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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내수에 올인 하는 2012년 중국 경제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내수에 올인 하는 2012년 중국 경제
  • 월간리치
  • 승인 2012.01.08 15:37
  • 호수 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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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의 마라톤이 세계경제를 억누르고 있다. IMF 등 국제기구들의 지역별 2012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보면 선진국은 1%, 아시아는 8%대다. 그래서 선진국의 불황으로 상대적으로 고 성장하는 아시아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아시아의 중심이 된 중국의 2012년 경제성장이 전 세계의 관심이다. 허물어져가는 유럽에 구제금융 자금을 대고, 뒷걸음질 치는 세계경제를 이끌 견인차로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012년 중국의 주요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우리로 치면 정부경제정책결정회의 라고 할 수 있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지난해 12월14일에 끝났다. 역대 경제공작회의는 11월말에서 12월초에 개최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는 10일정도 늦게 개최되었다. 이들 두고 많은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있었다. 그만큼 복잡해진 중국을 둘러싼 경제환경에 대한 중국정부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2년 ‘온건한 성장과 제한적인 긴축해제

회의결과는 밋밋했다. 중국 특유의 완곡한 표현으로 ‘온건한 성장과 제한적인 긴축해제(?成?,有限?松)’를 하고 재정, 금융정책을 2011년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경기하강에 대한 정부의 화끈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기대했던 시장의 반응도 실망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은 내년에 지도자가 바뀐다. 내년 10월에 제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이 등장한다. 중국은 등소평,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를 거치면서 지도자의 임기는 5년이지만 한 번의 중임을 통해 10년을 집권하는 전통을 세웠다. 그런데 집권전반 5년의 성장률이 높고 후반 5년의 성장률이 낮은 전형적인 ‘전강후약’의 특징을 보인다.
2012년은 후진타오 주석의 임기 말년이다. 그래서 정치 사이클 상 성장률둔화는 피하기 어렵다. 2012년에 이런 정치경제 사이클에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의 영향까지 가세해 중국경제의 하강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과연 중국정부는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중국말은 겉만 보면 안 되고 속까지 들여다  봐야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다. 복잡한 정치경제환경에도 재정, 금융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조 위안의 정부재정을 퍼 넣어 미국식 뉴딜정책으로 경기부양을 했고 30%가 넘는 통화증가를 통해 시중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도 9%가 넘는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유증이 나타난 것이다. 경제규모는 미국의 40%에 불과한 중국이 미국이 푼돈의 3배를 더 풀었으니 인플레 압력과 부동산가격폭등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지방정부를 통한 건설공사로 지방정부부실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중국정부로서는 더 이상 부동산과 통화증발에 기댄 경기부양을 하기에는 한계가 왔다. 중앙경제공작회의를 10일간 늦추면서까지 위기탈출의 해법을 모색한 결과 찾아낸 답은 재정, 금융정책이 아니라 내수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중국은 GDP는 9%성장이지만 정부의 재정수입은 20%가 넘는다. 또한 가계는 번 돈의 50%를 저축한다. 사회보장제도의 불완전이 가계가 소비보다는 저축에 목을 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정부소비를 민간소비로 돌리고, 과도한 가계저축을 소비로 전환하면, 많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10조 위안의 돈을 퍼 넣어 경기를 활성화했던 2008년보다 더 좋은 GDP증가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았다. 재정수입과 저축률을 5%씩만 낮추면 부동산가격 상승이나 인플레 압력 없이GDP 3%의 증가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정부는 이런 이유로 2012년에 내수에 올인 하는 전략을 쓰기로 한 것이다.

내수 올인 전략, 증시에는 호재

2011년에 9.2%의 경제성장을 보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경제는 2012년에 8.5%내외의 성장을 할 전망이다. 중국이 2012년 경기부양의 탈출구로 생각하는 내수경기활성화의 중심에는 돈 쓸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돈 쓸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번 중앙정부공작회의의 주요한 안건 중의 하나가 바로 “중산층의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중산층의 육성은 중국이 생산경제에서, 소비경제로 전환하는데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번 돈의 50%를 저축하는 중국인의 행태를 소비로 돌리기 위해 2011년부터 구조적인 감세조치와 사회안전망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득세 면세점 인상, 부가가치세 세율인하, 서비스산업 세금우대 등 각종 세금감면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임금을 10-20%씩 올리고 있다. 기업에 대해 피고용자에 대한 5대 사회보험을 의무적으로 들게 하고 2차례이상 고용계약을 했으면 그 다음에는 종신고용을 해야 한다는 노동법도 시행했다.
중국은 경제는 세계최고였지만 증시는 최악이었다. 그 이유는 중국증시가 지방국유기업과 은행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금융위기로 경기부양을 위해 지방정부들이 지방소재 대형국유상장기업을 통해 증자를 했고 이 회사들을 통해 대형 신사업을 벌려 지방의 경제성장률을 높였다. 그 결과 대형상장기업들은 증자물량 압박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또 10조 위안의 대출로 은행부실을 우려한 정부가 충당금을 쌓기 위해 모든 은행에 대해 증자를 명령해 은행이 증시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가는 바람에 유동성의 씨가 말라 버린 것이다. 중국은 증시가 속락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하반기에 2007년 금융위기 전보다 더 많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고 그 후유증이 2011년에 나타난 때문이다.
중국이 내수중심경제, 소비중심경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생산재 중심의 국유기업을 통해 증시에서 자금을 빼가는 일도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증시 수급측면에서 호재다. 증시가 최근 2년간의 ‘국유기업의 현금인출기’ 역할에서 벗어나면 자연스레 상승반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2년부터 매년 1달을 소비촉진의 달로 지정하고 소비장려정책을 쓸 계획이다. 또한 돈 많은 기업가들을 우대한다는 제스처도 보이고 있다. 중국부호 1위인 산이중공업의 량원건 회장을 중국공산당 중앙후보위원으로 임명했다. 360만 명의 돈 있는 기업가도 노동자, 농민의 당에 가입하고 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한마디로 돈 쓰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에 중국의 이런 내수 올인 전략이 그간 중국펀드에 멍든 한국투자가들의 가슴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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