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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 장기화 우려.....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 인플레 장기화 우려.....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이욱호 기자
  • 승인 2022.08.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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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요공급 불균형·물가상승 압력 심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기록적인 물가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로 지역 등 주요국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8%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관측되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 이외에 근원 인플레이션의 기여도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리치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국내 전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자세히 소개한다.

코로나19 회복과정에서 나타난 글로벌 수요·공급 불균형과 물가상승 압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심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G20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21년 이후 평균 약 5.3%로 코로나19 이전 기간(2015~19년)의 2.73%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로 지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월 각각 8.6%, 8.1%를 기록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의 신흥국에서도 10%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관측됐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에너지와 식료품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5월 G7 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의 기여도는 전체 물가상승의 약 46%로 추산되며 미국과 영국은 60% 내외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 물가지수 역시 지난해 이후 일제히 상승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후 물가지수별 월평균 상승률은 수입 물가 22.65%, 생산자물가 7.2%, 소비자물가 3.2%였다.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6.05%로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국내외 기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연간 인플레이션은 4%대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오름세 유지, 달러화 강세 등 상방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소비자물가의 상승은 근원 인플레이션과 에너지·식료품 가격 인상 모두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6.05%)에 대한 근원 품목과 에너지·식료품의 기여도는 각각 3%포인트, 3.05%포인트로 거의 같았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높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유사한 양상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서비스(근원 품목의 약 69%의 비중·가중치 기준) 가격 변동으로 설명되지만, 지난 4/4분기 이후 근원 품목 내 상품의 기여도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수입물가지수는 광산품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급등해 올해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6.3% 상승했다. 올해 5월 수입물가지수 상승에 대한 기여도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광산품이 16.1%포인트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 10월 이후 환율의 기여도 역시 상승해 현재 12.3%포인트로 추산됐다.


생산자물가는 석탄과 석유 제품, 금속제품 등 공산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이후 월평균 7.2%씩 상승했다. 상품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약 10.5%씩 상승했다. 이는 가중치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공산품 가격 변동에 기인한다.


국내 공급물가지수 상승에 대한 국내외 요인의 가공단계별 기여도를 분해하면 원재료 수입 가격과 국내 중간재 가격의 영향이 가장 컸다. 올해 5월 국내 공급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6.1% 상승했다. 이 중 수입 가격의 기여도는 절반이 넘는 8.51%포인트로 분석됐다. 가공단계별 분해 시 수입 가격의 인상은 주로 원재료 단계에서(5.85%포인트), 국내 출하 품목 가격의 상승은 중간재 단계에서(5.77%포인트) 나타났다.
보고서는 “종합적으로 원유 등 원자재 중심의 수입 가격 상승과 공산품 위주의 생산자가격 상승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해외 물가상승이 국내로 전가되는 경로와 정도를 실증 분석해 정책적 함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37개 무역상대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씩 동시에 증가하면 같은 분기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4%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37개 무역상대국은 중국,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러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인도, 이탈리아, 멕시코, 태국, 프랑스, 캐나다, 영국, 필리핀, 벨기에, 스위스, 노르웨이, 스페인, 홍콩, 스웨덴,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그리스, 아일랜드, 폴란드, 체코,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등이다.


이를 통해 2021년 수입 비중을 기준으로 미국, 중국, 일본의 생산자물가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단기효과를 보면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같은 분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포인트 증가, 중국 PPI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같은 분기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증가, 일본 PPI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같은 분기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3%포인트 증가했다. 상승률은 모두 이전 분기 대비다.


또 원화 대비 타국 통화가치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할 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에 0.04%포인트, 장기에 0.07%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원화 가치 하락의 전가율은 단기 0.04%포인트, 장기 0.07%포인트로, 그 비율이 해외 물가 전가율보다 매우 작게 나타났다.


수입 물가 상승세를 견인한 광산품 품목의 전가율에서 코로나19 확산기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수정 성명 발표시기와 맞물리는 2020년 중반에 구조변화가 일어났다. 2020년 7월 이전 수입 물가 광산품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생산자물가 공산품 상승률은 0.11%포인트, 8월 이후 공산품 상승률은 0.13%포인트 증가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을 통제변수로 추가하면 광산품의 전가율은 2020년 4월 이후로 증가했다. 2020년 4월 이전 수입 물가 광산품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생산자물가 공산품 상승률은 0.08%포인트, 5월 이후 공산품 상승률은 0.10%포인트 올랐다.


2020년 4월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시기이며 8월은 미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를 도입한다는 통화정책 수정 성명을 발표한 때다. 현재 코로나19 진정세가 지속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미 연준의 강화된 긴축 조치로 생산자물가 중 공산품에 미치는 전가율이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수입 물가의 파급효과는 특정 시점에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수입 물가 중 광산품 상승률이 임계치 1.3% 이상이면 전가율이 증가했다. 구조변화 검정 결과, 소비자물가에 대한 품목별 수입 물가 또는 생산자물가의 전가율에서 특정 시점에 유의미한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임계치(threshold) 검정 및 추정 결과, 전월 수입 물가 중 광산품 상승률이 임계치 1.3%보다 작으면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전가율은 3%, 임계치 1.3%보다 크면 전가율은 5%로 나타났다.


수입 물가 중 광산품 상승률의 임계치 1.3%를 기준으로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광산품의 전가율은 유의미하게 변했다. 올해 5월 수입 물가 광산품 상승률은 임계치보다 높은 7.1%로 광산품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3%포인트보다 높은 0.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광산품 가격 상승률이 높으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증가하므로,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국내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며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동향을 살펴보면 수입 광산품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효과가 이전에 비해 증대(소비자물가) 또는 감소(생산자물가 중 공산품)할 수 있는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으며 주요국과 국내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의 기여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팬데믹 당시 불거진 글로벌 수급 불균형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주요국의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뿐만 아니라 근원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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