪힌 바람을 맞을 때면 비로소 로키마운틴의 장엄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가슴을 관통하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굳이 표현하자면 순간순간 숨이 멎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덴버 25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 36번 도로로 북상하면 폐광 보올더(Boudler)가 나온다. 이 옛 탄광도시를 지나 우리말로 시골길 36(Route 36 Country Road)번 시골길로 들어서면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동쪽 게이트에 도착한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세 코스로 나누어 관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첫 번째는 베어 레이크 로드(Bear Lake Road)를 따라 베어호수까지 가는 코스다. 거리는 10 마일 정도다. 길 입구에 위치한 모레인 파크 비지터센터(Moraine Park Visitor Center)에서 베어호수에 대한 안내서를 받아 트레킹 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안내서를 따라 베어호수 산책길을 걷다보면 숲속의 고요함과 숲의 짙은 향기가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숲의 고요함은 익숙한 고요함이다. 그 고요함 속에 차츰차츰 숲의 소리가 또렷이 들려올 때까지 눈을 감고, 양 팔을 벌리고, 우뚝 서 있다 보면 숲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작나무와 폰데로사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사각사각사각 대는 소리, 이슬이 나뭇잎에 모여 호수에 떨어질 때 들리는 똑똑똑 소리, 새의 맑고 청아한 조잘조잘조잘 대는 소리, 여린 나무 가지가 미풍에 부러지며 내는 딱딱딱 소리들을 들으면 비로소 깊은 호흡이 내 쉬어지며 로키마운틴이 주는 맑고 청명한 산 냄새가 도시에 찌든 방문객의 폐를 깨끗이 씻어주는 느낌에 빠져든다.
베어 호수는 석양이 지는 저녁보다 늦은 아침, 해가 뜨고 난 10시 전후의 아침이 더 선명하다. 태양이 호수에 빠져 내뿜는 강렬한 빛의 향연과 그 호수에 비친 로키산의 설경과 해의 빛이 호수에 파노라마처럼 뿌려질 때 로키마운틴 베어호수는 가장 아름답다.
폰데로사 소나무의 바닐라향과 호수 산책길에서 느낄 수 있는 숲의 풍광과 짙은 숲 냄새, 호수의 푸르른 투명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오직 내가 찍어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뿐이다. 드림 레이크(Dream Lake)로 이어지는 트레일 코스는 이곳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하이킹 코스다.
두 발로 로키마운틴 베어호수 산책길을 걷는 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된 삶인 가를 깨닫게 된다. 일정이 바쁘고, 볼거리가 많은 로키마운틴이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필히 천천히 가급적이면 아주 느리게 더욱 느리게 걷기를 추천한다.
두 번째 코스는 오올드 폴 리버 로드(Old Fall River Road)다. 이 길은 비포장 도로 9.4마일로 이루어져 있다. 침엽수 숲과 툰드라(Tundra) 지대다. 삼림한계보다 극 쪽에 위치해 있고 저온의 날씨 탓에 교목이 잘 자라지 않는 지대다.
그 밑으로는 아한대성 수목지대로 점차 고도가 낮아질수록 여러 소나무 군종들이 자라고 있다. 만년설이 있어 한 여름에도 눈을 볼 수 있다. 이 코스는 여름에만 개장되는 비포장도로이다. 무엇보다 길이 좁고 가파르다. 자동차로 도로를 달리다 보면 단풍이 산 높이에 따라 층층이 다른 색깔을 띤 것을 볼 수 있다.
아래는 붉은 단풍, 그 위로는 노란 단풍이 기온의 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경치에 빠져 차에서 내려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들이 많다. 너무 자주 내려 풍광을 담는 것보다는 산 정상 도로에서 여유를 갖고 풍광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 아름다운 풍광은 갈수록 더 절묘하게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옛 빙산의 흔적과 최근에 무너져 내린 바위들마저 아찔한 절경들이 숨어 있다. 이 길 동쪽으로 계속 내려오면 호스슈 파크(Horseshoe Park)와 쉽 레이크(Sheep Lake)를 지나치게 된다. 이곳에서는 자연의 미네랄 풀을 뜯고 있는 빅혼(Bighorn) 양떼들을 볼 수 있고 새벽이나 땅거미가 질 무렵 엘크(Elk)들이 짝짓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세 번째 코스는 34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트레일 릿지 로드(Trail Ridge Road)다. "The highest continually paved road in North America" (미 북부에서 가장 높은  연속적인 고속도로) Trail Ridge Road에 붙은 수식어다.
이 도로는 설계부터 계획된 도로였다. 최대한 환경을 해치지 않고 공원의 절경들을 볼 수 있는 도로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도로의 최대 경사치가 7%를 넘지 않게 설계되었고, 도로 8마일정도는 해발 11,000 피트를 넘도록 풍광을 고려하여 만든 계획된 도로다.
Trail Ridge Road의 최대 높이는 1만2183 피트(3713m)로 보통 Memorial Day Week의 5월 마지막 주에 오픈해서 9월말 정도면 폐쇄한다. 이 길은 시베리아나 알라스카 북쪽에서 볼 수 있는 광대한 북극지대를 연상 시킬 정도로 넓고, 고지대다. 수없이 많은 구불구불한 커브(Curve)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고산지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가벼운 고산 증세가 나타난다.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여러 현상이 나타난다. 가지고 간 커피믹스가 터질 듯이 빵빵해질 정도다. 차에서 내려 조금씩 적응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볍게 걷고, 자주 물을 마시면서 차츰차츰 조금씩 적응해 나가야 한다.
빙산이 깎여 만들어진 2500피트 아래 유(U)자 형태의 포리스트 캐년(Forest Canyon)의 뷰포인트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경관이다. 알파인 비지터 센터(Alpine Visitor Center)를 지나 이어지는 길은 그랜드 레이크(Grand Lake)에서 끝을 맺는다.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은 살아있는 연구실이다. 오랜 세월 바다 밑에 잠겨있다 융기하여 솟아오른 지층이 화강암 바위층으로 변화된 지역이다. 150여개의 호수와 450여 마일의 강들이 공원의 풍부한 생태계를 이루는 근간이다.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의 경관의 백미는 눈을 들어 높이 볼 때가 가장 으뜸이라고 한다. 눈 끝에 머무는 로키산 설산의 모습과 푸르른 청색이 눈이 부신 하늘, 만년설의 자연경관은 단연 으뜸이다. 차로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릴 때마다 풍광의 각도가 달라지는 경관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이다.
시선 끝에 매달린 설산의 아름다움 못지않은 것이 고산지대의 야생화다.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야생화의 수줍은 듯 핀 꽃망울과 자태는 고산지대에서 생명력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호수의 맑고 깨끗한 청정의 아름다움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빙하의 물줄기는 오감뿐 만아니라 온 전신이 흠뻑 시원함에 취하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산 높이에 따라 층층이 피어나는 야생생물을 관찰하는 재미 또한 풍요롭다. 온도와 기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고, 나무 가지가 바람을 타고 자라는 고생 지대의 나무를 보는 느낌 또한 확연하다.

거대한 암석과 숲의 조화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문화적 보물들이 경치 못지않게 자리 잡고 있다. 아주 오래된 트레일과 사냥코스, 소를 방목하며 키웠던 랜치(Ranch) 숙박지, 초기 로키마운틴 정착민들이 만든 길, 숲 속 깊은 곳에 머물며 생활했던 오지 속 캐빈(Cabin)과 생활에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들어 놓은 숲 속의 길(지금은 트레일 코스)을 찾아보는 즐거움 또한 경관 못지않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파크레인저들에 의해 자연 경관을 더욱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수많은 뷰포인트는 현재 관광객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요 포인트가 되었다.
미 서부의 공립공원들의 특징은 거대한 암석과 숲의 조화에 있다. 그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이 비단 미 서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바위산과 숲의 조화가 절묘한 곳을 꼽는다면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이 단연 으뜸이다.
저지대에서부터 고지대까지 층층이 펼쳐진 다양하고 풍요로운 생태계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만년설과 백두산 높이까지 차로 달릴 수 있는 풍광 앞에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는 곳이 바로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이다.
하이웨이를 달리며 눈에 들어오는 로키마운틴의 높은 산봉우리에 걸쳐진 백은의 아름다운 풍광과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눈이 무시도록 푸르른 호수, 파크레인저들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풍광 포인트 하나하나, 숲 속을 걸을 때 느낄 수 있는 청정한 느낌과 숲이 전해주는 선물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곳, 가슴이 멎고 숨이 멎을 정도로 아찔한 경관이 숨 쉬고 있는 로키마운틴을 방문하는 자- 말 그대로 럭키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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