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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에 상당기간 소요"…긴 축기조 유지 시사....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물가안정에 상당기간 소요"…긴 축기조 유지 시사....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6.29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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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총 3%포인트 올리며 긴축했지만 근원물가 둔화 더뎌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이은석 동향분석팀장,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이래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모두 3% 포인트나 올리며 가파른 긴축을 단행했지만, 근원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8일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되는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며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흐름을 이어가면서 올 중반까지 2%대로 낮아졌다가 이후 연말 3%대 수준으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을 상당기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한은은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브리핑에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했는데 물가상승률이 4월과 5월 금통위에서 예상했던대로 둔화되고 있고, 향후 상황전개를 좀 더 지켜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상형 부총재보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되기 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을 여전히 하고 있다"며 "물가 전망에는 최근 근원물가의 경직성, 현재의 고용상황, 서비스 수요, 해외쪽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보면 여전히 우리 물가 전망에 불확실성이 작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국내경제가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가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할 주요 고려사항으로는 △인플레이션 경로 상의 높은 불확실성 상존 △성장세 둔화 흐름 지속 △금융부문의 리스크 증대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과 국내외 금융시장 파급영향 등을 꼽았다. 

우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이 점차 둔화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과거 둔화기에 비해서도 상당히 더딘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목표수준을 초과하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근원물가의 경직성은 에너지가격 상승 등 누적된 비용 상승 요인의 2차 파급영향과 양호한 소비회복 흐름 및 고용상황에 주로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유로지역에 비해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등이 점진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향후 근원물가에 추가적인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서비스 소비가 펜트업 효과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노동시장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물가상승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비용 상승의 2차 파급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양상,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시장기대의 향방 등이 국내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로 상존하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도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세는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경제는 민간소비 회복흐름에도 불구하고 대중국·IT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회복이 리오프닝 이후 내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중 수출 증가를 통한 긍정적 파급효과는 아직 미진한 모습이다. 중국내 제조업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그간의 공급망 내재화 노력으로 자급률이 상승하면서 중간재 수입 수요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에 따른 단가 하락과 물량 감소가 동반되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하반기 중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나 과거에 비해 높은 재고 수준, 고금리 지속에 따른 내구재 소비제약 가능성 등으로 회복시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국내경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리오프닝 영향이 가시화 되고, IT경기 회복 등 대외여건 개선에 힘입어 수출을 중심으로 점차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가계 구매력과 민간 투자여력 약화,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이 성장에 대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요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양상과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최근 주택시장 부진에 따른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 위험 확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신용 긴축 심화 가능성 등 금융부문의 리스크도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은 정부 규제 완화에 힘입어 매매 및 전세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 수준,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부진이 지속되면서 비은행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부실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은은 "SVB사태 이후 금융기관의 금리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우 SVB와는 사업모델이 상이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고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우 발생 가능한 잠재 리스크 요인들을 폭넓게 점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과 국내외 금융시장 파급영향도 금통위가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글로벌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그간 빠르게 금리를 올려왔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했다. 미국의 경우 향후 정책금리 경로와 관련해 시장기대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 등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에서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결정문에서 '추가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문구가 삭제되면서, 이후 경기 부진 가능성과 은행 부문 불안에 따른 신용여건 긴축 등을 반영해 하반기부터 연준이 정책기조를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다만 최근 은행 부문 불안이 진정되면서 미 금융시장 여건이 대체로 완화된 데다, 높은 인플레이션 및 견조한 노동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다수의 연준 인사들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은 최근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식료품 중심의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양상 등에 따른 물가경로 상의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유로지역 및 영국에서는 여타 선진국 대비 장기간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5월 이후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175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되고 미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음에도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 등 수급상황이 개선되며 원·달러 환율은 제한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한은은 "주요국의 정책금리 경로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향후 발표되는 지표에 따라서는 시장참가자들의 국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조정되며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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