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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1971).... 오묘하고 신비로운 ‘자연이 빚은 걸작’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1971).... 오묘하고 신비로운 ‘자연이 빚은 걸작’
  • 월간리치
  • 승인 2012.01.08 15:32
  • 호수 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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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 바람이 사막 너머에서 불어온다. 뺨에 스치는 바람이 부드럽다. 푸른 하늘에 드높은 구름이 마치 점묘화처럼 보인다. 바람은 습기를 머금고 있다. 습기는 침식된 엔트라다 샌드스톤(Entrada Sandstone) 위에 이슬처럼 반짝인다. 눈에 보이는 색의 향연을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 옹색하다. 기기하고 묘묘한 랜드마크(Landmark)의 빛깔은 미술가의 팔레트에 개어 놓은 유화물감처럼 형형색색이다. 연어의 살빛, 무지개의 주홍, 붉은 대지의 황갈색, 무두질한 회색이 혼연 되어 내뿜는 색채는 칼라의 본질처럼 느껴진다.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 병립되어 마치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경이롭고 신비하고, 별스러운 곳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숙박, 음식, 가스와 같은 서비스 시설을 갖춘 모압(Moab) 북쪽 5마일 유타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공원 내에는 2000여 개 이상의 자연아치 윈도우 그리고 붉은 모래바위(Red Sandstone)가 끝없이 펼쳐져 모든 것이 붉게 물든 듯 보인다.
이 국립공원은 1929년 4520에이커가 자연 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1971년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대통령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1998년 인근의 로스트 스프링 캐년(Lost Spring Canyon) 3140에이커가 더해져 공식적으로 7만6358에이커 약 120 스퀘어 마일 크기의 국립공원이다.

자연의 절묘한 밸런스

아치스 국립공원은 과학과 상식선에서 볼 때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수많은 아치들이 도자기처럼 금방이라도 깨지거나 무너질 듯한 모습으로 울퉁불퉁한 지면 위에 버티고 서있는 모습은 과학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 가볍고 작은 것이 무겁고 큰 것을 받치고 서 있는 모습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상식 밖이다.
굳이 설명한다면 자연의 절묘한 밸런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수천 수백 년 동안 돌풍과 폭우와 얼음과 눈에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보는 사람의 이해 밖의 일이다.
아치들 중에는 소금 침식으로 생긴 아치들이 있다. 바로 엔트라다 샌드스톤(Entrada Sandstone)으로?만들어진 아치다. 엔트라다란? 칼슘 성분이 시멘트 성분에 엄청난 질감과 농도로 융합된 것을 이른다. 이 성분의 침식으로 스톤이 다르게 변형된다.
어떤 지역은 그 침식이 많고 어느 부분은 적게 침식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아치스톤을 만들어냈다. 얼음과 바람, 날씨가 오랜 세월 동안 빚은 결과다. 그 세월 동안 몇 번의 침식을 반복하면서 드디어 우리 눈에 물고기 지느러미(Fin)모양 아치(Arch) 윈도우(바위창) 등의 모양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특히 좁은 형태의 샌드스톤의 벽을 핀(Fin)이라 부른다. 바위에 금이 가고 침식이 계속 이루어져 마치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얇고 넙적한 모양의 벽바위가 된 것이다. 이 핀의 갈라진 틈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얼고, 그 얼음이 팽창하는 순간 바위 덩어리가 분리되어 아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주거지역은 아니었다. 옛 Puebloan(Anasazi) 사람들의 헌팅 장소였다. 1898년 시민전쟁(Civil War)에서 불구가 된 군인 존 웨슬리 울프(John Wesley Wolfe)와 그의 아들 프레드(Fred)가 울프 랜치(Wolfe Ranch)를 지었다.
그들이 왜 생활주거지가 없는 이 지역에 들어왔는지 알려진 바는 없으나 약 20여 년간 소를 키웠던 조그만 목장과 지금은 다 쓰러져가는 통나무 캐빈에서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작가였던 에드워드 에비(Edward Abbey)가 파크 레인저로 고용되어 1950년대 이곳에 잠시 거주했다. 그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계절과 계절이 바뀔 때의 변화, 날씨의 미묘함, 수많은 다양한 바위 형태와 위치, 동식물들이 어떻게 자라고 사는지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1950년대의 아치스 국립공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어떤 장소의 명칭은 그 장소의 에센스다. 아치스국립공원은 명명 그대로 아치에 있다. 경이롭고 다양하고 기기묘묘한 바위의 모습에 따라 적절한 이름들을 붙였다.?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가장 잘 알려진?아치는 델리키트 아치(Delicate Arch)이다. 너비 35피트 높이 46피트로 맨들맨들한 바위 가장자리에 서있어?금세라도 무너지지 않을까 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이다.
델리키트아치까지는 다소 어려운 3마일 길이의 왕복(Round Trip)트레일 코스가 있는데 굳이 방문객들에게 일견 권하는 것은 델리키트 아치의?절묘함을?더?가까이 감상할 수 있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자연적인 스톤 아치(Stone Arch)중 세계에서 가장 긴 아치중 하나인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이다. 길이 306피트 두께 10피트로 비교적 가늘고 길다. 1991년, 1995년, 1996년 큰 바위덩어리가 연속적으로 떨어져 나갔지만 지금도 여전히 무게중심을 잘 잡은 채 절묘하고 애틋한 모습으로 세월을 지탱하며 서있다.
데블스가든(Devils Garden)은 아치스 국립공원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 코스를 가지고 있다. 평범하면서도 다소 긴 약 7.2마일 시닉 트레일루프(Scenic Trail Loop)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길을 통해 랜드스케이프 아치 바로 앞까지 다다를 수 있다. 가는 길에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아치들과 바위들이 눈을 풍성하게 해주고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것 역시 부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선물이다.
파이어리퍼내스(Fiery Furnace)지역의 루트는 핀 모양의 형태가 캐년으로 바뀐 지역이다. 파크레인저의 동행이 필요할 만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미로로 된 길이다. 전문가이드와 함께하는 하이킹은 3월에서 10월까지 하루 두 번씩 진행되며 최소한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만 갈 수 있다.

보는 각도 따라 다른 풍광

이 공원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라 살 마운틴(La Sal Mountains)은 유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맥이다. 공원의 남동쪽에 위치하여 다양한 뷰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Courthouse Towers, Three Gossips, Devils Garden, Parade of Elephants, Tower of Babel, Park Avenue까지 모든 곳에 뾰족탑과 핀, 돌기둥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공원의 정 가운데 길인 메인파크로드(Main Park Road)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좌우에 포진되어 눈이 부실 정도로 환상적이다.
돌덩이 하나로 장중하면서도 전혀 장식이 없는 아치를 절묘하게 유지시키고 있는 것은 건조함 때문이라고 한다. 건조함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공원의 동식물이다. 사람도 자연에 순응하며 역사를 지키고 살아왔듯 공원의 동식물 또한 오랜 세월 건조함과 추위에 순응하고 지역의 기후에 맞게 적응한 결과 건조함과 추위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낮에는 열기를 피하고 열기가 빠지는 밤에만 활동하며 건조한 날씨에 상응하며 살아온 것이다. 공원 내에는 200여 종의 척추동물과 수백의 무척추동물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 아치는 대부분 고도 3960~5653피트 사이에 있다. 더울 때 온도는 화씨 110도까지 올라간다. 겨울에는 한자리 수까지 떨어져 기온의 차가 매우 심한 지역이다. 여름철에는 썬크림은 물론 긴 팔 옷을 입어야 하고 넓은 챙이 있는 모자와 선글라스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다.
콜로라도 고원(Colorado Plateau)에는 그랜드 캐년을 포함해 6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그 중 아치스 국립공원은 수백 미터 두께의 사암지대에 고여 있던 바닷물이 빠지고 증발하면서 아치조각의 형태가 만들어진 곳이다.
공원을 보는 누구라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드는 것은 그 바위가 묵묵히 안고 있는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다. 인간의 손놀림으로는 결코 생각할 수도 없고 만들어질 수도 없는 형태의 아치들이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나하나가 모두 자연의 걸작이다.
아치공원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자연 갤러리’다. 투어코스는 물론 바위의 모습 하나하나까지 해당한다. 자연과 시간이 하나의 장인이 되어 이 시대 최고의 아치형 걸작을 만들어 낸 아치스 국립공원. 오묘하다, 신비롭다, 아름답다는 표현 갖고는 부족하다.?
아치스 국립공원을 찾고 눈에 보이는 아치를 만나면 자신만의 아치 이름을 지어보자. 도너츠 아치, 인어 아치 , 열쇠고리 아치, 뫼비우스의 띠 아치 등. 사진을 찍고 이름을 짓고 하는 사이 홀연히 신선이 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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